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FC바르셀로나 DNA를 보유한 백승호(25‧전북 현대)가 월드컵 데뷔전에서 통렬한 중거리포를 작렬했다. 상대와의 기량차가 워낙 커 희망이 없었던 가운데 나온 한 줄기 빛이었다.
백승호는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후반 20분 황인범과 교체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11분 뒤 골까지 터뜨렸다.
전반 수비 붕괴 4실점으로 0-4 완패 분위기가 확실히 보이던 때 나온 대포였다. 왼발로 터진 백승호의 만회골에 새벽에 일어나 애써 졸음을 참으며 경기를 시청하던 국민들은 그나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12m에서 터진 슛이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 황보관, 1994 미국 월드컵 독일전 홍명보,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전 안정환,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 손흥민처럼 청량감을 선사하는 골이었다. 주발도 아닌 왼발인 데서 백승호의 양발 사용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알 수 있다. 앞서 황희찬(울버햄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슛을 연달아 걷어내 야속함을 자아냈던 세계 최고 수문장 알리송(리버풀)을 뚫은 결과라 더욱 짜릿했다.
백승호는 이번 월드컵에 SBS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승우(수원FC)와 더불어 세계 최고 클럽인 FC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청소년기를 보내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미드필더다. 티키타카로 상징되는 바르셀로나 출신답게 공을 다루는 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CF페랄라다, 지로나FC(이상 스페인), SV다름슈타트98(독일) 등 유럽에서 오래 뛴 뒤 지난해부터 전북에 둥지를 틀었다.
다만 멋진 골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고 있는 상황 그것도 박빙도 아니고 너무 크게 뒤져 있어 화끈하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백승호는 동료들의 축하를 받은 뒤 큰 이동 없이 포효하는 것으로 세리머니를 마무리했다.
백승호는 경기 직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승리를 하는데 기여했으면 좀 더 좋았을 거 같다”면서 “벤치에 있는 상황에서 들어가는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하려 했다. 팀이 지는 상황에서 도울 수 있게 돼서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97년생이라 앞날이 창창한 백승호다. 다음 월드컵, 다다음 월드컵까지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나이다. 부동의 주전인 정우영(알사드)이 1989년생이라 백승호가 미래를 책임질 필요가 있다. 축구선수로 전성기에 접어들 시기라 수비력을 조금 더 보완한다면 국가대표 주전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노력 또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주장 손흥민도 백승호를 언급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강인이도 승호도 어린 선수들이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 월드컵에서 이름, 실력을 펼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며 “더 책임감 갖고 잘 해야 한다.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한편, 백승호는 역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39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또 박창선 김종부 최순호 허정무 황보관 홍명보 서정원 황선홍 하석주 유상철 안정환 박지성 설기현 이을용 송종국 이천수 이정수 이청용 박주영 이근호 손흥민 구자철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에 이어 26번째 한국인 월드컵 득점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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