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김학범 논평위원] 이제 브라질 월드컵 개막까지 보름 남짓 남았다. 그리고 다음달 18일 열리는 러시아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까지는 20여일이 남았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평가전인 튀니지전을 비롯해 다음달 10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갖는 가나와 평가전은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축구대표팀에게 더없이 중요한 기회다.
아마 많은 팬들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컵 출정전'으로 열리는 튀니지전에서 '홍명보호'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 그리고 내심 목표로 하고 있는 원정 16강 그리고 첫 원정 8강에 오를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대표팀은 완전한 상태라고 볼 수 없다. 지금 당장 대표팀에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다.
그리고 평가전은 과정일 뿐이다. 물론 이기면 기쁠 것이다. 하지만 평가전은 보완할 점을 찾고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지, 100% 실력을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지켜볼 것인지, 4가지 포인트를 짚어본다.
◆ 평가전은 풀백 안정화의 기회, 김영권-홍정호 중앙수비는 믿을만
포백 시스템에서 좌우 풀백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에 확실한 주전 풀백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불안한 대목이다. 그렇기에 주전 풀백은 두 차례의 평가전과 훈련과정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왼쪽에서는 김진수(22·알비렉스 니가타)가 유리해보이지만 부상 중이기 때문에 경합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윤석영(24·퀸즈파크 레인저스)과 경쟁 중이다.
박주호(27·마인츠)를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윤석영이나 박주호 가운데 누구든 한 명은 빠질 수밖에 없다. 윤석영, 박주호가 모두 잘하는 선수이지만 왼쪽 풀백에 3명을 넣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어느 누가 빠져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윤석영과 박주호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오른쪽은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가 유력해보인다. 그동안 부상 때문에 소집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낼 때도 활약하는 등 홍명보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의 중앙 수비 라인은 믿어도 좋다고 본다.
김영권은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건너갔고 홍정호는 독일에 있다. 외국 선수와 많이 싸워봤다는 점에서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영권은 이미 명장 마르셀로 리피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선수다. 우리나라 중앙 수비수가 독일에 진출하기가 어려운데, 진출했을 정도면 홍정호도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영권, 홍정호가 어리지 않느냐고 걱정들 하지만 나이는 상관이 없다. 한창 좋을 나이이기 때문에 신뢰해도 좋다고 본다.
◆ 박주영, 튀니지전 출전않을 가능성 높아
박주영(29·아스널)이 튀니지와 평가전에 나올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엔 일단 안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주영은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대사를 앞두고 평가전에서 다치면 안된다. 박주영은 훈련 과정을 계속 지켜보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할 것 같다.
튀니지전에서는 박주영이 없을 때를 가정해 김신욱(26·울산 현대)과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 카드를 테스트하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동원은 그동안 주로 측면에서 뛰었지만 이미 측면에는 손흥민(22·바이에르 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이 있다. 그리고 지동원은 측면으로 가기 전에 원래 중앙에서 쓰던 카드였다. 이근호(29·상주 상무)도 있긴 하지만 홀로 서는 것보다 침투에 더 능하기 때문에 측면 카드로 봐야 한다.
◆ 나이 적지만 해외 경험 풍부, 주장 구자철 리더 역할 중요
많은 팬들이 이번 대표팀이 주로 20대라면서 너무 어린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다.
해외파가 17명이다. 해외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 이청용과 기성용(25·스완지 시티)이 이미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적은 나이가 문제가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다만 우려되는 것은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면서 크게 흔들릴 때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만큼 주장 구자철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얼마나 팀을 잘 끌어가느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충분히 주장 능력이 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누가 리더십이 있는지, 그리고 선수들의 융합을 잘 시키면서 이끌고 가는지 알게 된다. 그런 행동을 하는 선수가 꼭 있기 마련이고 그런 선수가 바로 주장이다.
구자철은 이미 연령별 대표팀 때부터 홍명보 감독과 함께 하면서 리더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유일한 30대 선수인 수비수 곽태휘(33·알 힐랄)는 훈련 과정에서 후배 선수들을 잘 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기를 뛰게 될 때도 노장으로서 역할이 있다. 곽태휘는 경기를 뛴다면 세트플레이 강점도 있기 때문에 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 세트플레이와 체력문제도 지켜봐야
세트플레이에서 득점할 수 있느냐 또는 상대에게 골을 내주지 않느냐는 강팀이나 약팀이나 공통된 고민이다. 세트플레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우리 대표팀에는 기성용 등 킥이 좋은 선수가 많다. 세트플레이는 득점하기 좋은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상대팀의 세트플레이 상황을 잘 막는 것 역시 집중력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튀니지전 등 평가전은 이런 부분을 점검하는 자리다.
또 다른 하나는 체력 문제다. 시즌을 치르고 왔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된 상태다. 현재 이케다 세이고 코치가 회복과 훈련을 적절하게 시키면서 끌어올릴 것이다. 지쳐있는 몸을 회복시켜주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아직 대표팀은 100%가 아니다. 체력도 월드컵 본선에 맞춰 끌어올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평가전에서는 100%일 수 없고 100%여서도 안된다.
전술도 마찬가지다. 모든 전술을 평가전에서 보여줄 수는 없다. H조의 모든 팀들이 한국을 지켜볼 것이고 분석할텐데 모든 것을 보여준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평가전은 승리가 아니라 우리의 것을 적절하게 숨기면서 우리의 것을 얼마나 얻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경기다. 튀니지전 결과가 좋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필요도 없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비난하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튀니지전은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지켜봐야 한다.
월드컵 출정경기의 환호보다 본선의 환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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