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글 김진수 기자·사진 손힘찬 기자]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카타르에서 귀국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300여 명의 팬들이 몰렸다. 입국장에 들어선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미소를 지은 채 나타났다.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조현우나 설영우(이상 울산 HD),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김태환(전북) 등 함께 귀국한 13명의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운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부 축구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이게 축구야!"라고 소리치거나 "집에 가", "고 홈"(Go home)이라고 외쳤다. 한 팬은 클린스만 감독이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작은 엿을 던지지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4강 탈락 이후 경질론이 부상한 상태다. 지난해 2월 초부터 무색무취 전술로 팀을 이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아시안컵에서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 전술을 펼치기 보다 선수들에게 경기를 맡긴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약체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기는 등 부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4강 탈락과 경질론 등 입지가 좁아진 상태에서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그는 ‘사퇴 의사가 있나’는 질문에 "나이스 퀘스천"(좋은 질문)이라며 웃어 보인 후 “저도 여러분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준결승전에선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며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의 경기 전까지 13경기 무패라는 결과도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면서 "그런 것을 생각하며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이 “성장 과정”에 있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년 동안 성장하면서 새로 발견한 부분도 있다. 어린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키며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대표팀이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4강에 오르고도 강한 비판은 받는 점에 대해선 "축구를 통해 얻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16강전이나 8강전 승리 땐 많은 분이 행복해하셨을 거고, 탈락하면 여론이 달라지고 부정적인, 극단적인 발언도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런 비판도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지도자이자 축구인으로의 자세"라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잦은 해외 일정으로 비판받았다. ‘외유 논란’, ‘원격 근무’로 논란을 빚었다. 특히 ESPN 등 해외 방송에 패널로 출연해 유럽 축구 비평을 하는 등 대표팀 감독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일정까지 소화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은 국제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 그의 방식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이날 "월드컵 예선이 있기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면서도 "국가대표팀 감독은 출장을 비롯한 여러 업무를 프로팀 감독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지적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다음 소집은 3월이다. 3월 A매치 기간에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가 열린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5-0), 중국(3-0)과의 2연전을 모두 이겼다. 현재 C조 선두(승점 6)에 올라 있다. 한국은 오는 3월 21일 태국과 홈 경기를 치른 뒤 5일 뒤인 26일 태국 원정 경기에 나선다. 대표팀 소집은 3월 18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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