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고진영(24·하이트진로)은 눈물을 흘렸고 두 팔을 번쩍 들고 힘껏 날아올라 포핀스 폰드에 뛰어들었다. 고진영 세계랭킹 1위가 머지 않았다.
고진영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진영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마지막날 2언더파를 기록,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승째이자 올 시즌 2번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고진영은 상금 45만 달러(5억1268만 원)를 추가해 누적 100만 달러(11억3930만 원)를 훌쩍 넘겨 압도적인 상금랭킹 1위를 고수했다.
상금랭킹은 물론이고 롤렉스 올해의 선수상에서도 넬리 코다(미국, 56점), 박성현(42점) 등을 제치고 63점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다. 평균타수에서도 1위로 올라선 그는 다음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도 현재 5위에서 1위까지 도약할 전망이다. LPGA 측은 고진영이 박성현을 제치고 1위에 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신인상에 빛나는 고진영은 2년차 징크스를 잊은 채 파죽지세로 달려 나가고 있다. 지난 2월 호주오픈 준우승으로 시작한 고진영은 지난달 초 HSBC 월드챔피언십 3위,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우승, 이달 초 열린 KIA 클래식 준우승 등 6개 대회 중 5차례나 톱3에 오르는 괴력을 보였다.
선두로 시작한 고진영은 2번 홀(파5)을 시작으로 버디 3개를 추가했지만 13번 홀과 15번 홀에서 공이 각각 러프와 벙커에 빠지며 보기 3개도 범하며 이븐파를 이날 유지 중 이었다. 그러나 16번 홀(파4) 3m 버디로 타수를 줄인 고진영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안정적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안착시키며 승리를 직감했고 4m 가량의 깔끔한 버디 퍼팅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짜릿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고진영은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중계방송사인 NBC 골프와 인터뷰에서 “이 대회 우승이 정말 행복한 기억이 될 것 같다”고 울먹인 고진영은 “신과 부모님과 할아버지 등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
박지은(2004년), 유선영(2012년), 박인비(2013년), 유소연(2017년)에 이은 한국인 5번째 우승. 고진영은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데 그래서 나도 이 대회에서 이길 수 있었다. 매우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ANA 인스퍼레이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입수 세리머니. 포핀스 폰드라는 연못에 캐디, 가족 등과 함께 뛰어드는 게 우승자의 특권으로 여겨지는 전통이 있다. 이 연못에 빠져드는 걸 얼마나 오래 꿈꿔왔냐는 질문에 “5년”이라고 밝히며 웃은 고진영은 “항상 ‘나는 언제 이곳에 빠져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왔다. 그게 오늘이 됐다”고 말했다.
“어떡해”를 연발하던 고진영은 힘차게 달려 두 팔을 높이 들고 점프하며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 등과 함께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었다.
우승한 고진영에 이어 이미향이 7언더파 281타로 2위, 김인경이 5언더파 283타로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신인상 후보 이정은6은 4언더파 284타로 김효주 등과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했다.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는 7오버파 295타,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4오버파 292타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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