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KT 위즈의 3피트 라인 아웃 수비방해 하나가 승부를 갈랐다. 역전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에서 3피트 라인아웃로 어이없이 경기가 종료됐다.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KT는 1-5로 뒤지던 9회초 4안타와 상대 실책 등으로 순식간에 4-5로 턱밑까지 두산을 추격했다.
김민혁의 2루수 땅볼 타구에 홈으로 향하던 3루 주자 송민섭이 아웃됐다. 다시 2사 만루.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은 타자주자 김민혁의 아웃을 선언하며 허무하게 경기가 마무리됐다. 무슨 일이었을까.
심판의 판정은 바로 3피트 라인아웃이었다. KBO 공식야구규칙 5.09 (8)에 따르면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아웃을 선언한다고 명시돼 있다.
모두 알고 있는 규칙이었지만 지난해까지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KBO는 올 시즌부터 3피트 라인 아웃 규정 적용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의로 포수의 송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1루수와 타자주자가 충돌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뜻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달 27일 SK 와이번스를 만난 LG가 강화된 3피트 라인아웃 규정 강화의 첫 희생양(?)이 됐다. LG 이형종이 양 팀이 1-1로 맞선 9회 무사 1,2루에서 번트를 친 뒤 1루에서 아웃됐는데 이후 이형종의 ‘3피트 라인아웃’에 의해 주자들의 진루도 무효가 된 것.
1사 2,3루가 돼야 하는 상황이 1사 1,2루로 바뀌었고 결국 LG는 오지환의 병살타로 역전 기회를 놓친 뒤 연장 승부 끝에 1-2로 패했다.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장면이었기에 더욱 화제가 됐다.
3피트 라인을 보다 명확히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류중일 LG 감독의 볼멘소리에 KBO는 즉각 움직여 각 구장의 3피트 라인 시작지점에 선을 그었지만 KT 김민혁은 부주의로 인해 막판 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민혁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는지는 몰라도 타이밍상 충분히 세이프가 될 수 있었기에 3피트 라인아웃은 더욱 더 뼈아팠다. 안타 하나면 역전까지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김민혁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 원인은 첫째로 잘못된 습관에서 찾을 수 있다. 타자주자들은 의식적으로 수비를 방해하기 위한 동작을 취한다. 더블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 송구하는 야수의 다리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는 것과 블로킹을 준비 중인 포수의 공을 떨어뜨리기 위해 미식축구식의 강한 보디체크를 하면서 홈으로 들어가는 동작이 이와 궤를 같이 하는 플레이.
그러나 잦은 부상과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대두되며 이 같은 행동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3피트 라인아웃 규정 강화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직 선수들은 변화에 완벽히 적응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단의 안일한 교육과 훈련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다.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이것이 사상 초유의 끝내기 3피트 라인아웃을 자초한 꼴이 됐다.
반면 두산은 위기 속에서도 끈질기에 땅볼 타구를 만들고 홈에서 주자를 잡아내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안타깝지만 왜 두산이 선두를 달리고 KT가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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