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Tip!] 조정석이 ‘녹두꽃’을 ‘행운이나 다름없는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녹두꽃’이 배우 조정석 인생에 끼친 영향력이 컸다는 뜻. 특히 조정석은 인생작을 묻는 질문에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냐”고 대답했던 과거와 달리 ‘녹두꽃’에 대해서는 “감히 고를 수도 있을 것 같은 뜻깊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스포츠Q(큐) 이승훈 기자] 스크린을 통해 이미 사극 연기를 선보였던 조정석이 ‘녹두꽃’으로 안방극장까지 진출했다. 사극 드라마는 처음이라 부담감이 있었을 테지만, 조정석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SBS ‘녹두꽃’ 종영 인터뷰에서 “섭섭함 없이 시원하기만 하다. 그만큼 행복했고 좋았기 때문에 아쉬운 게 없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 생각만 해도 눈물 글썽이게 만드는 ‘녹두꽃’... “여운이 긴 작품”
“연설하는 장면은 대사를 못할 만큼 울컥했던 신이었어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조정석이 드라마 ‘녹두꽃’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로 ‘연설 장면’을 지목했다. 해당 신은 ‘녹두꽃’ 시청자들에게도 아직까지 회자되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또한 조정석은 배우로서 몰입도가 높았던 순간을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백이현(윤시윤 분)이 저한테 미안하다고 얘기할 때, 제가 눈물을 닦아줄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울면서 엄마한테 허심탄회하게 제 마음을 털어놓을 때도, 동료들이 죽었을 때도, 많은 민중들한테 ‘나는 끝까지 싸우겠다’며 굳은 의지를 털어놓을 때도 힘겨웠어요.”
특히 조정석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감정을 억누를 때도 있었다. 목이 메거나 눈물이 터지면 대사를 못하기 때문에 배우로서 진짜 힘들었다. 지금도 이런 장면을 생각하면 울컥한다”며 ‘녹두꽃’ 속 백이강 캐릭터에서 아직까지 빠져나오지 못한 심정을 드러냈다.
‘녹두꽃’ 백이강을 연기하는 배우 조정석의 마음가짐이 이토록 진지하다보니 시청자들 또한 “조정석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쏟아내며 그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조정석은 “제 연기를 보고 감동을 받으셨거나, 자신의 삶이 더 윤택해지고 좋아졌다고 해주시는 팬분들의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면서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녹두꽃’에 강한 애착을 내비쳤다.
“‘녹두꽃’은 우리나라의 아주 큼지막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에요. 주인공으로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자체가 굉장히 영광스럽죠. 작품이 갖고 있는 힘과 메시지, 촬영하면서 만난 좋은 사람들 등을 모두 통틀어서도 ‘녹두꽃’에 함께할 수 있어서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 이복형제 윤시윤부터 녹두장군 최무성·연인 한예리까지, “기가 막힌 호흡”
‘녹두꽃’에는 조정석 외에도 이른바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주·조연, 단역이라고 할 것 없이 ‘녹두꽃’의 모든 배우들은 수준급 연기력을 자랑하며 극의 흡인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셈.
조정석은 “좋은 사람들하고 작품을 하는 게 진짜 좋다. 배우에게 그만큼 좋은 게 없다”며 ‘녹두꽃’ 출연 배우들과 뽐냈던 환상의 케미를 극찬했다.
“(윤)시윤이는 너무 좋은 배우에요. 백이현이 나중에 죽는다는 결말을 알고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서사가 굉장히 힘들고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잘해준 것 같아요. (한)예리는 처음에 놀랐어요. 감정의 폭이 무척 넓더라고요. 디테일도 좋은데 섬세하기까지 해요.”
그는 “인간적으로도 너무 좋았고,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며 윤시윤, 한예리 인간성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한 조정석은 안길강과 노행하, 병헌, 정규수, 박지환, 민성욱 등 ‘동학별동대’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하나’나 다름없었다”고 고백했다.
“저와 해승, 버들이만 한양으로 갈 땐 별동대가 그리웠어요. 완전체가 아니다보니까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별동대 멤버들은 호흡이 정말 기가 막혔어요.” (웃음)
조정석은 ‘녹두꽃’에서 동학농민항쟁을 이끈 전봉준 역의 배우 최무성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백이강에게 전봉준은 아버지 같은 분이자, 아주 뜨거운 심지 같았다”면서 “최무성 선배님의 모든 대사들이 강렬하게 와 닿을 정도로 묵직하셔서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렬했다”고 전했다.
◆ 조정석의 ‘열일 행보’ 비결은? “아직까지 연기가 재밌어”
영화와 드라마, 심지어 공연 무대까지. 매년 한 작품 이상은 기본이다. 대중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배우로서 조정석은 계속되는 스케줄로 인해 별다른 공백기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신적은 물론, 체력적으로 고단한 상황일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조정석은 “다행히 난 정말 연기가 재밌다”면서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재미’를 선택했다.
“몇 년 째 연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재밌다고 느끼는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어요. ‘녹두꽃’ 촬영하기 전에 신혼여행도 다녀오고 잠깐 쉬어봤는데, 물론 휴식도 꿀맛 같지만 촬영을 시작하면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난 13일 ‘녹두꽃’ 종영 후 조정석은 현재 영화 ‘엑시트’ 개봉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정석은 이미 신원호 감독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차기작으로 확정지은 상태. 2019년 역시 조정석으로 가득한 한 해다.
특히 조정석은 “무대가 그립기도 하다. 공연도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로맨스, 액션, 스릴러 등 장르와 역할들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변주가 잘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또한 그는 “작정한 듯 ‘내가 당신의 배꼽을 떨어뜨려 놓겠다’는 느낌의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나에게 이런 걸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 덧붙였다.
[취재후기] 올해로 마흔 살 나이가 된 1980년생 배우 조정석. “요즘 주위에서 ‘편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그의 말처럼 실제로 조정석은 여유롭고 유연해진 태도로 인터뷰를 마쳤다. 더 나아가 ‘인생은 사십부터’라는 세계적 유행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본격적으로 ‘인생의 시작’을 알린 조정석의 필모그래피가 기대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