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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0) 사인 요청 못받는 핸드볼 MVP 윤시열, 그를 웃프게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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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0) 사인 요청 못받는 핸드볼 MVP 윤시열, 그를 웃프게 하는 것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6.23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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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리그 챔프전 MVP "핸드볼 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200자 Tip!] 핸드볼은 4년마다 관심을 받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획득 이야기를 다뤘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5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국민의 애잔한 감성을 자극하는 종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기 종목이라는 건 아니다. 지난 7일 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두산이 남자부 정상에 올라 '두산 천하'를 다시 열었다. 윤시열(31). 챔피언결정전의 으뜸별이지만 코트 밖에서 아직 사인 한 번 해주지 못하는 스타 아닌 스타다.

[양주=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윤시열은 2013년 SK핸드볼코리아리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으며 생애 첫 베스트 7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득점왕에 오르며 2년 연속 베스트 7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챔피언결정전에서 MVP를 받았다. 국내 리그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현역 최고의 선수다. 328골로 통산 득점 4위에 올라 있는 실업 9년차 스타다.

한 종목을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크게 떨어진다. 경기도 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를 향해 카메라 셔터가 터지자 그제야 다른 손님들이 윤시열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윤시열은 189cm 키큰 아저씨일 뿐이었다.

그래서 핸드볼 선수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로 말문을 연다.

▲ 종목 최고의 스타지만 윤시열은 "경기장 밖에서 사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산 우승 기사에 달린 야구 관련 댓글을 보고는 한숨이 나왔다고 했다.

◆ 한숨을 자아낸 댓글, "야구도 이렇게 했으면" 

“득점왕이니까... 음... 야구라면 홈런왕이겠네요. 한국시리즈 MVP라면 어땠을까요. 한번쯤 상상해보게 되네요. 부러운데요. 허허.”

윤시열을 알아보는 이는 평소에도 거의 없다. 윤시열은 “친구들이 어디 가서 국가대표라고, 대단한 놈이라고 치켜세울 때마다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면서 “경기장 바깥에서는 단 한 차례도 사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누가 나를 알겠나”라고 말했다.

윤시열의 소속팀 두산은 명실상부한 핸드볼 명가다. 2011년 핸드볼코리아리그 출범 이후 우승 4회, 준우승 1회를 차지했다. 핸드볼 슈퍼리그까지 포함하면 6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올시즌 우승 기사에는 어떤 글이 달렸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베어스인줄', '최강 두산? 야구도 좀 이렇게 했으면'

2001년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야구단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왔다. 분명 핸드볼 기사인데 안타깝게도 야구와 관련된 글들이 다수를 이뤘다. 김현수, 유희관에 버금가는 ‘두산의 간판스타’ 윤시열은 핸드볼 선수라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 “아들도 선수”, 못말리는 핸드볼 사랑 

“아들도 핸드볼 시킬 겁니다.”

열악해도 아들이 핸드볼 선수가 됐으면 한단다. 우승 이후 2주간의 ‘꿀휴가’를 받은 윤시열은 태어난 지 9개월 된 준우랑 놀아주느라 정신이 없다. 부산, 대구, 삼척, 인천 등 지방 원정을 다니느라 집을 비웠던 미안함을 한꺼번에 갚으려 애쓰는 중이다.

부인 김재희(29) 씨와는 2013년 1월에 만나 10개월 만에 웨딩마치를 올렸다. 아내는 옷이 늘어나고 격렬한 몸싸움이 당연시되는 핸드볼을 보고 “절대로 운동은 시키지 않겠다”고 하지만 윤시열은 이에 아랑곳 않고 아빠의 길을 따르게 할 참이다.

▲ 윤시열은 생후 9개월 된 아들도 핸드볼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시열은 “핸드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와이프도 이제는 시즌 끝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며 “한 번 핸드볼을 접하기만 하면 다음에 또 경기장을 찾게 된다. 핸드볼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아들도 핸드볼을 시키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뎌서 눈에 확 띄지 않을 뿐 핸드볼은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재계 서열 3위의 대기업 SK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2011년 서울 올림픽공원에 핸드볼 전용체육관이 생겼고 현재는 남자 5개, 여자 7개 팀이 리그를 벌이고 있다. 비인기 종목 중에서는 가장 활성화된 종목이다.

