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리오넬 메시(34·인터 마이애미)를 뒤이을 ‘예비 슈퍼스타’의 재림일까. ‘유럽 월드컵’으로 불리는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 사흘째까지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는 2007년생 라민 야말(17·바르셀로나·스페인)이다.
역대 유로 대회 최연소 출전과 공격포인트를 기록을 동시에 쓰면서 신성으로 떠올랐다. 야말은 16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유로 2024 조별리그 B조 1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만 16세 338일인 야말은 유로 최연소 출전 신기록을 썼다. 카츠페르 코즈워프스키(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가 2020 유로(2021년 개최) 대회에서 만 17세 246일의 나이에 세운 유로 최연소 출전 기록을 1년 이상 앞당겼다.
야말은 최연소 출전에만 그치지 않았다. 2-0으로 앞선 전반 47분에는 오른쪽에서 대각선 크로스를 올려 다니 카르바할(레알 마드리드)의 쐐기골을 도왔다. 스페인은 알바로 모라타와 파비안 루이스의 연속 골에 이어 카르바할의 3번째 득점을 앞세워 크로아티아를 3-0으로 꺾고 산뜻하게 유로 2024 첫 경기를 시작했다. 야말은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으로부터 평점 8점을 받았다. 86분을 소화하며 34번의 볼 터치와 75%의 드리블 성공, 67%의 정확한 크로스를 날렸다.
외신은 일제히 야말의 활약에 집중했다. BBC는 “아주 아주 특별한 선수다(A very, very special player). 만 16세인 야말이 유럽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디애슬레틱은 “역사를 창조한 야말이 스페인의 새로운 모습을 구현한다”고 했다.
야말은 경기 뒤 “승리하고 데뷔해서 기쁘다”며 “이제 우린 다음 경기를 생각한다. 공격과 수비에서 팀을 돕기 위해 난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야말은 마법 지팡이에 손이 닿는 선수”라며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린 그를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실수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야말은 이미 프로에서는 데뷔전을 치렀다. 2022~2023시즌 만 15세 290일의 나이로 첫 경기를 소화해 1922년 아르만도 사기(15세)가 세운 바르셀로나 구단 최연소 데뷔 기록을 100여 년 만에 깼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통산 51경기에서 7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9월에는 스페인 대표팀 최연소 출전 기록과 최연소 득점 기록(이상 16세 57일)을 모두 바꿨다. 국가대표로는 A매치 8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키는 178cm로 큰 편은 아니지만 빠른 돌파와 슈팅 능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아직 어리다.
야말은 스페인에서 가장 낙후된 로카폰다 출신이다. 모로코인 아버지와 기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7살 때 콘크리트 바닥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이 바르셀로나 관계자의 눈에 띄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야말의 아버지는 야말의 손을 잡고 바르셀로나 관계자에게 “내 아들이 바르셀로나에서 뛰기를 바라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관계자가 “그렇다”고 답하자 야말의 아버지는 “아들을 교육부터 시켜달라”고 했다고 한다.
BBC는 “야말의 성공은 단지 그의 성공이 아니라 지금까지 무시 받고 비난받은 로카폰다 전체 지역의 성공”이라며 “꿈이 실현되고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그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라고 했다. 야말은 골을 넣으면 양손 손가락으로 숫자 '304'를 만드는 세리머니를 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304는 로카폰다의 우편번호를 의미한다. 자기가 자란 동네에 대한 경의다.
의무 교육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 기간 학교 숙제도 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그는 대회를 앞두고 “선생님이 나를 (온라인으로) 검색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스페인은 오는 21일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와 B조 2차전을 치른다.
한편, 17일과 18일에 벌어지는 유로 2024 일정은 루마니아-우크라이나(17일 오후 10시), 벨기에-슬로바키아(18일 오전 1시), 오스트리아-프랑스(18일 오전 4시)이다. 유로 2024 중계는 티빙과 tvN 스포츠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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