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세영 기자] 현역 시절 다양한 궤적의 변화구를 던졌다고 해서 ‘팔색조’라는 별명이 붙었던 조계현 KIA 타이거즈 코치는 같은 폼에서 여러 가지 변화구를 구사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구종을 늘린 투수가 또 있다. NC 다이노스 토종 에이스 이재학(25)이 올 시즌 전 연마한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재학은 2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5⅓이닝 동안 3피안타 9탈삼진 1볼넷 2사구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시즌 3승(3패)째를 챙겼다. 탈삼진 9개는 시즌 최다기록. 평균자책점도 3.98에서 3.52로 크게 떨어뜨렸다. 이재학의 호투에 힘입어 NC는 한화를 4-1로 제압, 3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재학은 전형적인 ‘투피치’ 투수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만을 사용하며 지난 2년 연속 10승을 챙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슬라이더를 확실하게 연마했지만 얻어맞기 일쑤였다. 지난 4월까지 출전한 4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6.91로 부진했다. 변화구가 예리하게 들어가지 못한 탓이었다. 김경문 NC 감독은 이재학이 마음 정리를 해야 한다고 판단, 지난달 말 2군에 내려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재학은 3연패 늪에 빠진 한화 타자들의 심리를 적극 이용, 공 끝의 변화가 많은 체인지업(29개)과 슬라이더(8개)를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패스트볼은 속구(33개)와 투심(13개)으로 이원화해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이날 이재학의 최고구속은 시속 142㎞에 지나지 않았지만 공 끝이 살아있었기에 한화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이재학이 한화를 상대로 뽑아낸 삼진 9개는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탈삼진 개수다. 지난해 4월 29일 LG전에서 10탈삼진을 기록한 이후 최다기록. 한화 타자들의 조급증을 역이용한 이재학은 직전 등판이었던 14일 두산전 부진(3이닝 3실점)에서 벗어났다.
평소보다 여유를 가지고 타자들을 상대해서였을까. 위기관리 능력도 빼어났다. 1회초 2사 1, 2루와 4회 무사 1루, 5회 무사 1루 위기에서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고비마다 탈삼진을 적립하며 과거 싸움닭 면모를 되찾았다.
이재학이 서서히 본궤도로 올라오면서 NC의 선발진 운영에도 숨통이 트였다. 찰리 쉬렉의 웨이버 공시로 선발진에 구멍이 난 NC는 대체 외국인 투수인 재크 스튜어트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재학까지 호투를 이어간다면 NC는 에릭 해커를 포함한 원 투 스리 펀치를 가동할 수 있다. 선두 수성의 제 1조건이라 할 수 있는 선발진 안정에 파란불이 켜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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