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2-18 15:04 (수)
[소해준의 스포츠 멘탈코칭] 장사 허선행(下) … 운동선수의 몰입(flow) 효과
상태바
[소해준의 스포츠 멘탈코칭] 장사 허선행(下) … 운동선수의 몰입(flow) 효과
  • 소해준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31 1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소해준 칼럼니스트] 선수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스포츠 멘탈코칭’ 전문가 소해준입니다. 저는 프로선수들부터 유소년까지 다양한 종목의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며 그들의 멘탈 및 심리적 성장을 돕는 일을 합니다. 본 칼럼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스포츠 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 또한 제가 선수들에게 직접 들은 답변만을 싣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멘탈 강화를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까. 눈 뜨는 순간부터 침대에 눕는 순간까지 하나의 대상이 계속 생각나면서 무척 행복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충만한 상태 말이다. 그것이 바로 몰입(flow)이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이자 긍정심리학 대가인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의식이 질서 있게 구성되고, 자아를 방어해야 하는 외적 위협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주의가 목표만을 위해서 자유롭게 사용되는 상태를 몰입이라고 말했다.

 

허선행 / 사진=허선행 제공
허선행 / 사진=허선행 제공

 

 

필자가 몰입을 강조하는 이유는 몰입이 강한 멘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의식세계를 질서 있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건강한 정신, 즉 강한 멘탈을 의미한다.

2019년 용인장사씨름대회 태백급 3위, 2019년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씨름 일반부 청장급 3위, 그리고 2019년 천하장사 씨름 대축제에서 만 20세에 태백장사가 되며 2000년대 이후 최연소 장사로 등극한 씨름선수 허선행의 사례를 보자.

“씨름은 저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저는 온종일 씨름만을 생각해요. 그리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씨름을 하게 되면 웃게 되어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허선행 장사의 말이다. 몰입을 통해 오는 행복이 느껴진다.

“씨름을 하게 되면 진짜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안나요. 씨름을 하는 그 자체가 마냥 행복해서 다른 애들 쉴 때도 더 연습하게 되죠. 오전 오후 저녁마다 스스로 정해둔 연습량이 있는데 전 무조건 다 지켜요. 힘들다고 쉬는 건 제게 없어요. 저는 행복하니까 계속 해요.”

그가 하는 말을 보면 허선행 장사는 씨름을 향한 자신의 의식을 질서있게 구성하며 오직 씨름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사용한다. 이러한 몰입의 과정은 행복이며 건강한 정신을 동반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론 강한 멘탈로 연결되는 것이다.

몰입상태에서는 인간의 심리적 에너지가 구체적인 목표에 집중되며, 지니고 있는 기술적 능력이 최상으로 활용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신경이 목표로 향하고 이외의 것들은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의식에 질서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썼던 시간들을 나중에 되돌아보면 힘든 것 보다는 즐거운 기억이 남게 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는 원리이지만 실제 몰입을 할 수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몰입을 잘 할 수 있는 선수만이 뛰어난 선수,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기술 수준 향상과 더 높은 목표까지 추가한다면 이후 성장은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의식을 통제한다는 것은 단순한 인지적인 기술이 아니다. 몰입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아무나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래서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몰입은 앎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허선행 장사에게 이러한 몰입능력을 칭찬하니 “운동선수는 다 이런 거 아닌가요? 저는 그냥 씨름이 너무 좋아요. 이 생각만 나요.”라며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허선행 장사의 언행을 보면 운동선수에게 중요한 몰입이 무엇인지를 온전히 알 수 있다.

그는 휴가 때 주로 씨름하는 친한 형들을 만나 카페에 간다고 한다. 그럼 기본 3시간이라고 하는데, 3시간동안 남자들끼리 뭘 할까 궁금해 하자 역시나 허선행다운 답이 돌아왔다.

“그동안 연마한 기술에 대해 형들과 이야기 나누며 해당 기술이 어떨지 시범삼아 자세도 잡아봅니다. 그러다 괜찮으면 씨름장에 가서 또 연습해보고 그러지요.”

운동선수가 몰입능력이 있고 없고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운동에 몰입할 수 있는 선수는 인성부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매번 실력으로 삶을 증명해낸다.

허선행 장사는 현재 제주도에서 훈련 중이다. 2020년 새해 그가 어떠한 성장과 발전을 보여줄지 벌써 궁금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리라.

 

 

 

소해준

- 스포츠Q(큐) 칼럼니스트

- 한국멘탈코칭센터 대표 멘탈코치

- 2018 K리그 전남드래곤즈 멘탈코치

- 중앙대학교 스포츠운동 심리 및 상담 박사과정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