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만5천60분의 1'. 45개의 숫자 중 자신이 적은 6개의 숫자가 딱 들어맞을 확률.
국민 누구나 꿈에 그리는 로또 1등에 당첨될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계산한 결과다.
길을 걷다 벼락을 맞아 죽기보다 어렵다는 확률을 뚫고 로또 1등에 당첨돼 천국으로 향하는 급행열차를 탄 두 남자의 말로(末路)는 비참하고 처참했다.
한 명은 동생을 죽인 살인자로, 다른 한 명은 모든 것을 탕진한 채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좀도둑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 친동생 살해 혐의로 체포된 A(58)씨의 사연은 주변 사람들을 경악게 한다.
수년 전 전북 전주에서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뺀 당첨금 8억여원을 손에 쥔 A씨.
그는 이 중 3억원 상당을 자신의 누나와 동생 2명에게 나눠준 뒤, 정읍에 식당을 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난에 시달렸다.
A씨는 자신이 준 당첨금을 보태 산 동생(49)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천600만원을 빌려 썼으나 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아 매달 25만원의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동생은 그런 형을 처음에는 이해했지만, 은행의 빚 독촉이 계속되자 최근 A씨와 여러 차례 다퉜다고 한다.
형제의 갈등은 점점 커졌고, 급기야 A씨는 지난 11일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동생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억대의 돈을 선뜻 줄 정도로 우애 깊던 형제에게 로또 당첨은 천국이 아닌 비극으로 향하는 길이 되고 말았다.
이보다 더 큰 당첨금을 받은 B(39)씨의 말로도 비참했다.
그는 13년 전인 2006년 20대 중반에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하고 14억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쥐었다.
B씨는 처음에는 당첨금을 가족에게 쓰며 새 인생을 사는 듯했지만, 얼마 못 가 도박장과 유흥시설을 드나들며 8개월 만에 돈을 탕진했다.
그는 영남지역 금은방과 휴대전화 할인매장, 음식점, 의류매장 등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 지난 6월 경찰에 붙잡히는 등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2012년 광주에서는 30대 가장이 로또 1등 당첨금 18억원을 사기 피해 등으로 날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또 2003년 회차 이월로 무려 242억원이라는 거액을 받은 40대는 무계획적인 주식 투자로 당첨금을 모두 탕진하고 10년 만에 사기 피의자로 전락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9천658억원에 달한다.
이 동안 52번의 추첨을 통해 판매액의 절반 수준인 1조9천803억원(세금 제외)이 당첨자에게 돌아갔다. 1등 1인당 평균 당첨금액은 19억6천100만원이었다.
'인생 역전'까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삶을 사는 데 부족함이 없는 액수임에도 일부 당첨자가 안정적인 여생을 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순간에 쥔 거액의 돈을 사업이나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잃거나 유흥이나 도박으로 탕진해 범죄자로 전락하는 일부 당첨자의 사례가 드물게 파악되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권 당첨금이나 유산 상속, 투기 등으로 갑작스럽게 거액을 갖게 된 이들은 신중하지 못한 투자를 하거나 도덕적인 해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땀 흘려 얻은 대가가 아니다 보니 쉽게 돈을 쓰다가 비극을 자초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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