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Tip!] 프로축구 시도민구단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승강제가 도입된 지난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챌린지(2부리그)로 떨어진 3개 구단은 공교롭게도 모두 시도민구단이다. 강등의 책임소재를 놓고 후폭풍도 컸다. 시도민구단의 위기다. 기업형구단에 비해 재정적으로 어렵다. 시민들의 참여도 낮다. 생존법은 그만큼 절박하다. 프로축구 최다 7회 우승의 성남일화. 우여곡절 끝에 성남FC로 전환돼 새출발했다.기초자치단체 1호 1부리그 시민구단을 이끌게된 신문선 초대 대표이사. “축구인으로서 가치있는 일을 해야 할 때”라며 교수직을 내려놓고 변신했다. 실험은 시작됐다. '사회적 공헌'이란 개념을 도입해 지역사회와 융화하고 '찾아가는 코칭' 등으로 마케팅도 하겠다고 했다. "부자구단에서 가난한 구단이 됐지만 구단의 미래인 유소년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성남=스포츠Q 김한석 기자] 프로축구선수 출신으로 기업에서 마케팅,판촉 경험을 쌓았다. TV축구해설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박사학위(스포츠경영학)도 받았다. 스포츠지,일간지 등에 고정 칼럼을 쓸 때 축구행정을 바로잡는데는 날을 세우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대학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는데는 기업에서 다진 스포츠마케팅 경험에 축구인의 경륜을 녹여냈다.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에서 K리그 시민구단 성남FC의 CEO로 변신한 신문선 (56) 대표이사.
‘속답답함’이란 표현을 썼다. 우연히 성남FC 대표이사 공모를 보고 밤새 노트북을 두들기며 지원서 쓸 때 가슴 한켠에서 뜨겁게 솟구쳤던 감정이다. “축구가 매스컴과 소비자들로 더 이상 외면받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잘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속답담함을 느꼈다. 내 특유의 저항감, 투쟁심이 자극이 됐다.”
취임 전후로 불거졌던 정치성 논란도 그런 의지로 정면돌파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았다. 도전은 시작됐다. 새출발하는 시민구단으로서 단순한 생존력을 확보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미래에 투자해 지속 성장하는 모델의 틀을 잡기 위해 실행에 뛰어들었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내 구단 대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워낙 막힘없이 쏟아내는 스포츠전문경영인으로서의 비전과 실행계획을 펜으로 따라가기에는 힘이 부쳐 녹음에 맡겨야 했다.
- 취임하고 한달이다. 새롭게 시작하는데 설렘도 있고 걱정거리도 있을텐데.
“솔직히 셀렘보다 걱정이 많고 두려움도 있다. 그럴수록 하겠다는 의지도 강해진다. 다들 시도민구단이 가장 실패하는 구단으로 생각하는데 새로운 지평을 열고 싶다는 욕구도 강하다. 취임 때도 얘기했지만 건강한 시민구단으로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다. 자다가고 일어나 메모한다.”
- 잠 잘 못잔다니 정말 얼굴이 까칠해 보인다.
"지금까지 잠 설친다. 예산은 실탄이다. 스포츠에서 예산은 성적과 비례한다고 얘기한다. 가난한 구단이 부자구단이 되면 일하기 편하다. 거꾸로 부자구단이었다가 지금은 가난한 구단이 됐다. 기존에 200억원 쓰던 성남구단에서 받은 외국인선수가 4명이나 있다. 이들의 연봉 합계가 25억원이다. 박종환 감독도 이들 모두 필요없다고 하고, 또 평가해보니 고액연봉 주고 쓸 수는 없다. 그런데 모두 2014년까지 계약돼 있다. 진퇴양난이다.
구단에 와서 첫 번째로 했던 공식적 업무가 우리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전트들한테 밥을 산 일이다. 프로축구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협력을 당부했다. 성남시민구단이 건강하지 않으면 축구산업 자체가 위축되는데 여러분들도 동업자이자 성남과 연결된 사업자이니 협조해달라고 부탁하고 투명경영을 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 성남시민들의 호응도는 어떤가.
“성남일화가 7차례 우승한 명문이지만 특정종교가 바탕이어서 많은 시민들은 자기구단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같다. 지난해 가을부터 주주에 응모한 시민이 2만명이다. 시민구단으로 전환도 되고 제가 대표가 되고난 뒤 정치적 중립을 선언했던 것이 큰 임팩트를 준 것도 같다. 만나는 시민마다 시도민구단이 정치적으로 예속화되는 걸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생각 외로 성남시민들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코어그룹인 지역 조기축구연합회 분들을 만났을 때 어려운 일인데 제가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것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 새출발 하는만큼 구단 운영도 변화가 있을텐데.
