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다양성 영화가 뜬다 ④
[300자 Tip!] 작지만 의미 있는 흥행을 이어가는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성 영화의 흥행 기준이 된 전국 관객 2만명 돌파는 점차 그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멀티플렉스에 길들여진 국내 관객들을 공략하면서 영화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도 최근일이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수상 사례가 있는 작품들을 수입, 배급하는 영화사도 점차 많아지고, 전용관이 확대되면서 선택의 폭도 놓아졌다. 하지만 국가적인 지원은 걸음마 수준이다. 관객의 열기가 식지 않도록 전용관 확대와 법적인 테두리 마련이 시급하다.
[스포츠Q 이희승 기자] 다양성 영화가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영화 관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2억 명을 돌파하면서 영화 산업의 그늘로 치부됐던 소규모 영화들이 힘차게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이는 20대부터 영화를 꾸준히 관람해오던 관객들이 30~50대가 돼서도 영화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며 충무로의 생리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양성 영화의 인지도 확산은 CGV다양성 영화전문브랜드인 무비꼴라쥬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12년 1만 관객 이상의 편수가 5편이었던 반면, 2013년에는 21편으로 4배 이상 상승했다. 2004년 오픈 당시 3개 관수로 시작한 무비꼴라쥬는 현재 19개관으로, 개봉작은 104편에서 149편으로 50%이상 증가했다.
◆ 의식변화, 정교한 마케팅...10만넘는 경우 많아져
지난해 흥행 5위권 내를 보면 관객들의 선호도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장르와 국가, 출연 배우에 이르기까지 교집합이 단 한 부분도 없기 때문이다. 1위인 ‘마지막 4중주’는 전국 29개관에서 1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2009년 이후 소규모 개봉한 해외 예술영화 중 최다 관객 기록이다. 2위는 국내 독립영화인 ‘지슬’이 차지했고, 3위는 일본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현재까지 상영 중이다.
무비꼴라쥬 극장팀의 한승희 팀장은 “지난해는 다양성영화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명징하게 보였던 한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효했던 '1만 영화=흥행 영화'라는 공식은 깨지고 정교한 마케팅과 배급 전략으로 3만, 5만, 10만 명을 넘어서는 다양성영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CJ CGV 무비꼴라쥬 외에도 씨네큐브, KU시네마테크, 스폰지하우스 등 예술영화 전용관들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것도 최근일이다. 네이버 영화카페를 비롯한 영화 동호회들이 정기 모임을 다양성 영화 전용관에서 하는 방안이 추진되는가 하면, 새로운 친목 도모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관객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내 다양성영화 전용관이 활성화되고, 관객층이 기존 예술영화관을 찾는 마니아 중심에서 일반 관객으로 확대되면서부터다.
한 영화수입관계자는 “흥행작일수록 40대 이상 중년 관객층 분포가 높은 것도 다양성 영화의 특징이다. 과거 음식점에서 주로 이뤄졌던 계모임이 극장으로 옮겨진지 오래”라면서 “해외 영화제 수상이나 배우들의 호연이 입소문날 경우, 다양성 영화 흥행 기준점인 ‘평일 주부 관객들’의 수가 배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다양성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각 지방 단체들도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4월 경기도가 운영하는 다양성 영화관은 개관 9개월 만에 1만5000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다양성영화관 기획 실무를 맡고 있는 경기영상위원회 서용우 사무국장은 “올해에는 멀티플렉스 극장에 상주하던 4개의 다양성영화관을 1개 축소시키고, 각 지역의 마을영화관을 활용해 13~14개관으로 극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성 영화 지원사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씨네큐브 영화사업팀의 박지예 팀장은 “수입되는 다양성영화 편수가 크게 늘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충분한 상영관 및 상영 회차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국가적으로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준 높은 영화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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