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하이다이빙은 국내에는 생소한 종목이다. 말 그대로 높은 곳에서 다이빙하는 종목이다.
남자는 아파트 10층 높이인 27m, 여자는 20m에서 뛴다. 높은 곳에서 뛰는 만큼 위험을 안고 나서는 종목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입수하는 풀 근처에는 안전요원이 대기한다. 상체로 입수하면 위험 부담이 있어 하체로 해야 한다.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익스트림 스포츠’로 위험 요소가 많아서 사전에 국제수영연맹 분과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그 동안 한국 선수가 이 종목에 출전한 적은 없었다.
한국인 처음으로 이 종목 세계수영선수권에 나간 선수가 최병화(31·인천광역시수영연맹)다. 한국 수영에 한 역사를 그은 것이다.
최병화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경영 선수로 활동했다. 대학생 때는 조정 선수로도 활약했다. 해병대를 전역한 뒤에는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부터 아마추어로 다이빙을 즐겼다. 유튜브 동영상과 논문 등을 읽으며 하이다이빙에 대해 독학했다. 여수와 제주 등 높은 곳에서 다이빙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훈련했고 자비를 들여 시설이 잘 갖춰진 미국과 오스트리아 등에서 훈련을 이어 나갔다.
2021년 12월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출전권 획득을 앞두고 국제연맹 분과위원회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병화는 노력을 거듭했고 지난 5월, 미국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2023 하이다이빙 월드컵 직전에 출전 승인을 받아 대회에 출전했다. 국제무대 데뷔전 성적은 29위.
이후 국제연맹으로부터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 출전권을 얻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와일드카드 초청 신분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최병화는 27일 일본 후쿠오카 모모치 시사이드 파크에서 열린 2023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남자부 27m 경기 3·4차 시기에서 113.10점을 추가해 1∼4차 시기 합계 187.50점을 기록했다. 출전한 23명 중 23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하이다이빙 불모지에서 개척해 만든 위대한 성적이었다.
최병화는 25일 열린 1·2차 시기에서는 74.40점을 얻어 최하위에 그쳤다.
27일 3차 시기에서 '앞으로 뛰어 다리를 쭉 편 채 양손으로 감싼 파이크(Pike) 자세로 3바퀴를 돌고 몸을 반 바퀴 비틀어 입수하는' 난도 3.4의 연기를 펼쳐 56.10점을 더했다. 마지막 4차 시기에서는 3차 시기와 처음 뛰는 방향만 반대고 다른 동작은 같은 난도 3.8의 연기로 57.00점을 추가했다.
최병화는 경기 뒤 "무척 만족스럽다. 처음에 여기 와서는 부담도 아주 크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사실 지금 수행한 4차 시기 기술은 제가 구사할 수 있는 최고 난도다. 후쿠오카에 와서 처음으로 시도한 기술이다"라며 "이제 4라운드를 마치고, 아직 살아 있으니 만족한다"며 했다.
그는 하이다이빙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래야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최병화는 "제가 진짜 살아 있는지, 반쯤 살이 있는 건지 확인하려면 다이빙대에 올라가야 한다. 4라운드까지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며 ”네 번이나 낭떠러지 끝에 서보지 않았느냐"고 했다.
최병화는 “올림픽이 목표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서 더 많은 국민이 종목을 알아만 주시면 좋겠다. 저는 이제 시작했으니 점점 발전할 거고, 나중에는 진짜 경쟁력 있는 하이다이빙 선수가 될 거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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