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은 축구계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KFA는 최근 연달아 행정적으로 실망을 안겼다.
정몽규 회장이 선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1년도 못 채우고 경질됐다. 부임 내내 외유 논란, K리그 홀대, 재택근무 등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고 경기에서는 무전술로 일관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거듭한 끝에 4강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3월에는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축구계 인사 100명을 사면 조치 논란을 키웠다. 사흘 만에 사면 조치를 철회했지만 정몽규 회장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지난달에는 U-23(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진출이 40년 만에 좌절됐다. 결과적으로 KFA가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을 3월 태국과의 2026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지휘봉을 맡긴 게 악수(惡手)가 됐다.
축구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는 태국전에서 “정몽규 나가”를 외쳤다. 지난 7일에는 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낙후된 축구 저변은 돌보지 않고 오로지 대표팀 성적에만 몰두하는 현 집행부의 졸속행정 때문에 한국 축구가 퇴보하고 있다"며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악재 속에서 정몽규 회장은 흔들리지 않는다. AFC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1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4회 AFC 총회에서 집행위원으로 뽑혔다. 정몽규 회장은 단독으로 출마해 투표 없이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AFC 집행위원회는 아시아 축구 최고 집행 기구다. 각종 대회 개최지 선정 등 AFC 행정의 주요 의사결정이 AFC 집행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임기는 2027년 정기총회까지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2월 제33회 AFC 총회에서 치러진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AFC 회장 직권으로 AFC 준집행위원 자격을 얻었다. 이번에 정식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정몽규 회장이 국제 축구 외교 무대로 복귀했지만 협회에서 여러 차례 실망감을 안겼기에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적다. KFA 회장 4연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AFC 집행위원 선거에 나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체육단체장은 3연임부터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도전할 수 있다. 단체장이 국제단체 임원 자리에 오르면 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는 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 축구는 현재 위기 속을 걷고 있다. 당장 다음달 싱가포르(6일), 중국(11일)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지만 사령탑 자리는 공석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서둘러야 하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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