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가을은 가을이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예상 밖 선수의 활약을 앞세워 포스트시즌에서 순항하고 있다.
NC의 가을 주인공은 셋. 내야수 서호철(27)과 포수 김형준(23), 외야수 김성욱(30)이다. 이중 서호철과 김형준은 생애 첫 ‘가을야구’다.
긴장도 할 법도 하지만 능숙하게 자기 실력을 보여주고 팀 승리까지 이끌고 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최고의 전력으로 맞서기 때문에, 의외의 선수의 활약이 팀 승리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서호철은 지난 19일 두산 베어스와의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루홈런을 포함해 6타점으로 영웅이 됐다. 김형준은 홈런 2방을 포함해 4타점을 터뜨렸다.
서호철과 김형준에게 홈런을 기대하는 이는 드물었을 것이다. 서호철은 통산 정규시즌 205경기에서 홈런은 7개에 그쳤고 김형준은 185경기에서 11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때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두산전 둘의 타순은 각각 7·8번이었다. SSG전에서는 각각 6·7번으로 타순이 하나씩 올랐다.
서호철은 22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포함해 2경기 타율 0.625 1홈런 7타점 1볼넷으로 중심 타자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형준은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주고 있다. 시즌 막판 부상으로 빠진 주전 포수 박세혁(33)을 대신해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도 NC의 안방을 지키고 있다.
김성욱은 22일 SSG전 8회 1사 후 대타로 출전해 상대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35)의 초구를 때려 좌측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20m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8번째, 포스트시즌 28번째 대타 홈런이다.
김성욱은 장타력을 꽤 갖춘 타자다. 2016년(15개)과 2018(13개)년엔 정규시즌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상무에서 제대하고 맞은 올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그 사이 팀엔 FA(자유계약선수)로 입단한 박건우(33)와 손아섭(34)에 외인 제이슨 마틴(28), 권희동(33)까지 있었기 때문.
정규시즌에선 93경기에서 타율 0.223 6홈런 16타점으로 임팩트가 있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데는 포스트시즌 한 방이면 충분했다.
김성욱은 경기 뒤 경기 후 "항상 대타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요즘 자신감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무조건 칠 수 있다는 마음 가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큰 경기라) 엄청난 부담감은 없다. 그저 설렌다는 느낌으로 경기에 나선다. ‘이런 환경에서 언제 야구 해보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C는 마운드에서도 불펜 투수 류진욱(27), 선발 투수 신민혁(24)의 활약에 웃는다. 둘 다 포스트시즌은 처음.
류진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까지 2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활약하고 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른다. 류진욱은 정규시즌 70경기에서 22홀드(1승 4패)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한 특급 불펜 투수. 마무리 투수 이용찬(34)이 부진하고 있어 류진욱의 호투가 NC에겐 위안이 된다.
신민혁은 22일 SSG전에서 5⅔이닝 4피안타 3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정규시즌 SSG전에서 4경기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6.57에 그쳤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달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첫 승은 딴 NC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1989년부터 시작된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갈 확률은 87.5%(32회 중 28회)나 된다. 10구단 체제가 자리 잡은 2015년부터는 9연속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NC는 특급 외인 투수 에릭 페디(30)가 등판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승리가 의미가 있다. 페디는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고종욱의 타구에 오른쪽 팔뚝을 맞아 현재 회복 중이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선 아예 빠졌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가 오늘(22일) 불펜에서 19개를 던졌는데 정상 컨디션의 90%까지 올라왔다"면서 "하지만 아직 불안감이 있어 2차전에는 송명기(23)가 선발 등판한다"고 말했다.
송명기는 올시즌 정규시즌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5경기 4승 9패 평균자책점 4.83으로 부진했다. 다만 SSG전에는 6경기에서 11⅓이닝을 던져 1패 평균자책점 2.38로 좋았다.
홈에서 상대팀에게 승리를 내준 SSG는 토종 에이스 김광현(35)을 2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올 시즌 정규시즌 30경기에서 9승 8패 평균자책점 3.53의 성적을 거뒀다. 리그에서 10번째로 많은 16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거뒀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NC전에는 3경기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31로 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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