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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새 역사' KB손해보험, 김홍정-김정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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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새 역사' KB손해보험, 김홍정-김정호도 있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4.0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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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남자배구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의정부 KB손해보험에는 케이타뿐만 아니라 주장 김홍정(36)과 제2 공격수 김정호(25)도 있다. V리그 13개 팀을 통틀어 가장 확실한 외국인선수를 보유했지만 그것만으로 KB손보의 사상 첫 정규리그 준우승 및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KB손보는 3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 단판승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3-25 25-17 25-19 25-15) 역전승을 거뒀다.

정규리그에서 마지막까지 인천 대한항공과 우승을 다툰 2위 KB손보은 지난달 30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이후 사흘간 휴식했다. 4위로 봄 배구 무대에 올라 이틀 전 준PO를 치른 탓에 지친 한국전력을 무난하게 제압했다.

케이타의 난조 속에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부터 반격했다. 미들 블로커(센터) 김홍정과 윙 스파이커(레프트) 김정호가 경기 분위기를 바꾸면서 케이타를 도왔다.

[사진=KOVO 제공]
KB손해보험 주장 김홍정은 이날 2세트부터 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꿨다. [사진=KOVO 제공]

1세트 양희준에게 선발 자리를 내주고 원업존에서 대기한 김홍정은 2세트부터 들어와 승부처마다 블로킹을 잡아냈다. KB손보를 상징하는 노랑과 검정색이 적절히 섞인 신발을 착용한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디그와 블로킹 후 화려한 세리머니로 팀 분위기를 북돋웠다.

후인정 KB손보 감독은 경기 후 "교체 투입된 김홍정이 주장으로서 제 몫을 알고 잘해준 덕에 우리 페이스로 만들고 승리할 수 있었다"며 "미팅 때 '신영석(한국전력)이 전위로 올라오면 공이 2개 이상은 올라갈 테니 잘 대비하자'고 주문했는데, 잘 맞아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홍정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단판 승부는 분위기 싸움이고 모두가 다 미쳐야 한다"면서 "무게를 잡기보다 내가 먼저 나서 미치겠다"고 강조했는데, 팀 기세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경기 후 만난 김홍정은 "이번 시즌 블로킹이 잘 안 돼서 많이 힘들었다.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준비했다. 1세트 때 밖에서 보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처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세트에 들어가면서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좀 더 미친 척하고 소리 지르고 뛰어다녔는데, 후배들이 같이 따라와줘서 모두 미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09~2010시즌 수련선수로 당대 최강 대전 삼성화재에서 데뷔한 그는 챔프전을 경험한 바 있지만 주역은 아니었다. 러시앤캐시(현 OK금융그룹)을 거친 그는 이번에 KB손보에서 주축으로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기회를 맞았다.

김홍정은 "다른 건 없다. 내가 언제까지 배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기회는 정말 흔치 않고, 마지막으로 찾아온 기회라고 생각한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그때 잘할 걸'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싶다. 챔프전이라고 특별히 다른 건 없다. 똑같이 미친 척하면서 뛰어다니고, 즐겁게 우리끼리 배구 하다보면 좋은 경기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사진=KOVO 제공]
김정호는 서브에이스로 혈을 뚫었다. [사진=KOVO 제공]

김정호는 케이타의 공격부담을 덜어줬다. 15점을 냈다. 공격성공률(44.44%)은 평소보다 낮았지만 특히 4세트 3연속 에이스를 기록하는 등 서브로 6점을 올렸다.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한 김상우 KBSN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김정호가 보이기 시작하니까 팀이 분위기를 내누지 않는다"고 했고, 김준형 캐스터는 "김정호가 작게 보이는 게 아니고, 크게 보인다"고 치켜세웠다.

김학민 KB손보 코치는 경기 앞서 "김정호가 15점 정도 내주면 경기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그 바람대로 맹활약했다. 후인정 감독은 "(김)정호는 우리 팀에서 케이타와 대각에서 공격을 맡아줘야 한다. 사실 오늘 정호 공격이 좋지는 않았다. 교체하려던 중 서브가 좋아 끝까지 믿고 뛰게 했다. 서브에서 잘해줘 손쉽게 경기를 가져온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김정호는 올 시즌 부상 등으로 지난 시즌(481점, 공격성공률 54.73%)보다 다소 수치가 저조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팀 제2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53.26%의 높은 성공률로 271점을 쌓았다. 김홍정 역시 시즌 중반 부상 당한 새 신인 양희준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코트 안팎에서 팀 중심을 잡아줬다. 그리고 큰 경기에서 관록 있는 플레이로 팀을 지탱했다.

둘의 활약은 케이타를 일깨웠다. 케이타는 "경기 시작하면서 흥분된 상태였고,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 2세트부터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팀원들이 열심히 뛰어주는 만큼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2세트부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건 김정호의 서브에이스 덕이다. 팀원들의 우승 열망을 깊게 느낀 이후 정신을 차렸다. 내게 공을 올려달라고 했다. 이후 몸이 풀리면서 좋은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7~2018시즌 삼성화재에서 데뷔해 2018~2019시즌부터 KB손보에서 뛴 김정호 역시 챔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타와 함께한 지난 2년간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는 KB손보에선 김홍정과 김정호가 지닌 힘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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