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불펜·내야 위태. 외야 든든.
류현진(32·LA 다저스)이 잘 던지고도 승수를 쌓지 못했다.
류현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서 7이닝 8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94개였다.
승수를 쌓지 못한 게 무척 아쉽다. 후반기 첫 등판일정에서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붙었던 보스턴 타선을 제압한 건 큰 의미가 있다. 힘겹기로 유명한 아메리칸리그 동부 원정에서 유일한 평균자책점(방어율) 1점대 투수의 면모를 확인한 건 고무적이다.
이날 경기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의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로 전국에 송출해 이목을 끌었는데 류현진은 또 다시 존재감을 발휘했다. 1회 24구를 던졌지만 이후 6이닝을 단 70구로 막아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옥에 티는 페드로 바에즈였다. 8회 내용은 너무도 허무했다. LA 다저스가 4-2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선두 타자 잰더 보가츠와 다음 타자 J.D.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백투백 홈런을 맞았다. 류현진이 공들여 쌓은 탑이 순식간에 무너진 장면이었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방어율)은 1.73으로 출발해 1.78로 소폭 올랐다. 내야진의 도움만 있었다면 내릴 수 있었다. 1회말 2실점 과정에서 안타를 5개 허용했는데 유격수 크리스 테일러, 2루수 엔리케(키케) 에르난데스, 1루수 데이빗 프리스가 ‘조금만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단 1사 1루에서 테일러 쪽으로 땅볼이 흘렀을 때 키케의 베이스 커버가 늦으면서 주자가 쌓였다. 2사 만루에선 앤드류 베닌텐디의 땅볼을 테일러가 백핸드로 잡아 1루로 던졌으나 이마저 내야안타가 됐다. 원바운드로 향했다 해도 1루수 프리스가 충분히 캐치할 수 있었다.
류현진이 계투 방화와 내야 불안으로 승을 날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반기 지독한 아홉수(4경기 연속 10승 실패)에 걸렸을 때도 이런 장면은 흔했다. 류현진은 시즌 전 목표로 내세운 20승을 해낼 역량이 충분하지만 다승은 운이 따라야 해 적립 페이스가 더디다.
내야나 중간과 달리 외야수들은 든든하다. 좌익수 알렉스 버두고, 중견수 A.J. 폴락, 우익수 코디 벨린저는 공수에서 류현진 중계를 지켜본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버두고와 벨린저는 강한 어깨로 득점을 막았고 폴락은 3점 홈런에다 좌전 적시타를 때렸다.
그중에서도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평소 극찬하는 버두고의 어시스트가 압권이었다. 5회말 2사 1,2루에서 보스턴 마르티네스가 좌전 안타를 날렸다. 한데 버두고가 바운드 없는 ‘빨랫줄 레이저빔’ 송구로 포수 러셀 마틴과 이닝을 종료시켜 버렸다.
내야 동료들과 뒤에 등장하는 투수들이 외야수들만큼만 해준다면 류현진은 ‘무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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