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다시 한번 자신의 실리를 챙겼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목표로 뒀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 첫승을 챙기며 실리와 명분을 모두 가져왔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김승대와 이종호의 연속골로 2-0으로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 일본에 2-1로 역전승을 거둔 북한에 골득실에서 앞서 1위로 대회를 시작한 한국은 오는 5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맞붙게 된다. 만약 일본전까지 승리한다면 2008년 이후 7년 만에 대회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선수들의 육성이었다. 유럽이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에 밀려 A매치 경험을 갖지 못한 젊은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키면서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목표였다.
이 때문에 1990년대에 태어난 선수들이 18명이나 된다. A매치를 단 한 차례도 치러보지 못한 선수도 7명이다. 중국전에 나선 김승대, 이종호, 권창훈, 임창우 모두 데뷔전을 가졌다.
이에 비해 중국은 동아시안컵 우승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지배하는 극동 축구의 양강구도를 깨겠다는 야심이 있었다. 이 때문에 A매치 85경기에 나선 백전노장 미드필더 정즈까지 포함시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한 멤버들이 대거 포함된 사실상 1군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의 젊은 선수들은 중국을 맞아 밀리기는 커녕 오히려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장현수와 권창훈으로 이뤄진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드진은 중원을 장악하며 중국의 예봉을 꺾었다. 특히 권창훈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소임을 다했을 뿐 아니라 공격까지 가담하기도 했다.
또 김승대는 K리그에 이어 A매치에서도 '라인 브레이커'의 모습을 보여줬고 '광양 루니' 이종호는 빠른 돌파와 골 결정력으로 중국의 골문을 열었다. 두 선수 모두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으며 또 다른 스타 탄생을 알렸다.
중국은 공한증을 이겨내고 일본과 북한까지 꺾어 대회 우승까지 바라봤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에 완패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중국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었고 한국은 이를 모두 챙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여자대표팀에 이어 좋은 내용으로 승리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비 조직력이 뛰어났다. 수비 라인을 높게 올리면서 중국이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제 5일에는 일본전을 치른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 역시 젊은 선수 또는 A매치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일본전 승리도 문제없어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처럼 경기를 한다면 일본전에 어떤 선수가 출전하더라도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전력은 점점 강해지고 선수층도 두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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