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세영 기자] 이제는 야구에서 경기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는 벤치클리어링. 이 벤치클리어링을 경기 결과와 연결해서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벤치클리어링을 일으킨 쪽에서 결집한다는 사실이다.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KBO리그 10차전. 양 팀이 3-3으로 맞선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3-2 풀카운트에서 LG 선발투수 우규민이 오재원의 목 뒤를 향하는 공을 던졌다. 이에 오재원이 잠시 우규민을 응시한 뒤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손가락 두 개를 들어보인 뒤 1루로 걸어갔다.
그렇게 상황이 끝날 것 같았지만 두 선수의 신경전은 계속됐고 급기야 오재원이 마운드로 방향을 바꿨다. 이를 본 LG 포수 최경철이 오재원의 접근을 막았고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 밖으로 뛰어나왔다. 처음엔 별 반응이 없던 우규민도 오재원의 도발에 화를 참지 못했다.
벤치클리어링 상황만 보면 두 선수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우규민으로서는 풀카운트였기 때문에 긴장한 나머지 제구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오재원 입장에선 공이 빈볼성으로 들어왔으니 투수에게 어필할 수도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다음이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해보자’는 의지가 강해진 두산은 5회 1점, 6회 3점을 내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반면 LG는 폭투와 실책을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경기는 8-4 두산 승리. 벤치클리어링으로 결집한 효과가 십분 발휘돼 경기까지 가져올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LG는 예상치 못한 선제공격을 받은 후 조직력이 다소 흐트러졌다. 이런 미묘한 부분이 승패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사건은 오재원의 평소 성격, 그리고 과거 자신이 연루된 벤치클리어링과 무관하지 않다. 2007년 대졸 신인으로 두산에 입단한 오재원은 신인 때부터 남다른 승부근성을 가진 선수로 유명했다. 공에 몸이 맞는 한이 있더라도 투수와 싸움에서 어떻게든 이기려했다.
이런 성격이 벤치클리어링 때도 나왔다. 지난해 7월 9일 양 팀 경기에서 오재원이 타석에서 잠시 벗어났을 때 최경철이 ‘어서 타격 박스로 들어와라’는 손짓을 했고 이에 오재원은 ‘주심도 아닌데 왜 제스처를 취하느냐’는 듯 항의했다. 두 선수의 언쟁이 이어졌고 곧바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지난 5월 27일 마산 NC전에선 상대 투수 에릭 해커와 신경전을 벌였고 이것이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오재원과 우규민의 벤치클리어링을 본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그간 오재원의 언행을 지적하며 “인성이 덜 됐다”, “트러블 메이커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소수였지만 “주장으로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노력한 것 같다”는 옹호 의견도 있었다. 경기 결과와는 달리 네티즌들은 오재원의 선제공격을 불필요한 도발로 간주, 맹비난을 퍼부었다.
무조건 벤치클리어링을 먼저 일으키는 것이 역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지난 4월 12일 사직 경기에서 롯데 황재균에게 빈볼을 던진 한화 투수 이동걸의 사례가 바로 그것. 페어플레이가 아닌 벤치클리어링을 바탕으로 한 빗나간 팀워크를 전개해 리그 운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분산된 팀워크를 되살리기 위해 사소한 빈볼을 부풀려 벤치클리어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날만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사람이 하는 운동이고 때때로 감정이 실리기도 한다.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두산은 상황을 잘 이용했고, LG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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