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지난 10일 프로농구(KBL)는 하위권 두 팀의 ‘빅딜’에 들썩거렸다.
부산 KCC 이지스가 포워드 디온테 버튼(31·미국),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가 센터 케디 라렌(33·아이티)을 1:1로 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1옵션 외국인이 시즌 중 유니폼을 바꿔 입는 보기 드문 사례가 발생했다.
KCC와 정관장 모두 변화가 필요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KCC는 주축들의 줄부상 속에서 버튼이 팀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해 10일까지 7위(11승 16패)에 머물렀다. 지지난 시즌 챔프 정관장 또한 9연패 늪에 빠져 최하위(7승 20패)로 추락했다. KBL 4년차인 라렌은 무성의한 플레이로 팀 부진에 일조했다.
KCC는 “라렌은 창원 LG 세이커스, 수원 KT 소닉붐을 거쳐 정관장에서 활약했다”며 “2019~2020시즌 정규리그 득점왕 출신이다. 골밑의 높이 보강과 공수 밸런스 안정감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정관장은 “버튼은 2017~2018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뒤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했을 정도로 기량이 검증됐다”며 “월등한 운동 능력과 스피드 및 농구 센스가 돋보이는 버튼을 영입한 건 팀 공격력 강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맡겨 빠른 공수 전환을 앞세운 활발한 공격 농구를 구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단 초반 행보는 긍정적이다. KCC와 정관장 모두 지난 주말 신입생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KCC는 11일 2연승, 정관장은 12일 10연패 탈출로 후반기 반격을 예고했다. 그 과정에서 버튼과 라렌은 새 유니폼을 입고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KCC는 11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전에서 73-70으로 승리했다. 9일에도 소노를 제압했던 KCC는 2연승으로 6강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날 라렌은 32분 10초 동안 21점 9리바운드로 가드 이호현(22점 7어시스트)과 함께 KCC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팀 내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기록, 올 시즌 팀 리바운드 리그 최하위였던 KCC의 약점을 메워줬다.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 응한 이호현은 “(라렌이 들어와) 너무 좋았다. 제공권 싸움을 잘 해준다”며 “(KCC가) 항상 경기하면서 리바운드를 많이 못 잡았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가 이렇게 잡아주니까 좀 편하게 농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정관장은 12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전에서 74-67로 승리했다. 하루 전 창원 LG(엘지) 세이커스에 82-86으로 패하며 팀 최다 연패(10연패)와 동률을 이뤘던 정관장은 한국가스공사를 잡으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버튼은 LG전 37분 40초 동안 20점 9리바운드 9어시스트, 한국가스공사전도 29분 28초 동안 12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 시즌 팀 득점 최하위인 정관장은 버튼이 가세하면서 가드 박지훈, 배병준, 포워드 정효근 등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가스공사전 승리 후 정효근은 "(포워드 버튼이 오면서) 상대 외인 빅맨을 내가 막아야 하는 건 힘들지만, 버튼이 공격에서 해주는 역할이 있다. 승리할 수만 있다면 서로 희생하면서 얼마든지 해야 한다"며 “인천 전자랜드(현 한국가스공사) 시절 11연패를 하다가 브랜든 브라운(미국)이 오고 8~10연승으로 6강에 간 적이 있다. 그땐 신인이라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KCC는 13일 오후 7시 안방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서울 삼성 썬더스, 정관장은 14일 오후 7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서울 SK 나이츠를 각각 상대한다. 올스타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다. 1옵션 외국인 트레이드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두 팀의 행보에 프로농구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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