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국가대표 서포터즈 붉은악마 응원석으로 다가갔다.
굳은 얼굴의 그가 관중들에게 얘기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당시 장면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 김민재는 자제해달라는 제스처와 함께 “선수들만 응원해주세요 그냥. 부탁드릴게요”라고 했다.
이같은 김민재의 행동에 경솔했다는 지적과 소신껏 행동했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날 경기 시작 붉은악마는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일진놀이 몽규!! 협회는 삼류!!’ 등의 걸개를 내걸었다. “정몽규 나가”라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사퇴도 촉구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논란이 식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은 홍명보 감독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오면 “우~~”라며 야유를 했다.
경기 중에도 팬들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PSG) 등이 전광판에 잡히면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지만 홍명보 감독이 나오면 곧바로 야유했다. 90분 내내 응원과 야유가 반복됐다.
팬들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홍명보 감독에 대해 비판했을 뿐 선수단에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날 팬들은 선수들에 대해서 비판적 반응 없이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반면 선수단에 보낸 야유는 아니었지만 홈에서 완전한 응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해서 경기를 뛴 선수가 아쉬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선수들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야유를 들으면서 경기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김민재는 믹스트존에서 “저희가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 주시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워서 말씀을 드렸다”라고 했다. 김민재가 “선수들만 응원해달라”고 팬들에게 말한 점을 보면, 경기장에서 야유보다는 응원에 더 집중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감독에 대한 야유는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시절 때도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5일 경기처럼 경기 중 야유가 쏟아지진 않았다.
다만 김민재의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 주시는 부분”에 대한 발언은 응원하러 간 팬들이 실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김민재는 “공격적으로 말씀을 드린 건 아니다. (직접) 가서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며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붉은악마는 6일 김민재의 발언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붉은악마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붉은악마는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수들과 모든 순간을 함께했고 어떠한 순간에도 ’못하길 바라고’ ‘지기를 바라고‘ 응원하진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간절히 승리를 바랐던 김민재가 좋은 결과가 안 나온 아쉬움에 그리고 오해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며 “단, 표현의 방법과 장소는 매우 아쉽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대한민국 축구 팬들에게 부탁드린다. 선수에 대한 질책과 비난을 앞으로 더 멋진 선수가 될 수 있게 응원의 목소리로 바꿔주시고 남은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했다.
붉은악마는 “저희의 야유와 항의는 거짓으로 일관하는 협회와 스스로 본인의 신념을 져버린 감독에 대한 항의와 야유”라며 “진정 선수들을 생각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협회는 이에 응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붉은악마는 5일 경기를 마친 후 김민재가 “‘좋은 응원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돌아갔고 선수와 관중 간의 설전은 없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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