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한국 축구의 심장’이었던 박지성(33)이 24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현역 선수로서 은퇴를 선언했다.
14일 수원 망포동에 위치한 박지성 유소년축구센터에는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던 그의 마지막 자리를 담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오전 11시 박문성 SBS 축구 해설위원의 소개로 박지성이 회견장으로 들어섰다. 그가 입은 검은색 양복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아버지 박성종 씨와 어머니 장명자 씨도 함께 자리했다.
박지성이 앉은 테이블 앞에는 그가 현역 생활 동안 입었던 유니폼들이 전시됐다. 세류초-안용중-수원공고-명지대서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국가대표 유니폼까지. 아버지는 24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빈 박지성의 발자취를 떠올리며 유니폼을 준비했다.
박지성은 팬들과 취재진에게 깍듯이 인사를 한 후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많은 분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전시해놓으신 것을 보고 은퇴 기자회견이라는 것을 짐작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공식적으로 은퇴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거침없는 질주로 한국 대표팀을 11년간 이끌었던 ‘산소탱크’가, 한국에 주말 유럽축구를 시청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던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가 현역 생활을 접는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은퇴를 고려했었다”며 “현재 무릎 상태로는 다음 시즌을 버텨내기 어려워 은퇴를 발표한다”라고 말했다. 한 치의 미련도 없는듯 밝은 표정이었다.
박지성의 은퇴 선언에 옆에 있던 어머니가 연신 눈물을 흘렸다. 당사자는 “미련이 남지 않는다”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헌신적인 뒷바리지로 슈퍼스타를 키워낸 어머니는 아들의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 회견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영원히 박지성을 지키겠다. 사랑한다’는 팬클럽 ‘수시아’는 꽃다발을 전달하며 자신들의 10대와 20대를 빛내준 스타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그들은 눈물이 날 것 같아 손수 적은 편지를 읽지 못하겠다며 박문성 위원에게 대신 읽게끔 했다. 축구인이나 다름없는 가수 김흥국 씨도 참석해 박지성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치고 깜짝 손님이 방문했다. 박지성의 인생 2막을 함께할 김민지 전 아나운서가 자리를 찾은 것. 그는 수줍은 표정으로 박지성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후 악수를 청했다. 오는 7월 27일 백년가약을 맺을 배우자로서 예비 남편의 새 삶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박지성이 가는 곳에 늘 함께 했던 아버지 박성종 씨는 “그동안 행복한 일이 많았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리고 “이렇게 잘 만들어주신 지도자 분들과 미디어, 팬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회견을 매듭지었다.
그렇게 ‘축구영웅’이 팬들을 떠났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