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황선우(20·강원도청)와 김서영(29·경북도청)을 중심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던 한국 수영에 깜짝 스타가 떠올랐다.
주인공은 지유찬(21·대구광역시청).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사실 지유찬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목받진 못했다. 지난 7월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주 종목인 자유형 50m에 출전했으나 22초17초로 예선에서 24위에 그쳐 16명이 오르는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개인 최고 기록이었지만 세계무대의 벽은 높았다.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예선에서는 공동 17위. 메달권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었다.
하지만 지유찬은 국내에서는 자유형 50m 최강자다. 올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과 4월 제주 한라배 전국수영대회 자유형 50m에서 연거푸 1위에 올랐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끝없이 단련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을 일궈냈다. 그것도 개인 기록을 넘어서는 아시안게임 신기록으로.
지유찬은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50m 결승에서 21초72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미 예선에서 21초84로 대회 기록을 0.1초 단축한 그는 종전 한국 기록(22초66)까지 동시에 줄였다.
결승에서 더 힘을 냈고 자신이 세운 아시안게임 기록을 몇 시간 만에 0.12초 단축했다. 남자 자유형 50m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건 건 2002년 부산 대회 김민석(공동 1위) 이후 무려 21년만. 역대 2번째 메달 주인공이 지유찬이다.
그는 이날 예선을 마치고 “이번에는 나도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결승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 아시아 기록(21초67)을 깨며 우승하면 더 기분 좋을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뤄냈다.
지유찬은 금메달을 따낸 후 "이번 금메달은 내가 수영을 더 열심히 하고 사랑하게 될 계기가 됐다"며 "오늘 정말 기분 좋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겠다. 아시아기록 경신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남 중 장남인 지유찬은 광주광역시 화정남초 시절인 9살에 수영을 시작했다. 재미있어 보여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엔 자유형과 배영, 접영 위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전남중, 광주체고에서 실력을 쌓았다. 고2이던 2019년 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 자유형 1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년도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해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됐다. 선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그때였다고 한다. 시합 전에는 자신감이 생기는 명언이나 말을 마음속으로 반복하는 루틴이 있다고 한다.
대한수영연맹에 따르면 지유찬은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라는 질문에 “누군가에게 '나도 지유찬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들게 하는 선수”라고 했다. 이날 우승으로 충분히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실력을 증명했다.
지유찬이 깜짝 스타로 한국 수영을 놀라게 했다면 남자 계영은 새로운 역사로 위대함을 보여줬다.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의 아시안게임 역대 첫 수영 단체전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양재훈(25·강원도청),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 김우민(22), 황선우(20·이상 강원도청)가 한 조로 나선 남자 계영 800m 대표팀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결선에서 7분01초73으로 1위에 올랐다.
한국 계영의 아시안게임 이전 최고 기록은 은메달이었다. 1990년 베이징 대회 여자 계영 400m,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남자 계영 800m, 2010년 광저우 대회 남자 혼계영 400m, 2014년 인천 대회 여자 혼계영 400m에서 4번이나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금메달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한국 선수단의 위력은 대단했다. 2번째 주자인 이호준이 300m를 통과할 때 1위로 올라섰고 이후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채 경기를 끝냈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이 작성한 7분02초26을 14년 만에 0.53초 단축하는 경사까지 일궈냈다.
개최국 중국은 왕순과 뉴광성, 양하오위, 판잔러 등 실력파를 앞세워 13년 만에 금메달 도전에 나섰으나 한국을 넘을 순 없었다. 7분03초40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전날 자유형 100m에서 동메달을 딴 황선우는 2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호준, 김우민, 양재훈과 예선에 나섰던 이유연(23·한국체대), 김건우(23·독도스포츠단)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서영은 아시안게임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10초36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한국 신기록과 당시 대회 신기록을 동시에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서영은 도쿄 올림픽 개인혼영 200m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후 긴 슬럼프에 빠졌고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 전망은 밝지 않았다. 김서영은 경기 뒤 "5년 전엔 패기로 메달을 딴 것 같다"라며 "이후엔 큰 노력이 필요하더라. 그동안 고민이 많았는데, 이 메달이 보상해 주는 것 같다"라고 했다.
남자 배영 100m 경기에 출전한 최동열(23·강원도청)은 59초28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수영은 대회 4일차인 26일에도 금빛 역영에 도전한다.
여자 자유형 100m에 허연경(18), 정소은(27·울산광역시청)이 나선다. 남자 개인혼영 400m에는 김민석(22·국군체육부대), 여자 배영 200m에는 이은지(17·방산고)가 출전한다. 여자 자유형 400m에는 한다경(23·전라북도체육회), 남자 자유형 1500m 패스트 히트에는 김우민이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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