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 투수 주현상(32)의 야구 인생은 서른부터다. 그는 요즘 야구를 하면서 짜릿함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스포츠Q를 만난 주현상은 “제가 제 공으로 경기를 끝내다 보니 더 재미있고 책임감도 더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의 야구 여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청주고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동아대로 진학했다. 내야수로 동아대에서 월등한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안정적인 수비와 안정적인 송구 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4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팀 내 신인 야수 중 유일하게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참가하며 주목받았다.
프로 첫해 3루수로 주로 출전하면서 103경기(타율 0.210)에 나서면서 가능성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출전 기회가 확 꺾였다. 당시 한화에는 송광민이라는 주전 3루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현상은 2017년, 시즌을 앞두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육성 선수로 전환된 그는 그해 8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했다. 근무 기간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는 불운도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9년 8월 한화에 복귀했지만 치열한 주전 경쟁을 뚫긴 어려워 보였다.
이때 한화 1군 투수코치였던 정민태 코치가 주현상에게 투수 전향을 권유했다. 주현상이 고교 시절 시속 147km까지 구속이 나온 걸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
주현상은 “고교 시절 내야수를 할 때도 공 던지는 걸 좋아했고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 자신감이 있어서 투수 전향도 빠르게 결단 내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교 시절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키(177cm) 때문에 투수 대신 내야수를 했다. 그는 “그 당시에는 키가 작으면 투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은 공만 좋으면 키에 상관없이 타자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주현상은 이듬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15경기에 출전해 16⅓이닝을 소화하며 적응기를 거쳤다. 서른이던 2021년에 투수로 처음 1군에 올랐다.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된 그는 그해 43경기에서 50⅓이닝을 던지며 2승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3.58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투수로 전향한 지 2년도 안 돼 안정적인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2022년에는 평균자책점 6.83으로 흔들렸지만 전년보다 약간 많은 55⅓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 마침내 특급 투수로 변신했다. 55경기(59⅔이닝)에 나서 12홀드(2승 2패) 평균자책점 1.96이라는 대단한 성적을 거뒀다. 팬들은 주현상에게 ‘남우주현상’(남주주연상+주현상)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좋은 성적 덕분에 그는 시즌을 마친 후 프로 데뷔 처음으로 억대(1억1000만원) 연봉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투수로 전환하면서 2020년과 2021년에 연봉 3300만원에 불과했던 그가 1군에 오른 지 불과 3년 만에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는 “한 번도 야구를 포기하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좋은 기회가 있었고 운도 많이 따랐다”라고 했다. 투수로 전환할 당시 스프링캠프에 가지 못해 낙심하던 그에게 “캠프 안 간 게 더 좋다. 내가 더 잘 가르쳐 줄 수 있다”고 말한 송진우 당시 한화 잔류군 코치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주현상은 올 시즌에는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다. 원래 중간계투였지만 지난 4월 마무리였던 박상원이 부진하자 보직이 바뀌었다. 전반기 36경기에서 11세이브를 거두면서 5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삼진을 39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4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한화 팬들은 선발 투수에 류현진이 있다면 마무리에 주현상이 있다고 기뻐한다.
그는 감독 추천으로 생애 첫 올스타로도 뽑혔다. 6일 2024 신한 쏠(SOL)뱅크 KBO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9회 나눔 올스타 마지막 투수로 나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4-2 리드를 지키며 세이브까지 올렸다.
한화는 전반기를 9위(36승 44패 2무·승률 0.450)에 그쳤지만 가을야구를 포기하기엔 이르다. 5위 SSG 랜더스와 불과 3.5경기 차이기 때문. 주현상은 “제 첫 번째 목표는 가을야구다. 5위와 3.5경기 차 밖에 안나니 충분히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며 “내가 전반기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면 팀 성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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