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시간제 경기가 아닌 야구는 대포 한방으로 언제든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묘미가 있다. 그래서 팬들은 이승엽, 이대호, 박병호 등 거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렇지만 장타자만으로는 패권을 차지할 수가 없다.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이끈 류중일 감독은 “이대호 9명으로 야구를 할 바에야 이대형 9명으로 팀을 꾸리겠다”고 말했다. 수비와 주루, 작전 수행능력 등을 종합한 평가라 할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해민(25)이 좋은 예다. 이번 시즌 117경기 478타석에 들어섰지만 홈런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상대팀 선수들은 박해민이 껄끄럽다. 공격 때는 발로 내야를 휘젓다가 수비수로는 좌우중간을 가를법한 타구들을 가볍게 건져낸다.
30일 대구 LG전 4회말. 마치 야구게임에서 나올법한 장면이 나왔다. 전성기 '바람의 아들'이라 불린던 이종범을 떠올리게 하는 ‘슈퍼 주루’였다. 박해민이기에, 박해민만이 할 수 있는 만화같은 베이스러닝을 접한 야구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4회말 1사 중전안타로 출루한 박해민은 후속 야마이코 나바로의 초구 때 2루를 훔쳤고 송구가 뒤로 빠진 사이 3루까지 내달렸다. 끝이 아니었다. 중견수 임훈의 송구가 빗나간 틈을 타 홈으로 대시했다. 포수 최경철이 흐른 공을 잡기 위해 이동한 것을 간파한 센스가 돋보였다.
박한이와 채태인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박해민이 후보로 밀려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구자욱의 스타성과 매서운 타격감을 고려하면 결국 어쩔 수 없이 박해민이 벤치를 지키는 것이 결국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라 봤다. 하지만 그는 '발야구'로 붙박이 주전을 꿰찼다.
준수한 타율(0.292)로 구자욱과 막강한 테이블세터를 꾸리고 있다. 도루 46개, 성공률 86.8%로 이 부문 2위 박민우(NC)에 4개차로 앞서 생애 첫 타이틀 수상도 노린다. 수비는 말할 것도 없다. 박해민은 김강민(SK), 김호령(KIA), 정수빈(두산)과 함께 최고 수비력을 자랑한다.
규정타석을 채운 51명의 선수 중 홈런이 하나도 없는 선수는 정수빈, 이대형(kt), 박해민 뿐이다. 박해민은 이승엽, 최형우, 나바로, 박석민 등 한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거뜬히 때려내는 거포 군단 속에서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뚜렷한 색깔로 확실하게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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