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한국 당구의 미래가 밝다. ‘천재’ 김행직(23·전남당구연맹)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기에.
김행직은 28일 서울 송파구 퍼시스빌딩에서 열린 빌리어즈TV 코리아오픈 결승전에서 강동궁(수원시청)을 40-35로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20대 초반의 이 앳된 신예는 대선배를 맞아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중반까지 15-23으로 끌려갔지만 12,13이닝에 각각 5점씩을 내며 역전에 성공한 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 1월 아시아선수권 우승, 이달 초 이집트 룩소르 월드컵 준우승에 이은 파죽지세다. 최성원(부산체육회)과 비교해도 전혀 밀릴 것이 없는 페이스다. 지난해 주니어에서 성인 무대로 진입한 김행직은 국내 최강급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될성부른 떡잎, 주니어대회 4회 우승
김행직은 2007년 9월 스페인 로스 알카사레스에서 열린 세계주니어(U-21) 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고(故)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이 월드컵에서 2회 우승한 이후 한국선수가 두 번째로 맛보는 세계대회 우승이었다. 대회 최연소 우승이기도 했다.
2008, 2009년에는 주춤했던 그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회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2012년 스페인 산 자비엘서 세운 에버리지 1.638과 15점 하이런은 대회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4회 우승 역시 세계주니어선수권 사상 첫 쾌거다.
김행직은 전북 익산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보고 6세 때 처음 큐를 잡았다.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그는 익산남중에 입학한 2004년 전북당구연맹 소속 정식 3쿠션 선수가 됐다. 그리고 등록 1년 만인 2005년 제86회 전국체전 시범종목인 학생부 3쿠션에서 우승했다.
졸업 후에는 국내 최초로 당구부를 만든 수원 매탄고로 진학해 기량을 갈고 닦았다. 매탄고는 김행직 때문에 창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는 당구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지 못해 지도자가 없었지만 김행직은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선수로 올라섰다.
◆ 톱랭커 만나도 실력 발휘, 해외리그 경험 내공
최성원도, 강동궁도, 허정한(경남당구연맹)도 모두 덜미를 잡혔다. 김행직은 룩소르 월드컵에서는 프랑스 간판 제레미 뷰리와 스웨덴의 당구 황제 토브욘 블롬달도 물리쳤다. 초등학교 때부터 큐를 잡은 그는 톱랭커들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는다.
전남당구연맹 황석래 전무이사는 “왼손잡이 천재다. 다른 선수들보다 샷이 깔끔하고 팔로가 좋다”며 “세계적인 선수들은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큐를 잡았다. 김행직도 어렸을 때부터 당구를 시작해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좋다”고 평했다.
김행직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독일 1부 프로리그와 네덜란드 리그를 경험한 선수. 2010~2011 분데스리가 리그 우승, 2010-2011 시즌 네덜란드 리그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외국인들과 리그를 치렀으니 레벨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황 전무는 “김행직 또래의 선수들 중에도 분명 잘 치는 선수들이 있지만 유럽 리그를 경험한 김행직의 내공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면서 “신장까지 큰데다 원심력을 활용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한국 당구를 이끌어갈 선수”라고 평가했다.
최성원은 지난해 11월30일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후 5개월째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 당구선수 가운데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대업이다. 그의 뒤를 이을 선수가 바로 김행직이다. 당구팬이라면 그의 이름을 기억해두는 것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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