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쯤 되면 운명의 장난이라고 해야 할까. 리오넬 메시(28·FC 바르셀로나)가 다시 한번 정상 문턱에서 울었다.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는 5일(한국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에서 열린 칠레와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1-4로 져 끝내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1993년 이후 22년 만에 정상에 서기 위해 칠레를 몰아쳤지만 끝내 우승에 필요한 단 한 골을 터뜨리지 못한채 연장 전,후반까지 120분 동안 0-0으로 비겼고 끝내 경기력이나 실력과는 큰 상관이 없는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와 함께 메시의 '대관식'도 3년 뒤 러시아 월드컵에서나 기약하게 됐다.
메시의 불운은 전반 28분부터 시작됐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앙헬 디 마리아가 살아나면서 파라과이전 6골을 터뜨렸던 아르헨티나 공격진의 한 주축이 빠진 것이 바로 전반 28분이었다. 디 마리아가 공을 몰고 돌파하다가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느끼면서 교체되어야만 했다. 예상하지 못한 디 마리아의 부상 교체에 아르헨티나 공격도 다소 삐걱거렸다.
디 마리아를 대신해 나선 에즈키엘 라베치가 맹활약하긴 했지만 디 마리아의 돌파력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과 후반 추가시간 칠레의 골문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지만 상대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의 선방에 막히거나 옆그물을 때리며 땅을 쳐야만 했다.
메시는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와 침착하게 성공시켰지만 두 번째 키커인 곤살로 이과인이 공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순간 패배를 직감한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어 세 번째 키커 에베르 바네가의 슛이 브라보의 선방에 막히자 고개를 떨궜다.
메시가 '알비셀레스테(아르헨티나 대표팀 별명)'의 일원으로 뛰면서 언제나 울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주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성인 대표팀에서는 유독 웃지 못하고 있다.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에서는 밥 먹듯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메시지만 무려 A매지 103경기를 치르고도 우승컵을 단 한 차례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월드컵에서는 2006, 2010, 2014년에 출전했고 코파 아메리카 역시 2007, 2011년에 이어 올해까지 나섰지만 단 한번도 웃지 못했고 준우승만 두 차례 차지했다. 이쯤되면 정말 '운명의 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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