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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한국전력 돌풍 빛내는 소금 오재성, '리베로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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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한국전력 돌풍 빛내는 소금 오재성, '리베로가 어때서'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1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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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그 때마다 짜릿한 희열 매력...전체 1순위 슈퍼루키의 진면목, '신인왕-봄배구-국가대표' 3색 포부

[300자 Tip!] 리베로. 배구의 수비 전문 선수. 서브도 넣을 수 없고 공격도 할 수 없다. 오직 후위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스파이크를 받아 올릴 뿐이다. 야구의 포수처럼, 축구의 골키퍼처럼 화려하게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똘똘하지 못하면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리베로가 안정적으로 볼을 올리지 못하면 세터도, 공격수도 우왕좌왕하게 된다. 이들은 늘 시끄럽다. 동료들의 기를 살려야 하고 수비 포메이션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4~2015 드래프트에서 리베로로는 사상 최초로 1순위로 지명된 오재성(23·한국전력)을 경기도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났다.

[의왕=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지난해 9월 11일. 2014~2015 프로배구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린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성균관대 리베로 오재성을 호명했다. 한국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리베로가 전체 선수 중 으뜸순위로 뽑힌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 오재성은 단호하게 리베로를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옷을 입는 것을 포인트로 꼽으며 디그를 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학민(대한항공), 김요한(LIG손해보험), 문성민(현대캐피탈), 최홍석(우리카드), 전광인(한국전력)...

2005년 V리그 출범 이래 1순위로 지명된 이들이다. 지난 시즌 대학 무대에 아무리 대어급 대형 공격수가 없다고 해도 센터도 아닌 리베로가 드래프트의 문을 연 것은 분명 큰 의미였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선수답게 오재성은 이번 시즌 들어 팀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고 있다. 팀이 치른 전 경기에 스타팅으로 나서 세트당 평균 2.29개의 디그(5위), 2.88개의 리시브(16위), 5.18개의 수비(10위)로 한국전력 돌풍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 '1순위'가 말하는 리베로의 매력 포인트

“공격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디그했을 때 희열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어요. 나만의 만족이 정말 큽니다. 배구에서 제일 중요한 포지션은 물론 세터죠. 그런데 토스를 잘 올리려면 어떻게든 리시브를 잘 올려줘야 하잖아요.”

오재성이 언급한대로 배구는 ‘세터놀음’이다. 그러나 네트 가까이 붙는 양질의 리시브가 없다면 명품 토스는 없다. 배구의 시작이자 기초라 할 수 있는 리시브를 가장 자주 하는 그답게 포지션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래도 혹시나 리베로를 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을까. 칼같은 답이 돌아온다.

174cm에 불과한 키 때문에 180cm 정도까지만 컸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그렇게 바란 적은 없단다. 그는 “코트 안에서만큼은 나이와 상관없이 내가 알아서 다 지휘한다”며 “뒤에서 수비 위치를 잡는 리더 역할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재성은 “키가 크지 않아도 빛날 수 있는 포지션”임을 거듭 강조하며 “리베로가 힘들어 보여도 공격수, 세터보다 더 힘들겠는가. 리베로는 점프를 많이 할 일도 없다”고 익살스럽게 웃어보였다. 끝이 아니다. 신이 난 듯 곧바로 다른 장점도 말한다.

▲ 오재성은 리베로의 덕목 중 하나로 반사 신경과 순발력을 꼽았다. 꾸준한 하체 운동이 수반돼야 갖출 수 있는 능력이다.

“또요. 리베로는 다른 옷을 입잖아요. 배구에 생소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보면 ‘쟤는 왜 다른 옷을 입지?’하고 호기심을 가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인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오재성은 동료들이 빨간 옷을 입을 때는 흰 옷을, 흰 옷을 입을 때는 파란 옷을 입는다. 다른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리베로는 특별한 존재다. 골키퍼가 다른 색의 옷을, 포수가 2kg의 장비를 매 경기 착용하는 것과 닮은꼴이다.

오재성이 강조하는 리베로의 덕목은 3가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사 신경과 순발력이다.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꾸준한 보강 운동은 필수다. 발이 빨라야 공을 쫓을 수 있기 때문에 그는 트레이너와 상의 후 개인 훈련을 통해 하체 강화에 특별히 힘쓰고 있다.

미스한 것을 바로 잊을 수 있는 강한 멘탈도 갖춰야 한다. 설사 연달아 서브에이스를 내주더라도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리베로가 흔들리는 순간 리시브 라인 전체가 위기에 빠지고 분위기를 넘겨주기에 평정심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눈치다. 공격수가 어딜 노리는지, 어떤 코스를 좋아하는지를 재빨리 파악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주포의 습관을 알아채면 서는 위치가 달라지고 이는 공격 기회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눈에 확연히 띄지 않을 뿐 리베로의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포인트가 많다.

