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기자회견 불참, 다른 나라 스태프 위협, 비정상적인 중계방송 자막...
지난 8일 개막해 막바지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는 30억 아시아인의 축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이 저지른 일들이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나섰던 5년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북한이 '트러블 메이커'로 대회 내내 주목받고 있다.
초반부터 심상찮았다. 냉랭함을 보여주면서 세리머니를 거부한 게 시작이었다. 지난달 25일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단은 시상직 직후 은메달리스트 북한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거절당했다.
남자 유도에서는 북한 김철광이 한국 강헌철과 경기에서 승리한 후 강헌철의 악수 제안을 뿌리쳤다. 김철광은 2018 세계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으로 멤버였다. 예절을 중시하는 유도에선 악수가 기본이다.
선수단과 스태프들이 예민해보이는 일화는 또 있다. 30일 밤엔 축구장에서 그랬다. 리유일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 기자가 북한을 ‘북측’이라고 표현하자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좀 바로 합시다"라고 발끈했다.
여자 농구 남북 대결에서 북한이 진 뒤 선수단 관계자가 한국 기자가 북한이라 한 것에 대해 "우리는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부르지 말라. 그것은 좋지 않다.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고 반발한 다음날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한결같이 이슈를 생산 중인 북한이다.
남자 축구 일본과의 8강전. 한 북한 선수는 경기가 잠시 중단된 사이 그라운드에 들어온 일본 의료진에게 물을 달라며 때리는 자세를 취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1-2로 패배한 후엔 판정에 불만을 잔뜩 품고선 주심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이에 일본축구협회는 남자 축구 8강전에서 북한 선수들이 보여준 행동이 '반스포츠적'이었다며 관련 영상을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출했다.
다음날은 방송을 통해 실소를 자아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여자축구 남북전 승리 소식을 내보내면서 그간 잘만 사용해오던 '남조선' 대신 '괴뢰팀'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괴뢰는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여러 인형이란 뜻으로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자 복싱 금메달리스트 방철미는 4일 경기 후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북한이 공식 인터뷰를 거른 건 복싱뿐이 아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앞서 탁구와 농구에서 진 뒤에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날엔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의 코멘트 한 마디 들을 수 없었다.
윤석열정부의 외교 기조가 전 문재인정부와는 달라 벌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최근 남북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최근 우리나라를 '남측' 혹은 '남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 칭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 아니라 '별개 국가'로 보겠단 의도를 담은 것이라 풀이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시끄러운 북한, 과연 성적은 어떨까? 이번 대회에 여성 111명, 남성 74명 등 선수단 총 185명을 파견한 이들은 4일 일정 종료 기준 기준 금메달 9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8개로 종합순위 8위에 자리하고 있다. 기계체조(도마‧이단평행봉), 역도가 북한의 메달밭이다. 북한은 2014 인천에서 8위, 2018 자카르타·팔렘방에선 10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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