“유소년에 대한 투자가 요체다. 현재 200명 규모의 12세 이하 유소년 회원의 규모를 5~10배 늘리겠다. 미래에 대한 투자다. 유소년은 연고학교인 풍생중 육성반에 들어가고, 나중에 풍생고로 올라가는 구조다. 구단의 최대 수입원은 이적료다. 이제 K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가 확대된다. 그 선수들을 (유소년 육성을 통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몇년 뒤에는 우리의 프랜차이즈 선수가 된다. 그러면 시장이 확대되는 선순환구조가 된다. 조기연합회에 이 얘기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 전구단에서 전혀 쓰지 않던 유소년 쪽으로 인력과 예산을 우선 편성하려다 보니 실제로 경영철학이 중요했다.”
- 그같은 경영철학의 또 다른 요체가 있다면.
“투명과 윤리다. 풍생고 코치를 선발하는데 두 배수로 추천받아 대표가 직접 면접봐서 뽑는다. 인사가 만사다. 미래의 텃밭이 (유망주를 키워내는) 풍생중고다. 그래서 지도자에 세심하게 신경쓴다.”
(인터뷰가 끝난 뒤 신 대표는 기다리던 지도자 후보를 직접 면접했다)
- 하룻밤 만에 지원서 써서 대표이사 공모에 응했는데 대표를 맡고 막상 어려운 현안들을 처리하면서 후회는 없었나.
“솔직히 후회는 있다. 사실 와서 보니 어려움이 예상했던 것보다 의외로 많다. 지원서에는 조직 구성, 코칭스태프 선정, 홍보전략, 마케팅전략 모두 포함돼 있었지만 이미 결정된게 많았다. 실제 와서 많은 부분이 부딪히고 있다. 고민하면서 내린 것이 시스템화해야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는 코칭스태프로부터 (요청)양식으로 받은 뒤 구단에서 그 선수의 연봉을 적정하게 거르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그래야 투명해진다. 비리의 소지부터 근절된다. 이런 것 해본 구단이 별로 없을 것이다.”
“후회도 있지만 하나씩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들린다”는 질문에 신 대표는 커피 한 모금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축구인로서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있다. 자다깨다 하면서 후회도 한다.
김 기자! 내 인생 잘 알다시피 그동안 난 양지보다 음지를 택해 살아왔지 않은가. 축구계에 힘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대변했고 돌이 날아와도 권력있는 사람들에게 쓴 소리와 쓴 글로서 맞서왔다. 그것보다는 덜 할 것으로 본다.실제로 성남구단 대표로 내가 유력하다고 했다. 이 인사(내용)가 비밀로 됐어야 했는데 언론에 공개가 되고 나서 실제로 엄청나게 ‘블로킹’이 있었다. 내 인생으로 보면 정말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남시민구단, 남들이 힘들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는 그런 생각들이 오버랩되더라.”
축구의 위기로 이야기가 넘어간다. 점점 말에 힘이 배어나고 간간이 탄식도 터진다.
“방송, 신문과 20년 넘게 일했다. 신문, 방송이라는 매스컴은 어떻게 보면 상품을 확장, 포장시킬 수 있는 기법도 알고, 중간구매자로서 중요성도 알고 있지 않은가. 축구를 매스컴이 외면하고 있고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데 그 (해결)방법에 관해서 중간구매자로서 어떤 역할을 잘 하면 할 수도 있겠다는 이런 속답답함! (탄식) 왜 이렇게밖에 못할까. (한숨) 그리고 성남시민구단은 수도권 구단인데 이상한 정치성, 낙하산으로 가면 정말 망가지는데. 그러면 축구는 가는데. 어떻게 보면 내 특유의 저항감, 투쟁심, 이런 것이 자극이 됐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나이가 먹으면 언제 하지? 그런 생각이 강하게 작동되면서 노트북 펴들고 두들기기 시작했다.”
- 다양한 경험을 했다. 프로선수(대우, 유공), 기업근무(국제상사), 해설위원(MBC SBS 등),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한겨레 등), 교수(명지대 등), 컨설턴트(시도민구단 자문) 등 다양한 경험 중에서 어떤 부분이 심사위원들에게 높이 평가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제가 생각하기에 ‘신문선’ 하면 국민들한테 각인돼 있는 브랜드가 있는 것같다. 고집스럽고, 솔직하고, 타협하지 않는 정직하다는 그런 인상같다.”
- 브랜드라고 했는데 대표이사로서 브랜드가 강하면 유용하지 않겠는가. 그걸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것같다.
“앞에서 유소년 육성에 총력을 경주한다고 했다. 유소년 쪽에 직원이 4명이다. 박사급으로 고문도 영입한다. 유소년 축구캠프를 할 때 신문선 대표와 함께 하는 것이다. 거기서는 축구에 대한 상식과 교양, 축구를 통한 미래에 대한 꿈들이 녹아드는 브랜드가치를 갖고 마케팅을 할 것이다. 특히 저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지 않느냐. 그것을 성남 지역에 있는 학부모들에게 확산시켜 결국 지역사회와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저의 브랜드가 적절히 활용될 것이다.”
