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재훈 기자] 올 시즌 초반 프로야구의 유일한 4할 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만년 기대주’ 이재원(27·SK)이다.
이재원은 2006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당시 SK에 지명됐다. 당시 SK의 선택은 의외로 꼽혔다. 인천에서 괴물 좌완으로 '빅4' 중 하나로 꼽히던 류현진(28·당시 동산고)을 놔두고 인천고에서 김성훈(28·현 한화)와 배터리를 이루며 거포 본능을 과시하던 이재원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SK측은 “타격이 인상적이었다. SK의 차세대 공격형 포수가 될 자질이 있다”며 그를 뽑은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여기에 주목했던 7년 간의 기다림이 이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올 시즌 이재원은 타율 0.465에 5홈런 25타점으로 화끈한 타격을 과시 중이다. 타율은 전체 선수 중 1위이고 장타율 또한 0.737로 만만찮은 기록을 보이고 있다.
그의 올 시즌 비결은 타격에서 편식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말 그대로다. 14일 현재 이재원은 왼손투수에게 타율 0.538 1홈런 7타점, 오른손투수에게는 타율 0.458 4홈런 13타점, 사이드암 및 언더핸드를 상대로도 타율 0.357 5타점을 올리는 불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이는 지명타자로 타격에 집중한 것이 컸다. 이재원은 지난해부터 본격 지명타자로 나서 69경기 타율 0.252 8홈런 41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이만수 감독은 시즌 전 “이재원은 지명타자”라 본격 못을 막은 뒤 이재원은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며 타격에 집중해 올 시즌 뜨거운 타격을 과시 중이다.
주전에 대한 안정감이 더욱 커진 것도 주효했다. SK는 시즌 초반 이재원을 지명타자 혹은 상대팀 좌완투수가 나올 때 우타 대타자로 주로 투입했다. 올 시즌에도 그는 대타로 타율 0.667를 기록해 훌륭한 대타자임을 증명했다. 그러다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의 부담을 덜고자 이재원이 중용됐다.
선발 출장을 보장받은 지난달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이재원의 방망이는 본격 폭발했다. 이후 12번의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홈런도 4개나 더 뽑아냈다. 30일에는 4타수 1안타로 시즌 타율 0.463을 기록하며 규정타석에 진입해 타격 선두에 올랐다.
최정과 박정권, 스캇이 버틴 우산효과도 이재원의 무서운 페이스에 일조하고 있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는 박정권은 현재 타율이 0.250로 아쉽지만 4홈런 23타점에 0.325의 득점권 타율로 만만찮은 면모다.
SK 타선의 에이스인 최정도 상대 투수진의 집중적인 견제로 인해 0.260의 타율에 그치지만 3홈런 27타점에 득점권 타율 0.455로 중심타선다운 클러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캇 또한 지난달 22일 NC전서 손목부상 이후 21일 만에 복귀한 13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5타수 2안타(2루타 2개) 1타점 맹타로 불망망이를 과시했다. 이어 14일 두산과의 2차전에도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부상 이전까지 스캇은 17경기서 타율 0.314에 홈런 4개와 타점 7개를 기록하며 SK 타선의 핵우산이 됐다.
앞, 뒤에서 버티니 이재원도 자신감 있게 마음껏 타격할 수 있다. 그 결과 올 시즌 장타율은 0.737이고 안타 대비 장타는 0.326에 달한다.
이재원은 소문난 연습벌레다. 가장 늦게까지 팀에 남아 훈련하는 선수 중 하나인데다 팀 훈련 시 포수 훈련도 병행하는 욕심쟁이다. ‘지명타자’ 이재원이 아닌 ‘포수’ 이재원으로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 시즌 “방망이가 너무 잘 맞아 볼넷에 주목하려 한다”는 이재원은 실제로 13일 두산전에선 볼넷을 골라내며 선구안까지 개안하는 면모를 보였다.
상무시절인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76타점으로 최다타점왕에 오르며 클러치 히터임을 과시했던 그가 이젠 1군 최고 클러치 히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재원의 앞으로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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