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세영 기자] 김동주, 손시헌, 고영민, 장원진….
1990년대와 2000년대 두산 베어스의 내야수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이름들이다. 지금은 라인업이 대부분 바뀌었다. 고영민만 두산 선수로서 몸담고 있을 뿐 김동주, 장원진은 은퇴했고 손시헌은 NC 다이노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두산이 어떤 팀인가. 난자리가 생겨도 다른 누군가가 자리를 메워주는 팀이 아니던가. 김경문 감독 시절부터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의 팀컬러는 3루수와 유격수에도 고스란히 묻어 있다.
김동주에 이어 3루를 봤던 이원석은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상무에 입대했고 이제는 허경민이 주전 3루수로 출장을 늘리고 있다. 손시헌의 자리는 그간 만년 백업이었던 김재호가 맡고 있다.
한동안 백업의 이미지가 강했던 허경민, 김재호가 이제는 당당한 주전으로 도약을 알리고 있다. 견고한 수비와 적재적소에 때리는 안타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17일 KBO리그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이들의 공수 활약이 빛났다. 허경민은 3안타에 그림 같은 수비와 주루로, 김재호는 데뷔 첫 한 시즌 100안타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이날 1번 타자 겸 선발 3루수로 나선 허경민은 공격의 첨병 역할을 잘 수행해 3번으로 자리를 옮긴 민병헌의 존재감까지 더했다. 민병헌-김현수-양의지로 이어진 두산의 클린업은 도합 6안타 3타점을 몰아쳐 시리즈 스윕에 앞장섰다.
강점으로 꼽히는 수비와 주루도 일품이었다. 1회말 이명기가 기습 번트를 댔는데 타구가 3루쪽으로 애매하게 떠서 날아갔다. 이것을 허경민이 날아오르며 캐치, 두산 팬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타구 판단능력과 상대의 번트를 간파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5회 1루 주자로 나가있던 상황에선 상대 선발 메릴 켈리의 집요한 견제를 뚫고 2루를 훔쳐 김태형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김재호는 9번 타순에서 데뷔 11년 만에 한 시즌 첫 100안타를 달성했다. 9번 타자에게 한 경기에서 많은 타격 기회가 오지 않음에도 김재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찬스를 잘 살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99안타를 쳤던 김재호는 6회초 1사 후 중전 안타를 때리며 세 자릿수 안타를 신고했다. 지난해 86안타에 그쳤던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두 선수는 그간 ‘수비만 잘하는 야수’라는 편견을 깨고 타석에서 알토란같은 타격을 펼치고 있다. 허경민은 규정타석엔 못 미치지만 타율 0.327를 기록 중이고 안타도 80개를 때리며 데뷔 이후 최고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재호는 타율 0.325로 이 부문 1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붙박이 유격수로서 수비 실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김동주-손시헌 콤비와 비교했을 때 아직은 임팩트가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제법 길었던 무명의 설움을 이겨내고 주전으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허경민, 김재호에게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이들이 있기에 두산의 왼쪽 내야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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