-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는가.
“성남 지역에 대학이 둘 있는데 방송에 관심 많은 학생들이 있다. 중계팀들을 만들어서 때에 따라 대표이사가 중계하고 해설에 참여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다. 1990년대 동대문구장에서 LG 경기를 현장에서 해설해봤다. 경기에 방해가 되는지, 프로축구연맹에 질의를 해봐야 하는데. 폐쇄 라디오를 만들어 이 지역에서만 듣는 건 가능하지 않겠는가. 전,후반 나눠 두 대학의 해설을 나눠 내가 맡아보고 어느 대학이 잘했는지 투표하자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TV 축구해설의 추억을 떠올리는 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다면 성남의 골이 터질 때 한골은 ‘네! 골이에요’, 두 번째골은 ‘네! 골골이에요’라는 식으로 신 대표의 목소리를 녹음해 골축하 음악 대신 틀어주는 것은 어떨지?”하고 물었더니 “그 생각까진 안해봤는데 (1994년 월드컵예선 한일전) ‘도쿄대첩’ 중계 때의 음원을 활용한다든지. 그거 재미있는 아이디어같다”며 활짝 웃었다.
- 전신 성남구단은 K리그를 7번이나 제패한 최다 우승팀이다. 그 정통성과 새롭게 만들어가는 정체성을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 부문이 마케팅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서포터들이 반발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오기 전에 이미 엠블럼과 유니폼 제작이 상당히 진행돼왔다. 시에서는 성남일화 구단 이미지를 털고가자면서도 (종전대로) 유니폼은 노란색이고, 별은 7개 달려 있고, 반면에 서포터들은 블랙칼러를 요구하고... 그래서 제가 중재안을 냈다.
레알 마드리드가 1950년대 푸스카스와 콕시스를 앞세워 전성가도를 달릴 때 유니폼은 블랙이었다. 지금은 화이트로 변하지 않았느냐. 유니폼의 상징 색깔도 문화, 용품사, TV중계 등에 따라 변한다. 성남FC도 이제 스포츠전문경영인이 왔기 때문에 어떤 것이 마케팅에 유리할 지 검토해서 다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충성도 높은 팬들이나 미디어에 충족되는 차선책을 찾아 블랙칼러의 제3유니폼을 만들도록 건의해서 구단주 동의를 얻었다.”
- 전체 운영에서는 경영진, 선수단, 팬이 삼위일체가 돼야 하는데 그중 팬 유입정책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조기축구연합회에 강조했다. 골프는 돈주고 배운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조기회에서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축구는 더 어렵다. 조기축구연합회에서 명예코치든 감독을 요청하면 비시즌 때는 축구를 코칭해주겠다고 했다. 찾아가는 코칭이다.
또 부모들이 결국은 팀을 신뢰해야 학생들을 보내줄 것 아닌가. 그래서 구단 내부에 공간을 만들어 영어교실을 한다든가, 일어교실을 한다든가, 축구와 문화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유소년 코치들도 구단과 같은 공간에 상주하도록 했다. 유소년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여기서 늘 스터디가 이뤄지고 구단 마케팅과 바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소년 프로그램이 확장되면 코칭스태프도 늘어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다'라는 말이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의욕적으로 운영중인 축구산업아카데미의 교육에서도 '프로축구의 경쟁자는 프로야구가 아니고 모든 문화생활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상생 관점에서 다른 종목을 벤치마킹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해볼 생각은 없나.
“야구에서 따오려는 게 있다. 시구다. 창조적 모방이랄까. 하프라인부터 드리블해서 정해진 시간 안에 골키퍼와 맞서 골을 넣게 하는 이벤트를 해보겠다. 종목을 불문하고 미디어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모두 활용하겠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전야제에서 본 세계 3대 테너의 공연을 잊지 못한다. 성남 연고 성악가, 대중가수와 연결해 문화와 접목된 이벤트도 개발하려고 한다.”
미디어란 단어가 나오면서 말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신문, 방송과 오랫동안 일해왔던 그는 ‘미디어 프렌들리’를 강조했다. 대학에서 스포츠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칠 때 미국대학농구의 미디어데이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어 미디어와의 소통을 강조했는데 “이제는 미디어데이를 한국적으로 접목시켜 보겠다”며 “성남FC를 기자들이 가장 오고 싶어가는 구단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가 좋든 나쁘든 그건 두 번째 문제다. 성남구단에 기자들이 가장 많이 오는 구장으로 만들면 우리 구단에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들의 미디어 노출빈도가 높아지고 그 효과도 좋아질 것이다. 미디어가 쾌적한 환경에서 취재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산학협동협력체계를 가동해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현장에 투입돼 경기를 분석할 것이다.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미디어에 제공되도록 하겠다.“
- 해외구단 중에서 벤치마킹할 롤 모델은 있다면.
