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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8) '포스트 연아' 박소연의 열여덟 살 무지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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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8) '포스트 연아' 박소연의 열여덟 살 무지개 꿈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1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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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륙선수권 아쉬움 속 자평, "아직은 생각이 많아"...평창 향한 포부 "지금은 부드럽게 나중엔 카리스마 연기"

[300자 Tip!] 스포츠 현장을 다니다보면 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인연을 맺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렸을 때 모습을 보면서 '이 선수는 뭔가 해내겠구나'하는 강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 느낌이 100% 모두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넷 중 셋은 거의 맞아 들어간다. 5년 전 처음 일대일로 만나 인터뷰를 하고 얘기를 나눴을 때 큰 선수가 되겠다는 느낌을 받은 선수가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새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주축 선수가 됐다. 바로 박소연(18·신목고)이다.

[태릉=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박소연은 중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는 2010년부터 동갑내기 김해진(과천고)과 함께 '연아 키즈', '포스트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아직 초등학교 졸업식을 하지 않은 2010년 1월에 벌어졌던 전국남녀종합선수권에서 1위와 3위에 오르면서 피겨 팬들과 관계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 박소연은 2010년부터 동갑내기 친구 김해진과 함께 '연아 키즈', '포스트 김연아'라는 수식어를 늘 듣고 다녔다. 이후 김연아와 함께 소치 동계올림픽을 다녀왔고 김연아가 은퇴한 지금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대들보가 됐다.

지금은 여자 피겨의 저변이 크게 확대돼 상위권 초등학생들도 트리플 5종 점프를 뛰지만 당시만 해도 초등학생이 트리플 점프를 뛴다는 것은 뉴스거리였다. 아직 중학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7급까지 오르고 전국선수권에서 입상을 했다는 것은 김연아 외에 경쟁력있는 선수가 없는 한국 피겨계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미 김연아, 김해진과 함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다녀왔고 어느덧 시니어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동계올림픽 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어느덧 평창 대회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2015년 을미년은 박소연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첫 해가 된다.

◆ 김연아의 은퇴로 홀로서기 나선 '연아 바라기'

설날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만난 박소연은 4대륙 선수권이 끝난지 이틀밖에 안돼서인지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자 금방 생글생글한 여고생 특유의 귀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박소연에게 2014~2015 시즌은 남다르다. 자신의 시니어 데뷔 시즌이기도 하지만 김연아 없이 홀로서기에 나서는 첫 시즌이기 때문이다.

▲ 박소연에게 2014~2015 시즌 의미는 남다르다. 자신의 시니어 데뷔 시즌이기도 하지만 김연아의 은퇴로 그 없이 치르는 첫 시즌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책임과 부담이 무거워졌다.

"연아 언니가 그동안 올림픽 본선 티켓도 많이 확보해줬고 그 덕분에 해진이와 제가 동계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그 책임을 저희들이 갖게 된 거잖아요. 부담이 안될 수가 없죠."

주위에서는 과도한 관심과 부담이 이들에게 독이 된다고 말을 한다. 일부에서는 정신력이나 멘탈이 약한 것 아니냐는 속 모르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18세 여고생들에게 김연아가 짊어져 왔던 책임과 부담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이었다.

"사실 연아 언니가 평창까지 갈 줄 알았거든요.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이니까 연아 언니가 평창 올림픽까지 함께 했으면 했죠."

그래서인지 지난해 5월 열렸던 아이스쇼에서 박소연은 눈물을 쏟았다. 이제 더이상 김연아와 함께 훈련을 하지 못한다는 진한 아쉬움이었다.

"사실 (김)해진이가 더 많이 울었는데…. 저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연아 언니와 함께 빙판을 누빌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슬펐어요. 지금도 연아 언니가 훈련장에 와서 이것저것 가르쳐주긴 하지만 그래도 선수로서 함께할 수 없으니까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래도 우리가 잘해나가야죠."

▲ 박소연은 김연아가 마지막 아이스쇼를 마쳤을 당시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김연아가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은 대표팀 훈련할 때마다 김연아의 지도와 조언을 받는다.

그렇지 않아도 이날 훈련장에는 김연아가 전국동계체전과 다음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준비를 하는 후배들을 성심성의껏 지도하고 있었다. 소속사의 요청으로 박소연과 함께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빨간 패딩점퍼를 입은 김연아는 후배 하나하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박소연은 '연아 바라기'이기도 하다. 피겨 선수치고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는 선수는 없을 터지만 박소연은 유난히 김연아를 믿고 따른다. 새달 고교 졸업반이 되는 박소연은 "연아 언니가 다닌 학교(고려대)에 갔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하기도 했다.

◆ "평소에 성격은 쿨한데‥ 아직까지 생각이 많아요"

박소연을 만나보면 조용조용하다. 내성적인 면이 눈에 많이 띈다. 이런 모습이 간혹 박소연이 아직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저를 알면 상당히 시원시원하다고 해요. 평소 성격은 쿨해요. 그런데 제가 아직 생각이 많은가봐요. 예전에 잘하지 못했거나 실수했던 일들을 마음에 두는 경우가 많아요. 아마도 4대륙 선수권 때도 평소 하지 않았던 실수를 쇼트프로그램 때 했던 것이 프리스케이팅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당시 박소연은 쇼트프로그램에서 스핀 연기를 전혀 하지 못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점프가 흔들렸다. 점프 연기를 하면서 착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점수가 많이 깎였다. 19명의 선수 가운데 9위에 올랐다. 지난해와 같은 순위였다.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그러지 않아도 박소연은 태릉빙상장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던 김연아로부터 적지 않은 조언을 받기도 했다.

