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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어떻게 이재학을 무너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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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어떻게 이재학을 무너뜨렸나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5.1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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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체인지업 한 구장만 집중 공략, 4.2이닝만에 강판시켜

[잠실=스포츠Q 이재훈 기자] ‘창’ 두산 타선이 난공불락 같던 NC의 ‘방패’ 이재학을 무너뜨렸다. 치밀한 노림수가 주효했다.

두산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홈경기에서 2회말 민병헌의 3점포를 포함해 선발 이재학을 상대로 9안타(1홈런) 5점을 뽑아냈다.

NC의 '토종 에이스' 이재학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4.2이닝만에 강판됐고 두산은 7회말 김현수와 칸투의 백투백 홈런까지 더해 NC에 8-3 승리를 거뒀다.

무엇보다도 이재학을 무너뜨리며 1차전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는 것이 두산에게 무척 고무적이다.

올 시즌 이재학은 ‘난공불락’이었다. 이날 두산과의 경기 전까지 4승 2패 2.60의 평균자책점으로 국내 선수 중 우완투수로는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투수였다.

특히 상대 주자 잔루율이 86.8%이나 되는데도 결정구인 서클체인지업을 앞세워 9이닝당 삼진 6.63개를 기록하며 위기를 넘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도 이재학은 96개의 투구수 중 서클체인지업을 54개나 기록했다. 이는 35개를 던졌던 직구보다 1.5배가량 더 많은 수였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이재학의 높은 서클체인지업 비중은 독이 됐다.

▲ [사진=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이재학은 16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등판했지만 높은 서클체인지업 구사가 독이 돼 4.2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두산 타자들은 이재학의 대표적인 구질인 ‘서클체인지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나왔다.

민병헌과 오재원의 안타도 마찬가지다. 이재학의 서클체인지업에 집중해 직구만을 노렸다. 김현수부터 시작되는 두산의 클린업도 같은 노림수였다. 그리고 이는 김현수가 서클체인지업을 타격해 1루수 앞 땅볼로 1타점을 올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어 후속타자로 나온 칸투도 서클체인지업에 집중해 좌익수 방면 안타를 쳐냈다.

2회말 1사 주자 2, 3루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은 민병헌이 1볼 상황에서 이재학의 2구째 137km짜리 직구를 받아쳐 3점 홈런을 쳐냈다. 1회말 첫 번째 타석에서는 서클체인지업 노려 안타를 만든 민병헌은 두번째 타석에서 한가운데로 몰린 137km짜리 직구를 좌중월 3점 홈런으로 연결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재학의 서클체인지업의 위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두산의 타자들은 서클체인지업으로 인해 연신 범타가 나오거나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두산 타자들의 이같은 노림수는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줬다.

민병헌도 경기가 끝난 뒤 “이재학의 서클체인지업이 워낙 좋아 치기가 어렵다. 첫 타석에서 체인지업을 노려 안타를 만든 것이 주효했다”며 “사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서클체인지업이 오면 헛스윙한다는 생각으로 방망이를 냈는데 직구가 한가운데로 들어와 노림수가 적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사진=스포츠Q 최대성 기자] 두산 외야수 민병헌은 16일 잠실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서 2회 이재학을 무너트리는 결정적인 3점 홈런을 쳤다. 그는 "서클체인지업은 버렸던 것이 주효했다"고 이재학을 무너트린 비결을 밝혔다.

두산은 이밖에도 누상에 주자가 나갈 때마다 히트 앤드 런 작전을 끊임없이 펼쳤다. 2회말 김현수의 적시타 때도 마찬가지였다.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한 오재원은 김현수의 타격 때 3루로 이미 뛰고 있었다. 결국 안타가 터졌을 때 홈을 파고 들어 득점할 수 있었다.

결국 두산 타자들의 효과적인 공략에 이재학은 지난달 18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4이닝 5실점을 기록한 이후 5번째 경기만에 4.2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이날 이재학의 직구는 최저 137km, 최고 142km까지 나왔다. 분명 지난해 140km 초반대의 꾸준한 직구구속과 서클체인지업의 콤비가 나오는 위력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결국 서클체인지업을 받칠만한 구위가 아닌 직구는 화를 불렀다.

두산은 이재학을 무너뜨리며 주말 3연전의 분위기를 가져왔다. 또한 두산 타선의 노림수는 더욱 매서운 창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과연 2차전에서는 어떤 노림수를 들고 나올지 여부가 주목된다.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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