[스포츠Q 유민근 기자] 이정협(24·상주 상무)의 킬러 본능이 빛났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자신의 눈과 직감만을 믿고 뽑은 이정협이 A매치에서 두번째 골을 신고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이정협은 17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A조 3차전 호주와 경기에서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 전반 32분 이근호(30·엘 자이시)의 땅볼 크로스를 받아 슬라이딩으로 공의 방향만 바꿔놓는 귀중한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이정협은 힘이 좋은 호주 수비수들을 상대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호주 수비진을 끌고 다닌 끝에 결승골을 넣으며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정협의 선발 출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미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호주전을 구태여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조커로 나왔던 이정협을 선발로 내보냈다.
이정협은 아시안컵 시작 전까지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예상도 하지 못했던 무명. 심지어 박항서 상주 감독도, 선수 본인도 대표팀에 뽑힐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서귀포 훈련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의 지목을 받은 이정협은 마지막 평가전에서 골까지 넣으며 낙점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정협은 '슈퍼 조커'쯤으로 여겨졌다. 사우디전에서도 그는 조커였다.
하지만 이정협은 호주와 경기에서 처음으로 A매치 선발 출전한 뒤 골까지 넣으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선제골을 넣은 뒤에도 후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역습을 이끌었다. 제공권이 좋은 호주 수비진과 거친 몸싸움도 이겨냈고 헤딩 경쟁에서도 당당하게 맞섰다.
물론 아쉬움도 남았다. 중거리슛이나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정협은 이제 A매치 4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공격수다. 얼마 전까지 그의 이름을 아는 팬들조차 많지 않았다.
이날 첫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정작 K리그 클래식에서 풀타임은 네 차례뿐이다. 2013년 부산을 통해 데뷔한 그는 2013년 7월 13일 전북 현대전, 9월 1일 포항전을 비롯해 지난해 3월 16일 수원 삼성전, 11월 29일 경남FC전 등이었다.
그러나 이정협은 자신의 A매치 첫 풀타임을 성공적으로 소화함으로써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다시 받게 됐다. 대표팀 내 유일한 군인 선수인 이정협은 슈틸리케호의 진정한 신데렐라로 쑥쑥 성장하고 있어 '군데렐라'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만큼 기대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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