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손아섭(36·NC 다이노스)이 2007시즌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KBO리그 통산 안타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손광민으로 불리던 부산고 시절 1학년 때부터 4번타자로 활약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스윙이 좋고 발이 빨라 ‘부산고의 이치로’라고도 불렸다. 2007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전체 29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그는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아 손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4경기에서 안타 1개만 때리고 첫해를 마감했다.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은 건 2년 차이던 2008시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하면서다. 손아섭은 선발 기회를 잡았고 그해 80경기에서 66안타(타율 0.303)를 때렸다. 2008시즌을 마치고 손광민에서 손아섭으로 개명했다. 개명 효과 덕분이었을까. 데뷔 4년 차이던 2010시즌, 처음으로 한 시즌 세 자릿수 안타(129개)와 3할 타율(0.306)을 달성했다. 이후 안타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공격적으로 휘두르며 투수를 공략했다. 좌타자라 우타자보다 한 두 걸음 빨리 1루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가 세운 역사는 대단하다. 2023시즌까지 14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 4번(2012·2013·2017·2023시즌)의 최다 안타 1위, 11번의 3할 타율 1위 등의 기록을 쓰며 KBO리그 대표 교(巧)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2017시즌(193개)과 2020시즌(190개)에는 190안타 고지를 밟았다. 지난 시즌에는 데뷔 17시즌 만에 첫 타격 1위(타율 0.339)에 오르는 기쁨도 맛봤다. 이런 꾸준함이 결국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1위(2505개)라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손아섭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4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6구째 포크볼을 공략해 좌전 안타를 쳤다. 통산 2044경기, 8834타석 만에 나온 2505번째 안타다.
손아섭은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의 기록(2504개)을 넘어 이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박용택 위원은 신기록이 나오자 그라운드로 내려가 손아섭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진하게 포옹했다.
NC는 손아섭의 기록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지름 35㎝의 쟁반형 트로피를 제작해 전달했다. NC는 "대한민국 최고의 교타자라는 의미에서 야구 배트와 소총을 결합해 X자로 교차해 표현. 배트 노브 부분에는 손아섭 배트의 상징인 테이핑과 왕(王)을 표시했다"며 "엠블럼 상단에는 헬멧 안쪽에 부착해 화제가 되었던 과녁 표시 형상화했다. 최고의 타자가 되기 위한 손아섭의 끈기, 노력, 근성을 상징한다"고 했다.
손아섭은 경기 후 "나는 매번 간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자, 신경이 날카로워질 정도로 고민한다"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다. 그런 시간이 모여서 이런 대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KBO리그 첫 3000안타 나올까
이제 초점은 KBO리그 첫 3000안타 달성에 맞춰진다. 3000안타까지 손아섭에게 남은 안타 수는 495개. 한 시즌 평균 150안타를 치면 3~4년 안에 달성할 수 있다. 만 36세인 손아섭이 부상 없이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기록. 그는 KBO리그 역대 최연소(33세 3개월 22일), 최소 경기(1632) 2000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3000안타가 주목받는 이유는 프로야구 역사가 깊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NPB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대기록이기 때문이다.
120년 역사의 MLB(21일 기준)에서도 33명만이 해냈다. 역대 1위는 피트 로즈로 무려 4256안타를 때렸다. 2위는 4191안타의 타이 콥이다. 9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NPB에서 3000안타(3085개) 고지를 밟은 선수는 재일교포 장훈이 유일하다.
손아섭은 3000안타에 대해 “아직 먼 이야기다. 2500안타를 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기록을 너무 의식하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지나친 욕심은 역효과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150안타를 치면, 어느 정도 팀에 공헌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150안타 이상을 치겠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를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했다.
박용택 위원은 “나는 정말 3000안타를 채우고 싶었지만, 대졸이어서 4년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이런저런 사정 탓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손아섭은 지금도 전성기다. KBO에 3000안타 시대를 손아섭이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