“일본 J리그의 반포레 고후다. 지역인구가 20만이다. 평균 관중이 1만명을 상회한다. 창단 첫해만 적자였고고 이후 13년째 흑자다. 고후와 전략적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 고후는 강원 연고팀 활성화 연구용역 받았을 때 강원도에 해법을 주기 위해 타깃으로 삼았던 구단이다.”
- 어떤 점이 강점인가.
“거기서 배운 것이 ‘사회적 공헌’ 개념이다. 고후 구단이 지역에 사회적 공헌을 하니까 성장하는 것이다. 스폰서가 400군데를 넘는다. 첨단 LED 광고판도 없다. 라면집, 우동집까지 빽빽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왜 돈을 낼까. 구단에 축구에 대한 걸 요청하면 (선수단이) 축구공이며 골대로 쓸 콘이며 미니차에 싣고 어디든 찾아간다. 우리 구단은 고후 구단 유소년 분야에서 일했던 신입 인력을 뽑았다. 일본 고교, 대학에서 축구를 한 선수도 특채할 예정이다. 결코 창피하지 않다. 유소년 클럽은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 한국의 시민구단은 축구선진국에 비해 성적에 목매 있다. 우승권을 넘봐야 한다는 강박관념같은 게 있다. 기업형 구단과 비교해 성남은 어떤 생존 법칙을 지향할 것인가.
“지난해 8위했다. 박종환 감독에게 제시된 가이드라인은 있다. 12개팀 중에서 6위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빅4와 맨체스터시티 정도나 우승에 도전한다. 나머지 구단은 수익을 높이고 팬 만족도를 높인다. 성남은 시민구단으로 전환돼서 지난해에 비해 많게는 예산이 100억원 정도 줄어드는데 우승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중간 정도의 성적이지만 가치가 중요하다.”
- 어떤 가치인가.
“마르세유를 예를 든다. 한국이 1998월드컵때 히딩크의 네덜란드에 0-5으로 패했던 곳이다. 프랑스가 아프리카를 지배했을 때 흑인들이 거쳐가던 항구도시다. 폭력과 마약이 난무했고 지역갈등이 심했다. 마르세유 는 축구클럽을 만들어 그걸 많이 해소했다. 성남시민구단으로서 가장 큰 가치는 성남의 구시가지와 분당이라는 신시사지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갈등적 요소를 축구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다. 축구로 커뮤니이케이션하는 그런 가치가 성적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 축구를 통한 사회적 통합의 가치라고 본다. 앞에서 얘기했던 사회적 공헌과 맞닿아 있다.
“지역내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스폰서를 확보하려고 뛰고 있다. 우선협상권처럼 배타적인 권리를 보호해주는 등 스폰서로서 축구를 통해 지역에 사회적 공헌을 하려는 참여기업들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또 다른 구상도 있다. 학교에 현장학습,봉사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을 축구장으로 확장하는 것을 교육청과 협의할 것이다. 홈경기때 ‘오늘은 풍생인의 밤’‘오늘은 서현인의 밤’ 등으로 정해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경기장에 와서 어울리고 축구를 통해 화합의 장이 되도록 만들어 보겠다. 이들에게는 입장료를 할인해주어 거기서 조성된 기금을 성남시민구단의 이름으로 그 학교에 장학금을 희사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새출발에 맞춰 소속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연봉은 구단이 주는 게 아니라 시민구단은 시민이 준다고 선수들을 일깨운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선수들이 기꺼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당 중에서 승리수당이 있다. 새로 해보고 싶은 수당제가 있다. 관중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수당이다. 고객들에게 만족도를 높여주는 경기를 하고, 관중이 많으면 일정 수당을 주는 걸 검토하고 있다.
플레잉타임도 잴 것이다. 성남이 다른 팀보다 1분이라도 실제경기시간이 많다면 그것은 훌륭한 팬서비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취재후기] 신문선 대표는 요즘 퇴근한 뒤 한밤중에 칼바람을 뚫고 집 근처 한강둔치를 걸으며 고민을 거듭하는 날이 많다고 했다. 20년 넘게 그를 지켜봐 왔는데 시민구단의 비전을 찾으려는 그의 도전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해 보였다. 그가 구단에 접목시키려고 하는 '사회적 공헌'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지역 공동체와 지역 기업이 축구 후원을 통한 사회적 공헌에 적극 참여하고, 축구단은 지역민에게 찾아가 축구코칭으로 사회적 기여를 하는, 그런 쌍방향의 사회적 공헌이 활성화된다면 다른 시도민구단에도 생존과 성장의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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