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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통한의 PK... 아픈 만큼 성장하리 [동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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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통한의 PK... 아픈 만큼 성장하리 [동아시안컵]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17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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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통한의 페널티킥이었다. 핸드볼 반칙을 한 심서연은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수준 차는 분명했지만 잘 싸웠음에 틀림없는 경기였다. 한 끗 차 패배였다. 한국 일본 양 국의 인프라 격차를 감안하면 박수 받기 충분한 경기를 펼쳤다. 콜린 벨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과 함께한 첫 대회를 준우승으로 마감했다.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1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에 0-1로 졌다. 후반 42분 모미키 유카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줬고,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했지만 동점을 만들지는 못했다. 

1승 1무 1패로 중국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한국 +2, 중국 –2)에 앞선 2위로 마쳤다.

흥행에 실패한 대회로 평가받지만 한일전에는 앞선 경기들보다 훨씬 많은 4238명의 관중이 들었다. 일본 팀 관계자들과 원정팬들을 제외한 운동장 대부분의 목소리가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울려 펴졌지만 끝내 안타까운 탄식으로 남았다.

페널티킥 판정이 나자 이영주(가운데)가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일본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었다. 비겨도 우승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기보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급한 건 한국이었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고 전술적으로 잘 갖춰진 일본을 상대로 공격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손화연-여민지-최유리로 구성된 발 빠른 공격진이 수비 배후를 노렸지만 좀처럼 결정적인 슛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후반 들어 압박의 강도를 높여 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일본 모미키의 슛이 센터백 심서연 팔에 맞았다. 직전 상황에서 클리어링 실수가 있었고, 슛으로 이어졌다. 골키퍼 윤영글이 방향을 따라갔지만 공은 골망을 갈랐다. 

콜린 벨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일본의 우승을 축하하고 존중한다”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이겼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최소 무승부는 가져갈 수 있었다. 경기 막판 2~3분 불필요한 플레이로 일본에 승리를 선물한 꼴이 됐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결과에는 실망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전반적인 경기력과 태도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 보여준 에너지와 퍼포먼스에는 실망하지 않는다”며 “에너지가 넘쳤고, 전술적으로 잘 움직였다. 앞으로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가장 도드라진 발전은 팀 전반의 에너지 레벨이 상승한 것이다. 윤덕여 감독 체제에서 공수 간격이 벌어질 때가 많았고, 공격을 주도하다가도 역습 한 번에 무너진 경기도 잦았다. 세트피스의 경우 공수 양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개선됐다. 이번 대회 3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단 1골만 내줬다. 

벨 감독은 “3경기 수비 안정성이 좋았다. 오픈 플레이로 실점하지 않았다. 상대에 찬스를 많이 주지 않았다. 2015년 캐나다 월드컵 때와 최근 경기들을 비교해보면 압박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며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통한의 패배였다. 동료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페널티킥을 내준 심서연(왼쪽 두 번째)을 꼭 안아줬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렇지만 일본전 통한의 패배를 당하고, 중국전 잘 싸우고도 승리를 쟁취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벨 감독은 “페널티박스 안팎에서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 상대를 위협하고 결정지어야 한다. 오늘 배운 점은 박스 근처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플레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공을 가졌을 때 공을 너무 쉽게 내준다. 공이 있거나 없거나 경기를 지배해야 한다. 이는 시간을 가지고 차차 선수들이 적응해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개선이 필요한 점도 꼽았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윤영글에 따르면 벨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자신감이 넘쳤고, 선수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고자 노력했다. 일본이 앞서 대만을 9-0, 중국을 3-0 완파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했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독려했다.

실제로 일본은 이날 지난 2경기와 달리 고전했다. 측면을 활용한 연계 플레이로 대만, 중국의 수비를 허물던 일본은 좀처럼 한국을 궁지로 몰아넣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벨 감독은 거듭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일본이 시상식에서 세리머니를 할 때 심장에 칼이 꽂히는 것 같았다. 충분히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경기였다. 선수들이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았고, 자격이 충분했기 때문에 아쉽다”면서 “서로의 등을 토닥이기보다 오늘의 패배로 뼈저리게 배워서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선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자신감이 묻어난다. “결과는 바뀌지 않겠지만 우리 선수들이 지금까지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제 걸음마를 뗀 '벨호'의 다음 목표는 내년 2월 제주에서 열릴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을 뚫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그 앞서 지소연, 조소현, 이금민 등 해외파 없이 자신감을 충전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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