◆ 쿠바 3인방은 무시무시해, 리베로라 통하는 애틋함

스파이크 서브가 당연해진 현대 배구에서 수비전문선수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특히 쿠바 3인방 레안드로 레이바 마르티네스(삼성화재), 로버트 랜디 시몬(OK저축은행), 마이클 산체스(대한항공)은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이다. 리베로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재성은 “서브는 시몬이 최고인 것 같다. 무시무시하다. 레오 공격이 일품인 건 사실 말할 것도 없다. 산체스는 점프력하고 체공력이 워낙 좋아 블로킹 위에서 때려버린다”며 “국내 선수들하고는 서브든, 공격이든 파워가 다르다”고 혀를 내둘렀다.

시몬은 세트당 평균 0.59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V리그 11시즌을 통틀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치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2012~2013 시즌 마틴이 기록한 0.56개였다. 지난해 이 부문 산체스가 0.46개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것을 생각하면 그 위력을 가늠할 수 있다.

리시브 파트너인 보조 레프트 서재덕과는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 힘이 실린 강타를 받아 올리려면 자신감은 필수. 오재성은 “세다고 하더라도 ‘아니다. 받을 수 있다’고 서로 기를 살린다”며 “어려운 공은 리베로가 걷어내는 것이다. 기죽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 지난 시즌 내내 단 7승을 거두는데 그쳤던 한국전력은 창단 이래 최다인 9연승을 내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재성이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 포지션인 만큼 다른 팀 리베로들을 보면서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는 않을까.

오재성은 부용찬(LIG손해보험)과 가장 많이 통화를 한다고 한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언제든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든든한 형이다. 성균관대 재학 시절에는 최부식(대한항공)을 찾았다. ‘포기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격려에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여자부의 김해란(한국도로공사)을 보면서는 보고 느끼는 것이 많다고 했다. 낮은 자세부터 수비 라인을 총괄 지휘하는 리더십까지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칭했다. 올스타전 이벤트로 스파이크를 때리다 부상을 입은 선배가 빨리 나아 코트에 돌아오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 PO 진출-신인왕-태극마크, 오재성의 꿈

오재성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성균관대 재학 시절이던 2013년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대학배구리그에서 수비상을 차지한 뒤 프로에도 가장 먼저 지명을 받았다. 여오현(37·현대캐피탈)의 계보를 이을 가장 강력한 후보다.

리베로라면 누구나 그렇듯 여오현은 오재성에게도 우상이다. 그는 “선배님을 뛰어넘고 싶다. 국가대표도 해보고 싶다. 선수라면 당연히 노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디그, 수비와 관련된 개인상은 물론이고 통산 기록도 갈아치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전력에는 후인정, 방신봉 등 불혹을 넘긴 베테랑도 있고 하경민처럼 30대 중반을 향함에도 여전히 붙박이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있다. 오재성은 “우리 팀에는 오래 하시는 분들이 많아 좋은 자극이 된다”며 “부상 없이 오래오래 배구해야 기록들도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죽지세다. 지난 시즌 7승23패로 굴욕을 맛봤던 한국전력은 '만년 하위팀'의 굴레를 벗고 14일까지 창단 최다인 9연승을 내달리며 ‘봄배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세웠다. 19승10패. 2011-2012시즌 세웠던 팀 시즌 최다 18승도 벌써 넘어섰다. 승점 53점으로 OK저축은행(승점 58점)이 지켜온 2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쥬리치, 전광인 쌍포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이는 든든히 뒤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슈퍼루키' 오재성이 있기에 가능한, 창단 이후 최대의 돌풍이다.

▲ 오재성의 목표는 일단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다음은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 태극마크를 다는 것과 통산 수비 관련 기록을 모두 경신하는 것도 희망사항이다.

그는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은 꼭 차지하고 싶다. 첫 시즌이라 그런지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지만 주저앉을 수 없다”며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이 최우선이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신인왕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취재 후기] 잘 나가는 한국전력을 보기 위해 수원 배구팬들은 주말이면 체육관을 꽉꽉 채운다. 오재성은 “관중이 들어차니 더 재밌더라”며 ‘타짜’ 기질을 뽐냈다. 그가 꼽은 자신의 단점은 2단 연결. 특별히 신경 써서 토스 올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며 나아질 것을 다짐했다. 참고로 오재성은 “국내 선수 중에는 (박)철우 형 서브가 묵직해 받기 까다로웠는데 군에 가서 천만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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