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어렵게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 맹활약하며 자신의 시대를 연 선수들 중 대표격으로 케일럽 드레슬(미국)을 꼽을 수 있다.
은퇴한 마이클 펠프스(미국) 후계자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는 남자 자유형 100m와 50m, 접영 100m, 단체종목인 계영 400m, 혼계영 400m를 석권하며 5관왕에 등극했다. 접영 100m(49초45)와 혼계영 400m(3분26초78)에선 세계신기록도 세웠다.
차세대 수영 황제로서 대관식을 마친 셈이다. 처음 정식종목이 된 혼성 혼계영 400m(5위)에서만 메달을 놓쳤을 뿐 출전한 나머지 종목에서 모두 '금빛 역영'을 펼쳤다.
여자 수영선수 중에는 단연 엠마 매키언(호주)이 빛났다. 매키언은 여자 자유형 100m와 50m, 계영 400m, 혼계영 400m에서 우승하며 4관왕을 차지했다. 접영 100m와 계영 800m, 혼성 혼계영 400m에선 동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에서만 무려 메달 7개를 수집했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떠난 뒤 처음 열린 올림픽 육상에선 마르셀 제이콥스(이탈리아)가 남자 100m 챔피언으로 거듭났다. 결선에서 자신의 개인 최고기록을 0.15초나 단축하며 9초80으로 우승, 이탈리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육상 100m에서 입상했다. 그는 남자 400m 계주에서도 이탈리아가 깜작 우승을 차지하는 데 앞장서며 2관왕에 올랐다.
여자부에선 일레인 톰슨이 100m에서 올림픽기록(10초61)을 세우며 정상에 서고, 200m 금메달을 딴 데 이어 400m 계주 결승에서도 자메이카의 정상 탈환을 이끌며 3관왕을 달성했다.
카르스텐 바르홀름(노르웨이)은 남자 400m 허들에서 역대 처음으로 46초대 벽을 넘어 45초94의 세계신기록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역도 남자 최중량급(109㎏ 이상급)에 출전한 라쇼 탈라카제(조지아)는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을 새로 쓰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인상 223㎏, 용상 265㎏, 합계 488㎏ 모두 종전기록을 경신한 수치다.
한국에선 전통의 효자종목 양궁에서만 다관왕이 나왔다.
안산(광주여대)이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 여자 개인전을 싹쓸이해 올림픽 양궁 역대 첫 3관왕이자 한국선수 하계올림픽 사상 첫 3관왕 영예를 안았다. 혼성 단체전에서 안산과 금메달을 합작한 김제덕(경북일고) 역시 남자 단체전을 제패해 2관왕에 등극했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따라오는 법. 기대보다 못 미치거나 이변의 희생양이 된 인물들도 많다.
테니스 남자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열린 메이저 3개 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를 모두 휩쓴 그다. 올림픽과 그 이후 개막할 US오픈까지 제패하는 '골든 그랜드슬램'을 노렸지만 단식 준결승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동메달결정전에서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스페인)에 져 포디엄에 들지 못했다.
니나 스토야노비치와 함께 출전한 혼합복식도 4위로 마쳤다. 조코비치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단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후 2012년 런던과 이번 대회 4위, 2016년 리우 대회 1회전 탈락 등 올림픽에선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여자 테니스 세계 1위 애슐리 바티(호주)와 2위 오사카 나오미(일본)도 웃지 못했다. 바티는 1회전에서 사라 소리베스 토르모(스페인·48위)에 패했고, 개회식 성화 최종 점화자였던 오사카도 16강에서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42위)에 덜미를 잡혔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오사카는 이후 일본 내에서 악의적인 비난을 당하기도 했다.
여자 기계체조 '리빙 레전드' 시몬 바일스(미국)도 심적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앞서 6개 종목 석권도 가능하다는 말이 나왔는데, 정작 대회가 열리자 그는 단체전 결선 한 종목만 뛰고 기권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극도의 중압감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성적을 내는 것보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선수 멘탈관리 중요성이 대두되며 안팎에서 위로와 격려가 쏟아졌다. 개인종합, 도마, 이단평행봉, 마루운동을 기권한 그는 마지막 종목인 평균대 결선엔 출전해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고 웃어보였다.
또 세계선수권에서 10차례나 우승하고 2012 런던, 2016 리우 올림픽 2연패를 작성한 유도 남자 100㎏이상급 테디 리네르(프랑스)도 8강에서 진 뒤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에서도 태권도 남자 68㎏급 세계 최강 이대훈(대전시청)이 무관, 역시 남자 58㎏급 1위 장준(한국체대)도 동메달에 머물렀다. 또 단체전에서 나란히 우승한 펜싱 남자 사브르 세계랭킹 1위 오상욱(성남시청), 양궁 여자 1위 강채영(모비스)은 개인전에서 8강 벽을 넘지 못했다.
올림픽 금메달 4개에 빛나는 '사격 황제' 진종오(서울시청)도 출전한 두 종목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디펜딩챔프 골프 여자와 야구 대표팀도 빈 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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