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KBO리그의 다승왕은 외국인 투수의 몫이었다.
최근 국내 투수 다승왕은 2017년의 양현종(KIA 타이거즈). 지난해에는 에릭 페디(31·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다승과 탈삼진, 평균자책점을 모두 휩쓰는 위력을 보여줬다.
올해는 오랜만에 국내 투수가 다승왕에 오를 전망이다. 주인공은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 선발 등판해 삼진 5개를 잡으며 6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팀의 9-8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5승(6패)째를 챙긴 그는 14승(9패)의 곽빈(25·두산 베어스)을 제치고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섰다. 원태인은 아울러 2021년 14승(7패)을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썼다. 곽빈이 남은 시즌 한 번만 등판할 예정이라 원태인의 첫 다승왕이 유력하다. 정민태 투수 코치와 목표로 잡은 15승을 당당하게 채웠다.
최근 15승을 찍은 국내 투수가 드물다는 점에서 원태인의 올 시즌 활약은 더욱 빛난다. 2019년 17승을 거둔 김광현(SK 와이번스)과 이영하(두산), 16승을 해낸 양현종(KIA)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 15승 투수는 2022년 15승(8패)을 거둔 안우진(키움) 뿐이었다.
뛰어난 외국인 투수를 팀당 2명씩 보유하고 뛰어난 국내 투수가 드물어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2019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데뷔해 올해 6년 차를 맞은 그는 절반인 3시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원태인이 2000년생이라는 점도 반갑다. 만 24세인 그는 올 시즌 다승 상위 20위 선발 투수 중 가장 어리다. 아직 20대 중반도 안 된 그는 곽빈, 문동주(21·한화 이글스)와 세대교체를 노리는 한국 선발 우완 마운드의 중심이다.
원태인은 지난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모두 나섰다. 올해 3월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024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에도 나섰다. 피로가 쌓일 법도 했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다승왕을 손에 넣기 직전이다.
원태인은 KBO(한국야구위원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WBSC(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 2024 프리미어12 ‘팀 코리아’ 예비 명단 60명에도 곽빈, 문동주 등과 이름을 올렸다.
원태인의 올 시즌 활약에는 구종을 좀 더 다양하게 던진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포키-스탯티즈’에 따르면 원태인의 지난해 커터 구사율은 2.5%였으나 올해는 4.1%로 늘어났다. 대신 슬라이더의 비율은 26%에서 22.7%로 떨어졌다. 포심 패스트볼 비율은 지난해 41.3%에서 올해 44.8%로 소폭 늘어났다.
원태인은 평균자책점에서도 3.66으로 준수하다. 국내 투수 1위이자 전체 6위다. 스포키-스탯티즈에 따르면, 원태인의 올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4.86으로 양현종(5.00)에 국내 투수 중 2번째로 높다. 4년 연속 150이닝을 넘게 던지면서 이닝이터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했다.
한편, 77승 61패 2무(승률 0.558)의 삼성은 남은 4경기에 상관없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2위로 플레이오프에 나선 2021년 이후 3년 만의 가을야구다. 삼성은 현재 2위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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