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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추억을 품다, 아버지와 아들의 '프로야구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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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추억을 품다, 아버지와 아들의 '프로야구 소통법'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5.05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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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야구장 현장, 부자지간 캐치볼 즐기며 33년 추억 소통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수많은 어린이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1982년 출범 당시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프로야구에 있어 어린이의 의미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어린이날의 의미를 알기에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일정을 조정했다. 어린이날 시리즈를 위해 지난 2일 금요일 경기를 걸렀다. 이에 따라 3일부터 9연전 일정이 생겼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어린이날을 맞아 마운드에서 와이번스 유소년 야구단 어린이들에게 사인볼을 선물하고 있다.

2014년 프로야구 어린이날 경기는 세월호 침몰 사고 애도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진행됐다. SK는 화려한 어린이날 이벤트를 삼가고 킨더슐레 송도원 어린이 18명의 애국가 제창과 2014년 인천광역시 모범 어린이상을 수상한 임현주(13) 군의 시구만을 진행했다.

롯데의 외국인 선수 루이스 히메네스는 경기 전 배팅 연습 때 어린이 팬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 시작 전 각자 포지션에 나선 SK 선수들은 함께 나온 유소년 야구단 선수들에게 사인볼을 전해주며 팬 서비스로 어린이들과 소통했다.

어떤 응원이나 이벤트도 없긴 했지만 야구를 향한 어린이들의 기다림만큼은 뜨거웠다. 문학구장 1루 쪽에 자리한 어린이 야구장에는 경기 시작 3시간 전인 11시부터 캐치볼을 하고 있는 부자가 많이 보였다.

아빠는 “나이스”라는 추임새로 아들을 격려했고, “그립을 이렇게 잡아봐“, ”팔을 쭉 뻗어야지“등의 가르침으로 아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 프로야구 33주년, 어린이가 아빠가 됐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프로야구 출범 당시 어린이들은 어느덧 아빠가 되어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찾기 시작했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했다. 당시의 어린이들은 어느덧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됐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1990년대 중반 중흥기까지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장을 다녔던 이들은 이제 어엿한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찾기 시작했다.

전효남(39) 씨는 아들 민건(10), 민우(8) 군을 데리고 경기도 안산에서 문학구장을 찾았다. ‘토박이 인천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어렸을 적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명부를 좋아했다”고 밝혔다. 패배가 익숙했던 인천 야구팀들(삼미-청보-태평양)을 응원했지만 그는 어렸을 적 추억들을 잊지 못했다.

전민건 군은 “어린이날 아빠와 같이 야구장에 오는 건 큰 선물”이라면서 “평생 SK 팬으로 남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울산 출신의 김철식(38) 씨는 자신을 ‘뼛속까지 롯데팬’이라고 자부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아들 민찬(7) 군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그는 “원년부터 지금까지 롯데가 4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던 암흑기에도 아랑곳 않고 팬심을 유지했다”고 뜨거운 팬심을 보여줬다.

아들 민찬(7) 군은 47번 강민호 유니폼을 입고 함께 온 친구와 행복한 표정으로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김 씨는 “아들이 롯데 선수들 응원가는 다 따라부른다”며 “어린이날 롯데가 인천에서 경기를 한다. 야구장 오는 건 기본이다”라고 덧붙였다.

◆ 어린이날 최고의 옵션은 바로 야구장 

경기장 곳곳 어디를 가도 어린이들이 공을 주고받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어린이 야구장뿐만이 아니라 공을 던질 수 있는 약간의 공간만 나면 어린이들은 저마다 멋진 폼으로 공을 던졌다.

경기도 파주에서 문학구장을 찾은 김창근(44) 씨는 아들 익현(9) 군과 그의 친구가 캐치볼 하는 것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2014년 인천광역시 모범어린이로 선정된 임현주 군이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고 있다.

그는 “어린이날의 야구장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옵션”이라며 “놀이동산은 붐비고 가는 길이 많이 막힌다. 그에 반해 야구장은 일단 가깝고 쉽게 올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목소리 높여 응원도 할 수 있다. 야외에 나와 음식도 먹는다”며 “더군다나 아들과 아빠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라고 야구장의 장점을 역설했다.

김 씨 또한 프로야구 키즈팬 1세대로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어렸을 적 아버지와 도원구장에 아버지와 함께 갔다”며 지금은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으로 변한 숭의동 야구장에 대한 기억을 되새겼다.

그는 “아버지와 야구장을 종종 찾았듯이 앞으로도 아들과 야구장을 자주 찾을 것”이라고 말하며 야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 많이 좋아졌지만, “어린이를 더 생각해달라”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킨더슐레 송도원 어린이 18명이 SK와 롯데의 경기 전 애국가를 불렀다.

“그 때는 아저씨들이 팩소주 마시고 욕했던 기억이 나요.”

박정권 유니폼을 입은 전효남 씨는 1980년대 도원구장을 떠올렸다. 그는 “지금은 가족과 여성팬들의 유입으로 야구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몰라보게 좋아진 야구장 환경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철식 씨는 어린이팬들을 위한 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랐다. 그는 “출장을 간 김에 메이저리그 구장을 가본 적이 있다”며 “미국 구단들은 어린이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더라”고 느낀 바를 이야기했다.

김 씨는 “우리나라 구단들은 이벤트 규모가 턱없이 작은 것 같다”며 “어린이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렸을 때 추억은 평생 간다”면서 구단들이 조금 더 어린이팬들을 생각해주기를 바랐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문학구장 1루 측에 위치한 어린이 야구장에서 5일 경기 전 수많은 어린이들이 캐치볼을 즐기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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