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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에 마지막으로 쓴 퀸연아의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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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에 마지막으로 쓴 퀸연아의 '행복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5.04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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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행복했어요"...'so long'을 노래한 김연아의 현역 마지막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

[올림픽공원=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여러분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힘들고 지칠 때 다시 일러서 뛸 수 있는 용기가 생겼던 건 점수나 메달이 아니라 그건 바로 여러분 때문이었어요. 고마워요. 항상 저와 함께 힘이 되어주셔서. 함께여서 행복했어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김연아(24·올댓스포츠)가 2부 마지막 공연 전 인트로 화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준 인사말이었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처럼 스케치북 한장한장에 팬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다. 지난 10년동안, 처음 빙판에 섰던 것까지 길게는 20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하면서 김연아가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이었다.

▲ 김연아가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 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에서 '어릿 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화려한 스파이럴 연기를 하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4일부터 시작한 '삼성갤럭시 스마트애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는 '아디오스, 그라시아스(안녕, 고마워)'라는 주제에 맞게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는 그동안 성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와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셰린 본(캐나다)를 비롯해 스테판 랑비엘(스위스), 데니스 텐(카자흐스탄)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김해진(17·과천고), 박소연(17·신목고), 김진서(21·고려대) 등 후배들까지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는 김연아에게 축복을 보냈다.

물론 김연아에게 가장 많은 성원과 환호를 보낸 것은 체조경기장의 1만1000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었다.

◆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전세계 스타들의 '오마주 연아'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2부였다. '작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작별인사'라는 테마로 꾸며진 2부 공연은 얀한(중국)을 비롯해 박소연, 김진서, 알렉세이 야구딘(러시아), 랑비엘, 텐이 나와 김연아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했다.

인트로 화면을 통해 "연아 언니, 제가 늘 사랑하는 거 아시죠"라며 깜찍한 인사말을 전한 박소연은 까미유 생상의 '백조(The Swan)'의 선율에 맞춰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고 김진서는 엑소의 '으르렁'을 들고 나와 '피겨 아이돌'로 변신, 관중들의 많은 환호를 받았다.

▲ 셰린 본이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 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에서 붉은 의상을 입고 플라멩고 선율에 맞춰 열정적인 연기를 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파이어댄스'를 선보인 셰린 본이었다.

"그녀의 열정에 감동했다"고 말한 그는 붉은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나 스페인 토속음악 플라멩고 선율이 흐르는 '파이어댄스'로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올댓 스케이트 아이스쇼가 열릴 때마다 색다른 변신과 다양한 연기로 한국 관중들을 열광시켜왔던 그는 "새로운 모습을 항상 보여주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늘 즐겁다. 파이어댄스는 정열을 의미한다. 뜨거운 열정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나 흥겨웠다"고 말했다.

야구딘은 "포도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성숙해지듯 김연아 역시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낸 뒤 기돈 크레머의 '오블리비언'의 선율에 따라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의병장의 자손'인 데니스 텐도 김연아에 대해 찬사를 보낸 뒤 '싱싱싱'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화려한 연기와 힘이 넘치는 점프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 김연아가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 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에서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못이루고'의 선율에 맞춰 화려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이라이트인 무대는 역시 김연아의 무대였다.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곡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이루고'가 5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김연아는 적포도주를 연상시키는 붉은 드레스로 빙판 위에 서 그의 마지막 연기를 아낌없이 선사했다.

김연아는 공연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공연하기 전에 소화해야만 했는데 오늘 내가 하고자 한 연기를 잘한 것 같다"며 "특히 오늘 오케스트라와 함께 해서 그런지 감동이 더 전해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 미래와 꿈, 도전을 연기하다

1부 시작 전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을 위한 묵념을 1분동안 진행했다. 아이스쇼라는 흥겨운 무대에 왔지만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이윽고 무대에 빛이 들어오자 김연아를 제외한 모든 스케이터들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 '같이 눈사람 만들래(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의 곡과 함께 등장했다. 화려한 연기 뒤에 김연아는 '렛잇고(Let It go)' 음악과 함께 등장, 모든 스케이터들과 함께 1만1000명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2부가 김연아의 앞날을 축복하길 기원하는 무대였다면 1부는 유망주들의 미래와 꿈, 도전을 얘기하는 무대였다.

▲ 김해진이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 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에서 서정적인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파란 의상을 입고 등장한 '연아 키즈' 김해진은 '레디 투 플라이'에 맞춰 앞으로 미래에 펄펄 날아오를 것임을 다짐했고 박소연은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을 들고나와 꿈을 얘기했다.

화려한 안무가 돋보이는 본은 화려한 고적대 의상을 입고 나타나 흥겨운 무대를 선사, 관중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김연아는 1부에서 이번 시즌 쇼트프로그램 곡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선보였다. 김연아는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깔끔하게 연기,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 지난 10년의 행복했던 추억, 영원한 작별은 아니었다

'공주는 잠 못이루고' 연기가 끝나자 전광판 화면에는 그동안 김연아가 해왔던 화려한 연기 영상들이 상영됐다.

'록산느의 탱고'를 시작으로 '세헤라자데'와 '죽음의 무도', '레미제라블'까지 국내외 피겨팬들을 감동시켰던 그의 연기 영상에 관객들은 지난 10년동안 김연아가 해왔던 모든 연기를 추억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김연아(가운데)가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 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에서 '타임 투 세이 굿바이'에 맞춰 모든 출연자들과 함께 마무리 연기를 하고 있다.

영상 화면이 끝나자 김연아를 비롯해 모든 스케이터들이 나와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에 맞춰 피날레 연기를 펼쳤다.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의 작별 인사였다.

그러나 김연아의 작별 인사는 12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러했듯 '굿바이(Goodbye)'가 아닌 '소 롱(So long)'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떠난 이후에도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했듯 김연아 역시 당장의 계획을 잡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팬들 곁에 남아 한국 피겨와 스포츠를 위한 두번째 인생을 살 것임을 다짐했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가 끝난 뒤에는 데이빗 윌슨 안무코치와 함께 한 커튼콜 '네가 와서 기뻐(Glad You Came)'에 맞춰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연아는 윌슨 코치와 포옹하며 기쁨의 미소와 함께 살짝 눈에 물이 고이기도 했다.

▲ 김연아와 데이빗 윌슨이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 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를 마친 뒤 모든 출연자의 박수를 받으며 기쁨의 포옹을 하고 있다.

김연아는 "피날레에서도 타임 투 세이 굿바이가 있었는데 이번 아이스쇼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만큼 최선을 다해 완벽하게 연기하려고 집중했다"며 "은퇴무대여서 앞으로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공연이 될 것 같다. 아직 미래에 대한 계획을 하진 못했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신중하게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연아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 공연이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오늘 첫 공연 무사히 마무리지어 기쁘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공연이어서 더 열심히 했다. 남은 공연도 더 멋있고 완벽하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연아가 팬들 덕분에 용기를 얻고 행복을 얻었듯이 팬들 역시 김연아가 있어 행복했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공연을 지켜본 조인영(42)씨는 "너무 보고 싶은 공연이었는데 친구가 초대해줘서 기쁘게 봤다. 감동이었다"며 "마지막 연기는 정말 눈물이 날뻔 했다. 가슴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스쇼를 지켜보며 행복을 느꼈다. 그가 우리나라 피겨선수였던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연아의 현역 마지막 아이스쇼는 5일과 6일, 두 차례 더 진행된다.

▲ 김연아가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 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를 마친 뒤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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