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결과만 놓고 보면 절망적이다. 그러나 과정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남자 배구는 월드리그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문용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은 지난 주말 체코 리베레츠 홈크레딧 아레나에서 열린 2015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대륙간 라운드 D조 원정 2연전에서 체코에 각각 2-3, 1-3으로 패해 조 최하위로 밀려났다.
1주 전 일본 원정에서 졸전을 펼치며 연패를 당한데다 이미 수원 홈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체코를 상대해 기대감을 품었지만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광인, 신영수의 부상으로 생긴 공격수 공백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았고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쩔 줄을 몰랐다.
그렇지만 문용관 감독은 체코 원정을 결산하며 “수확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왜일까.
◆ 곽승석-송희채 레프트 조합 ‘대성공’, 안정감 선사
28일 2차전 3세트가 그랬다. 무릎이 좋지 않은 서재덕이 빠지고 송명근이 라이트로 투입됐다. 레프트로는 곽승석과 송희채가 들어갔다. 수준급 리시버들이 레프트에 버티자 상대 서브의 위력이 감소됐다. 1세트 40%, 2세트 38%에 그쳤던 리시브 성공률은 3세트 들어 56%로 상승했다.
문용관 감독은 “자기 코트에서 안정적인 플레이가 이뤄지면 경기를 스마트하게 풀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며 “공격 쪽에서 약해지는 부분이 나올 수 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다양한 세트 플레이를 구사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성장하는 계기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란한 토스워크가 장점이지만 리시브의 질에 따라 기복을 보이는 세터 이민규는 ‘리시브꾼’들이 예쁘게 올려주는 공에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단순한 오픈 공격을 지양하고 속공과 시간차를 적절히 섞는 볼배급으로 체코의 장신 센터들을 따돌렸다.
강력한 스파이크와 평균신장이 2m에 달하는 높이를 갖춘 유럽팀과 정면승부를 벌여 승리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결론은 결국 안정감이다. 한국은 V리그에서 리시브를 전담하는 수비형 레프트 둘을 동시에 기용하며 실마리를 찾았다.
◆ 세대교체 순조롭다, “경험 쌓으며 성장중”
세대교체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체코로 향한 선수 중 30대는 아무도 없었다. 최고참이 1986년생 신영석과 지태환이었다. 주축을 이루는 이민규는 1992년생, 송명근은 1993년생이다. 서재덕도 26세다. 이들은 모두 이번 대회를 통해 국가대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문용관 감독은 “아직까지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나 경기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는 플레이를 펼치는데 모자람이 있다”면서도 “세대교체 과정에서 어린 선수들이 커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1차전, 대표팀은 2,3세트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마무리가 부족해 승점 1점을 획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문용관 감독이 “준비했던 대로 좌우폭을 넓게 사용했고 범실을 줄였다”고 극찬했을 만큼 ‘스마트 배구’를 펼쳐보이는데 성공했다.
매 세트 20점 이후 승부처에서 번번이 무너지는 점은 아쉽다. 젊은 선수들의 담력이 쌓이고 전광인이 합류하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용관 감독은 “여전히 고비를 넘는 힘이 부족하다. 이겼어야 하는 경기를 내주게 돼 무척 아쉽다”라고 말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최하위가 확실시되지만 이번 주말 프랑스 원정이 남아 있다. 문용관 감독은 마지막 2경기에서 ‘안정감’을 우선시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한국 남자 배구의 미래,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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