▲ 박소연은 지난 주말에 끝난 ISU 4대륙 피겨선수권에서 9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연속 실수를 하면서 점수가 많이 깎였다. 실수했던 일들을 그대로 마음에 두는 성격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제가 못하는 연기를 구성요소에 넣진 않잖아요.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연기들이고 훈련 때는 잘 되는 것들이에요. 그런데 막상 대회에 나가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솔직히 이번 시즌에 클린 연기를 펼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올 시즌을 되돌아봤을 때 자신이 했던 가장 만족스러웠던 연기는 1차 대회였던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였다고 말한다. 시니어 데뷔시즌의 첫 대회였다. 당시 박소연은 5위로 선전했다.

"두 차례 월드 그랑프리 시리즈를 되돌아보면서 그나마 가장 나았던 대회가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였던 것 같아요. 러시아 대회에서도 똑같은 5위를 하긴 했지만 실수가 적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조금 더 경험을 쌓으면 그만큼 실수도 줄어들 것 같아요."

◆ 포기한 평범한 여고생의 삶, 그래도 피겨 친구는 많아요

박소연의 삶은 좀 특별(?)하다. 박소연은 경륜선수인 아버지 박종석 씨의 강한 체력과 재즈 강사 출신의 어머니 김정숙 씨의 예술적인 DNA를 물려받아 피겨 선수로서 쑥쑥 성장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느덧 지천명이 된 아버지가 현역 선수로 활약하고 있어 떨어져 지내고 있다. 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아버지가 경륜 경기를 치르느라 전국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줄곧 떨어져 지내고 있다.

▲ 피겨 선수로 뛰면서 자신은 평범한 학생의 삶을 살지 못했다. 4대륙 선수권을 학교 근처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치렀지만 학교 친구들이 찾아오지 못했다고 말한다. 대신 리지준 같은 함께 피겨를 하는 친구들은 많다고 한다.

또 '포스트 김연아'로 관심을 받으면서 평범한 학생의 삶은 포기한지 오래다. 시험 때만 학교에 나가고 평상시에는 빙판에서 연기를 가다듬는다.

"학교에 가끔씩 가니까 그렇게 친한 친구는 없어요. 가끔 친구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서 안부를 전하기는 하는데 잘 연락하는 편이 아니예요."

그래서인지 이번 4대륙 선수권에도 친구들이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신목고와 경기가 열렸던 목동 아이스링크는 차로 20분, 걸어서도 40분 내외면 닿을 수 있는 지척임에도 친구들의 응원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로 성장한 선수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겨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많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리지준(19·중국)과 함께 떡볶이를 먹는 사진이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리지준과는 2012년 동계 유스올림픽(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도 주니어 대회 등에서 자주 만나곤 했는데 본격적으로 친하게 지냈던 것은 2012년부터였어요. 공교롭게도 키우는 강아지도 푸들로 같더라구요. 강아지 얘기도 하고 피겨와 관련된 얘기도 하면서 많이 가까워졌어요. 이번에 4대륙 때문에 왔을 때 같이 떡볶이도 먹고 쇼핑도 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 박소연은 부드러운 음악, 서정적인 연기에 집중한다. 자신도 카리스마가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한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때가 아니고 당장은 클린 연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아직은 부드러운 연기, 언젠가는 카리스마도 보여주고 싶어요"

박소연의 연기를 보면 아직까지는 서정적인 것이 많다. 피겨 선수로서 연기 변신을 꾀하는 것은 당연히 부려야 할 욕심이다.

'록산느의 탱고'나 '미스 사이공' 등을 통해 수려한 연기를 펼쳤던 김연아도 본격적으로 예술성으로 인정을 받았던 것은 2008~2009 시즌 '죽음의 무도'라는 음악을 쇼트프로그램에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김연아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피겨계를 주름잡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음악을 고르면서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직 그 음악을 따라가기에는 몸이 잘 따라가지 않더라구요. 그런 연기를 언젠가 해야되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이제 박소연은 2014~2015 시즌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6개월이었다.

"마무리를 잘해야죠. 4대륙 선수권에서 클린 연기를 해서 프로그램 구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으면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바라볼 수 있었을텐데 심판진들에게 좋은 인상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요. 동계체전(24~27일·울산)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감을 찾고 세계선수권(3월 23~29일·중국 상하이)에서 재도전해야죠. 2015~2016 시즌이요? 일단 이번 시즌부터 다 끝내놓고 천천히 생각할래요."

▲ '포스트 연아', '제2의 김연아'라는 수식어는 찬사라고 말한다. 아직 해야할 것, 고쳐야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좀 더 좋은 선수, 큰 선수가 되겠다는 욕심이 꿈틀거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5년째 따라붙는 '포스트 연아', '제2의 김연아'라는 수식어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좀 더 큰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욕심을 부려볼 수 있지 않을까였다. 하지만 박소연은 아직 소박했다.

"그런 수식어는 제게 최고의 찬사죠. 전 아직 해야할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잘할 수 있게 될 때 큰 욕심을 부려볼래요."

[취재후기] 박소연의 말을 들어보면 겉으로는 큰 욕심이 없는 듯하다. 이제 '제1의 박소연'이라는 말을 들어야 할 때가 아니냐는 질문에 '제2의 김연아'라는 말조차도 최고의 찬사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이미 큰 욕심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완벽한 연기를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자신을 향한 채찍질이다. 그것이 과도한 부담과 긴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적당한 부담과 긴장은 오히려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제 평창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3년이라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박소연이 좀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그렇게 모자란 시간도 아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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