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스포츠Q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대한스포츠치의학회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의 숨은 주역이었다. 대표선수들에게 마우스가드를 무상으로 지급해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개당 30만원에 달하는 마우스가드를 대표선수 150여명에게 무상 지급한 것은 관련 데이터를 뽑아내 연구에 활용할 목적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5000만원 가까운 금액을 들여 맞춰준 것은 분명 재능기부 차원이었다.
그동안 선수들은 맞춤형 마우스가드를 구입하려면 적지 않은 부담이 있어 값싼 일회용 제품에 의존하곤 했다. 그러나 스포츠치의학회의 도움으로 투기종목은 물론이고 배드민턴과 요트, 펜싱 선수들까지 스포츠치의학회의 도움을 받았다.
◆ 요트·펜싱 선전, 이용대의 맹활약, 스포츠가드가 일조했다
"이미 연구결과에 따라 마우스가드가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마우스가드를 하게 되면 집중력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턱관절을 바로 잡아주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이룰 수 있어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거든요."
역시 연구 결과는 정확했다. 마우스가드를 착용한 선수들이 모두 좋은 결과를 올렸다. 펜싱에서는 모두 8개의 금메달이 나왔고 요트 종목에서도 금메달 4개가 쏟아져나왔다.
이한주 회장이 가장 뿌듯하게 여기는 종목은 배드민턴이다. 이용대-유연성 조는 남자 복식에서 은메달에 그쳐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남자 단체전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용대 선수에게 얘기를 들으니까 2010년 런던 올림픽 당시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던 것이 사랑니 때문에 고열과 통증이 심했다고 하더군요. 만약 그때 치과의사가 함께 있기만 했어도 그럴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죠. 이용대 선수를 검사하니까 하도 이를 악물고 하다보니 어금니가 없고 치아 손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임플란트를 시술하고 마우스가드를 착용하게 했죠. 어금니가 생기고 마우스가드까지 쓰니까 파워가 훨씬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이 회장은 이용대의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흐뭇하게 지켜봤다. 경기장에서 이용대의 파워 플레이에 깜짝 놀란 박주봉 일본 대표팀 감독이 마우스가드 얘기를 듣고 직접 찾아와 만들어줄 수 없느냐고 문의를 했다고 한다.
"여자 유도에서도 마우스가드를 끼고 결승전까지 나갔는데 결승전에서 착용하지 않는 바람에 금메달을 놓쳤다고 하더군요."
그는 잠시 그 선수의 이름을 잊어버린 듯 했다. 공식 기록을 찾아보니 여자 유도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는 57kg급의 김잔디밖에 없었다.
◆ 프로선수들도 즐겨 착용, 평창서도 마우스가드 효과 분명할 것
이한주 회장은 현재 전주 KCC에서 뛰고 있는 하승진도 맞춤형 마우스가드를 끼고 있는 경우라고 말한다. 실제로 하승진은 프로농구 경기를 뛰면서 검은색 마우스가드를 끼고 뛰는 모습을 많이 본다.
실제로 프로선수들이 마우스가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농구의 최고참인 주희정(서울 SK) 역시 "아무래도 마우스가드를 끼고 하면 집중력에 도움이 되고 힘도 더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그런데 마우스가드가 맞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적응하지 못하면 숨을 잘 쉴 수 없어 호흡이 큰 어려움을 겪는"고 귀띔하기도 했다.
스포츠치의학회는 31일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에서 '스포츠 강국, 치과의사의 역할 어디까지'라는 주제로 동계학술세미나를 연다.
이 자리에서 스포츠치의학회는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줬던 스포츠치의학의 모습과 향후 계획에 대해 토론하고 마우스가드가 배드민턴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김동문 원광대 교수가 강연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마우스가드의 효험(?)을 봤던 이용대도 참석할 예정이다.
"마우스가드가 앞으로 유니버시아드뿐 아니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소중하게 쓰여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일단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마우스가드는 필수품이 될 것이고 스키점프나 기타 종목에서도 마우스가드를 착용할 선수가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그랬듯 평창 올림픽에서도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취재후기] 스포츠를 하다보면 순간적으로 이를 악물 때가 있다. 이 때 순간적인 힘으로 치아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한주 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1980년대 복싱 경기 도중 사망한 고(故) 김득구 역시 숨쉬기 힘들다며 마우스가드를 하지 않았다가 어퍼컷 펀치에 턱뼈가 부서져 뇌쪽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모든 선수들에게 마우스가드가 보편화됐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또 요즘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도 치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고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 축구가 체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마우스가드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치아 상태가 좋지 않은 몇몇 선수들도 스포츠치의학회 소속 치과로 찾아와준다면 성심성의껏 상담해주겠다는 약속도 함께 했다.
ㄴ[SQ인터뷰] ① '이 악문' 투혼의 결실 지켜내는 치과의사 의기투합 을 다시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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