◆ 윤경신과 두산, 인생의 터닝포인트 

“요즘 너 뭐하고 있냐?”

수화기 너머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대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윤시열은 휴대폰 액정에 뜬 발신자가 ‘윤경신’인 것을 보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2013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은퇴를 고심했던 그는 뒤를 돌아볼 것도 없이 두산에 합류했다.

2007년 충남체육회에 입단해 무난한 활약을 펼쳐왔던 윤시열은 상무 제대 후 핸드볼계를 떠나려 했다. 슬럼프에 빠졌고 지도자로 마땅히 안착할 곳도 없었다. 일산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아버지 윤규식(59) 씨 밑으로 들어가 일을 배우려 했다.

그 때 윤경신 감독에게 “같이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윤시열은 자신의 장기인 롱슛을 살려주는 팀 전술에 춤을 추며 화려하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득점왕, 정규리그 MVP, 베스트 레프트백, 팀 우승까지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안았다.

▲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부진했던 윤시열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맹활약하며 MVP를 차지했다.

윤시열은 “밖에서 볼 때 두산은 쉽게 우승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혀를 내두를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며 “명가라는 자부심, 포지션별로 우수한 선수들, 경험이 풍부하신 감독님까지 우승할 만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소속팀에 대한 진한 애정을 전했다.

◆ '마지막 소원' 올림픽, 타도 카타르 

한국 남자 핸드볼은 현재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2월 세계선수권 예선전을 겸해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5위에 그쳐 3위까지만 주어지는 세계선수권 본선 출전권을 놓쳤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전에서 카타르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오는 11월 카타르 도하에서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지역 예선이 펼쳐진다.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은 단 1장. 한국 남자대표팀 사령탑을 겸하고 있는 윤경신 감독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은 새달부터 태릉선수촌에 소집돼 강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2004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에 3회나 출전한 윤시열은 유독 올림픽과는 연이 없었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2회 연속으로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의 마지막 꿈은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이다.

▲ 윤시열의 꿈은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 오는 11월 리우 올림픽 지역 예선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그는 "카타르를 반드시 잡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윤시열은 “카타르가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켜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 했다. 힘, 높이, 스피드 모두 우리보다 한 수 위라 상대하기 버겁다”면서도 “윤경신 감독님이 현역 때 유럽에서 그걸 이겨내신 분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해법을 제시하실 것이라 믿는다. 선수들이 감독님의 의도에 따라 움직인다면 결코 못 잡을 팀은 아니라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지금이 전성기다. 단점인 돌파력을 보완해 보다 더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드린다”며 “엄효원, 정수영, 정의경, 하민호, 이현식 등 좋은 동료들과 함께 반드시 올림픽 진출에 성공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 윤시열 프로필 

△ 생년월일 = 1984년 5월 5일
△ 출생지 = 경기도 하남
△ 체격 = 189cm 86kg
△ 출신학교 = 동부초-남한중-남한고-원광대
△ 실업팀 경력= 충남체육회(2007년~), 상무(2011년~), 두산(2013년~현재) 
△ 주요 경력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 2007 독일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 2009 크로아티아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 2013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 수상 경력
- 2013 SK핸드볼코리아리그 정규리그 MVP, 베스트 레프트백
- 2014 SK핸드볼코리아리그 득점왕, 베스트 레프트백
- 2015 SK핸드볼코리아리그 챔피언결정전 MVP

[취재 후기] 핸드볼 최고의 별을 인터뷰하는 게 맞나 싶었다. 대가들 아니 유망주를 만나도 한 가득 자료를 안고 질문하기 마련인데 윤시열에 대한 정보를 갖추는 데는 적잖이 애를 먹었다. 그는 아내 재희 씨와 아들 준우 군만 보면 힘이 솟는다고 했다. 아버지께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좋은 아빠, 배우자이자 효자인 윤시열이 꼭 내년 브라질 땅을 밟아 한을 풀었으면 한다.

▲ 생후 9개월 된 아들 준우 군(왼쪽)과 아내 김재희 씨. [사진=윤시열 제공]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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