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유희관(29·두산)이 뜨겁다. 프로에서는 도저히 통할 수 없을 것 같던 느린 공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유희관이라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해질 정도다.
벌써 15승이다. 다승왕이 보인다.
1999년 정민태(당시 현대) 이후 맥이 끊긴 토종 20승 투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가 아니다. 평균자책점은 3.16, 이 부문 3위다. 에릭 테임즈(NC), 박병호(넥센), 양현종(KIA)과 함께 당당히 최우수선수(MVP)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서 만족해서 안 된다. 유희관은 수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투수라면 시속 150㎞대 패스트볼을 장착하지 않아도 완급조절, 제구력, 수싸움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KIA의 대졸 신인 문경찬, 두산의 2015년 고졸 1차지명자 남경호를 비롯해 많은 젊은 투수들이 인터뷰를 통해 “유희관을 닮고 싶다”, “유희관의 투구를 보고 느끼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고교와 리틀야구 투수들도 유희관을 언급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구속은 쉽게 증가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유희관도 랜디 존슨이나 이혜천(NC)처럼 빠른 공을 던지고 싶어 한다. 150㎞를 뿌릴 것처럼 역동적으로 던지지만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은 고작 130㎞ 남짓이다.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길을 터득했다.
지긋지긋한 두산의 ‘좌완 잔혹사’를 끊어낸 것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유희관은 1988년 윤석환 현 선린인터넷고 감독이 기록한 토종 좌완 최다승(13승)을 이미 넘어섰고 2004년 개리 레스가 세운 좌완 최다승(17승)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완투형 투수가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이닝이터의 면모를 뽐내고 있는 점도 극찬 받아야 한다. 유희관은 148⅓이닝을 던져 이닝 2위에 올라 있다. 5이닝도 못 버티는 투수들이 넘쳐나는 KBO리그에서 유희관은 경기당 6⅔이닝을 던지고 있다.
그래도,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된다. ‘1,2년 잘하다 말겠지’, ‘생소해 그렇지 전력 분석이 끝나면 두들겨 맞을거야’란 세간의 평들을 우습게 만들었던 것처럼 또 진화해야 한다. ‘기교파의 희망’ 유희관의 피칭교실에 등록한 수강생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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