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SSG 랜더스가 적지에서 펼쳐진 개막 2연전을 싹쓸이했다. 지난 시즌 선발 투수진이 붕괴돼 고통받았던 SSG가 올 시즌에는 '선발 야구' 부활을 예고한다.
SSG는 3일 경남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NC(엔씨) 다이노스와 방문경기에서 선발 노경은(38)의 호투 속에 케빈 크론과 최정이 각각 홈런포를 가동해 4-1로 승리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치른 개막전에선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32)가 KBO리그 출범 40년 만에 최초로 '퍼펙트' 투구 대기록을 세울 뻔했다.
폰트와 노경은이 초장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고, 이제 김광현도 돌아온다.
폰트는 2일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보내지 않았다. 무피안타, 무사사구로 한 이닝에 3명씩 딱 27명의 타자만 상대하며 삼진 9개를 낚았다. 9회말 2사 후 대타 정진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찍힌 구속은 무려 시속 150㎞였다.
하지만 공식 퍼펙트로는 인정되지 않았다. 폰트가 9회까지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은 반면 타선도 점수를 하나도 내지 못해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폰트는 9회말까지만 던지고 10회에 김택형에게 바통을 넘겼다. 퍼펙트는 완전 투구로 경기를 끝까지 책임져야 완성되기 때문에 '비공인 퍼펙트'로 남았다. 애석하게도 SSG 타선은 연장 10회초에만 4점을 뽑아내며 4-0 승리를 따냈다.
1982년 출범 이래 KBO리그에서 퍼펙트 투구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안타를 1개도 맞지 않는 '노히터(일본식 표현 노히트 노런)'만 14차례 작성됐다.
폰트보다 앞서 배영수 두산 베어스 코치도 '비공인 노히터' 비운을 맛본 바 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던 2004년 현대 유니콘스와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 오로지 볼넷 1개만 허용한 채 무실점 역투했다. 8회 2사까지 퍼펙트였고, 삼진을 11개나 뽑아냈지만 팀이 한 점도 얻지 못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연장 11회에 마운드를 넘겼고, 두 팀은 0-0으로 비겼다.
베네수엘라 출신 폰트는 지난해 KBO리그에 데뷔해 8승 5패 평균자책점(방어율·ERA) 3.46을 올렸다. 지난해 전체 투수 중 가장 낮은 피안타율(0.211), 두 번째로 낮은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1.09)을 남겨 SSG와 올해 총액 150만 달러(18억2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폰트는 구단을 통해 "팀이 이겨 충분히 만족한다"며 "(점수를 내주지 못한 것이) 전혀 아쉽지 않고,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보여준 것에 고맙다"고 밝혔다. "투구 수가 많아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며 "마음은 하고 싶었지만, 몸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2차전에선 불혹을 바라보는 베테랑 노경은의 역투가 돋보였다.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SSG 유니폼을 입고서 시범경기부터 14⅔이닝 19탈삼진으로 활약하더니 본 무대에서도 이름값을 했다.
노경은은 6회까지 단 1안타만 허용하며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봉쇄했다. 최고 구속 시속 146㎞의 빠른 공과 커터, 포크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두루 섞는 현란한 볼 배합으로 공 76개를 뿌렸다.
SSG는 2경기 19이닝 동안 딱 1점만 내줬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47에 불과하다. 팔꿈치 수술 재활 중인 박종훈과 문승원이 돌아오는 6월까지 버티는 게 올 시즌 상위권 입성 관건이 될 전망이다. 폰트-이반 노바-김광현까지 강력한 선발 트리오를 구축한 상황에서 노경은이 힘을 보탠다면, 박종훈과 문승원이 돌아온 뒤 마운드 운용에 유연성이 더해진다.
한편 김광현은 같은 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2군)팀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마지막 테스트를 치렀다. 성균관대를 맞아 5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총 51구를 던졌고, 최고구속 시속 147㎞를 찍었다. 슬라이더, 커터, 커브 등 변화구도 점검했다. 돌아오는 주말 KIA(기아) 타이거즈와 홈 개막 시리즈에서 3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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