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 이세영 기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 투수 이명우(33)를 가리키는 말이 딱 그것인 듯하다.
이명우가 무려 5년 4개월여 만에 승리와 입맞춤했다. 그간 불펜에서 어려움을 겪은 그는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 만에 승리를 거뒀다.
이명우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서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0구를 던지며 6피안타 2탈삼진 3볼넷 2실점을 기록, 시즌 첫 선발승을 챙겼다. 이명우가 선발승을 올린 건 2010년 4월 22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 이후 1962일(5년 4개월 13일)만이다.
이명우는 2002년 롯데 입단 이후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스윙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선발 등판은 팀 사정상 앞문이 비어있을 때 임시로 들어가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롯데는 송승준이 불의의 부상(오른팔 삼두 근육긴장)으로 2군으로 내려감에 따라 선발 한 자리를 맡아줄 투수가 필요했고 경험이 많은 이명우에게 바통을 넘겼다.
첫 선발 등판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NC전에 나선 그는 3⅓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불펜 선수층이 얇은 롯데이기에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줘야 했지만 이명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최소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자신의 등판을 대비해 오른손 타자들이 많이 나왔지만 잘 막아내며 5이닝을 버텼다. 연속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2점을 헌납한 부분이 아쉬웠지만 3회초 타선이 터져주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3회말 1사 1루에서 루이스 히메네스를 6-4-3 병살타로 처리, 위기를 모면한 이명우는 4회 2사 2루에서도 적시타를 맞지 않았고 5회 1사 1, 2루 위기도 실점 없이 넘겼다. 노련한 투구로 LG에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은 이명우는 팀이 5-2로 앞선 6회 이정민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이명우는 프로 14년, 11시즌 동안 뛰면서 부침이 있었다.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성적이 널뛰면서 코칭스태프의 온전한 신뢰를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지난해엔 6패 11홀드 평균자책점 7.02를 기록,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불펜에서 아쉬운 면모를 보일 때가 많았던 이명우는 비록 임시일 가능성이 높지만 선발로 전향한 뒤 빛을 봤다. 긴 이닝을 소화하고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팀이 5연승을 거두는 데 이바지했다.
경기 후 이명우는 “5년 4개월만의 선발승이라고 해도 특별히 기쁘거나 좋은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이겨서 좋고 팀이 연승을 이어가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5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투구에 집중했다. 목표를 이뤄서 기쁘다. 야수들의 호수비에 감사하고 특히 포수 (안)중열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명우의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 실력 있는 선수라 생각했는데, 제 실력이 나온 것 같아 기쁘다”며 “(최)준석이의 홈런이 팀을 편하게 해준 것 같다. 불펜도 안정된 투구를 보여줬다. 앞으로 (김)원중이가 팀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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