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홍명보호'가 브라질 월드컵에 대비해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치른 출정 평가전을 0-1로 졌다. 28일 튀니지와의 홈 평가전은 지금 우리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를 보완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치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승패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문제점과 보완 과제가 튀니지전을 통해 너무나 많이 드러났기 때문에 고민이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까지는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았고 한국의 첫 경기인 러시아전이 열리는 18일(한국시간)까지도 이제 20일도 안남았을 뿐이다.
튀니지전에서 드러난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문제는 공격부터 수비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고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100% 몸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생겨난 문제점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고립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튀니지전을 통해 드러난 주요 보완 과제를 7가지를 키워드로 긴급 점검한다.
❶ 고립 - 공격 유기적 호흡 실종, 원톱 박주영 한계
축구는 골을 넣어야만 하는 경기다. 탄탄한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팀도 승점 3을 따내기 위해서는 공격에서 최소한 한 골을 넣어줘야만 한다.
그렇기에 홍명보호의 4-2-3-1 포메이션에서 선수들의 유기적인 호흡 없이는 제대로 된 공격을 이끌어낼 수 없다. 10명의 필드플레이어가 조직력을 발휘해 수비를 하듯이 공격 역시 수비부터 제대로 지원해줘야만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에서 유기적인 호흡이 실종되다 보니 '원톱' 박주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립이 됐다. 75분 동안 뛰면서 그가 때린 슛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박주영이 침묵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공격력 역시 실종됐다.
박주영에게 연결되는 패스 자체가 적었다. 측면에서 올라는 크로스는 뜸했고 그나마 올라오는 것도 부정확했다. 그러다 보니 박주영은 페널티지역에 제대로 있지 못하고 전방과 미드필드를 오갈 수밖에 없었다. 후방에서 오는 공을 받아 페널티지역에서 결정지어줘야 할 선수가 오히려 공격의 고리 역할을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박주영의 '원샷 원킬'은 실종됐다.
경기가 끝난 뒤 이근호도 "공격수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학범 스포츠Q 논평위원은 "원톱은 웬만하면 페널티지역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상대 수비에 막힐 수 있겠지만 90분 동안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며 "박주영의 역할은 아래로 내려가 공을 연결해주는 역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❷ 비효율 - 공만 점유한채 공격 못푸는 난맥상
현대 축구의 흐름은 '점유율 축구'다. 상대에게 공을 뺏기지 않고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느냐가 바로 점유율 축구의 핵심이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기성용과 구자철 등 중원에서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뿐이었다. 60% 이상의 볼 점유율을 가져갔으면서도 공격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공수전환 속도가 너무나 느렸기 때문이다. 공을 차지하고도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지 못하다보니 이미 상대는 모두 수비진영을 갖춘 상태에서 공격을 풀어가야 했다. 튀니지를 상대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상대의 수비가 탄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창끝이 너무나 무뎠기 때문이었다.
김학범 논평위원은 "점유율을 높여갈 때와 빠른 속도로 공격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며 "공만 오래 가지고 있는 축구를 하다보니 공격 일선으로 신속하게 공을 전달하지 못했다. 그 결과 공격 패턴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❸ 불안 - 붙박이 주전 필요한 좌우 풀백 아직까지도 흔들
김학범 논평위원은 "독일 월드컵 당시 좌영표-우종국처럼 확실하게 주전 풀백이 있어야만 비로소 포백 수비가 안정된다. 포백 시스템이서 좌우 측면 풀백은 빨리 주전을 결정해야만 안정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이영표와 송종국이 좌우 측면 풀백을 맡았고 남아공 월드컵 역시 이영표와 차두리라는 확실한 주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영표와 송종국이 모두 현역에서 은퇴하고 이미 34세의 차두리가 대표팀에 뽑힐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 홍명보호는 주전 풀백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한지 사흘 밖에 지나지 않은 윤석영을 왼쪽 풀백으로 내보냈지만 부정확한 크로스 등으로 제대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29일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김진수를 내리고 예비엔트리에 올려놓았던 박주호를 대체 발탁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김학범 논평위원은 "어느 한명이 앞선다고 볼 수 없다.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창수와 이용이 경합중인 오른쪽 역시 마찬가지다. 김창수와 이용 가운데 어느 누가 주전 오른쪽 풀백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좌우 측면 풀백이 불안하면 포백을 바탕으로 한 수비 뿐 아니라 공격 오버래핑도 이뤄질 수가 없다. 포백 시스템에서 좌우 풀백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주전을 확정짓고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❹ 플랜 B - 박주영 대체할 김신욱·지동원 공격력도 미흡
박주영을 원톱으로 내세우는 '플랜 A'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김신욱이나 지동원, 이근호 등 다른 공격자원을 활용한 '플랜 B'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튀니지전에서 '플랜 B'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상대팀도 모두 탐색을 나서는 평가전이기 때문에 플랜 B까지 세세하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 문제는 플랜 B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완전한 것을 보여주진 못해도 최소한의 움직임은 보여줬어야만 했다.
홍명보 감독은 튀니지전에서 사실상 베스트11을 기용했지만 승리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경기력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홍 감독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후반에 교체카드 6장을 모두 썼지만 이마저도 탐탁하지 않았다.
❺ 중앙 - 1차 저지선 중앙 미드필드진 이어 중앙 수비까지 뚫리며 실점
상대의 공격을 막을 때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대의 공격이 중앙으로 치고 나오는 것을 잘 막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전반 44분 주하이에르 다우아디에게 허용한 실점은 중앙이 뻥 뚫렸다는 점에서 분명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선제실점 장면은 튀니지의 패스 플레이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다우아디의 단독 돌파였다. 하프라인부터 치고 나오는 다우아디를 그 누구도 끊어내지 못했다.
1차 저지선인 기성용과 한국영의 중앙 미드필더부터 뚫렸고 김영권과 홍정호의 중앙 수비진까지 빗장이 풀리면서 사실상 단독 찬스를 내주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골키퍼 정성룡은 실점할 수밖에 없었다. 한 명의 개인기를 4명이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나 알제리, 벨기에 등은 다우아디보다 더 돌파력있고 더 개인기가 뛰어난 공격수가 즐비하다는 점이다. 결국 1차 저지선인 중앙 미드필더부터 강하게 압박을 들어가 저지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1차 저지선부터 뚫려버리면 수비력이 강한 중앙 미드필더를 뽑은 홍명보 감독의 보람이 없어진다. 홍 감독은 우리보다 강한 팀에 대비하기 위해 중앙 미드필더를 기성용, 한국영, 하대성, 박종우 등 수비력이 탄탄한 선수들로 채웠다. 이 때문에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이명주(포항)를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중앙 미드필더에서 이런 압박력을 보여준다면 차라리 이명주를 뽑는 것이 낫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학범 논평위원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과 한국영, 중앙 수비라인의 김영권, 홍정호가 두터워야 안정된 수비를 펼칠 수 있다"며 "중앙은 '심장'이다. 심장으로 향하는 상대의 공격을 두껍게 막아야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❻ 컨디션 - 아직까지 60~70% 수준, 박주영 선발 출전은 갸우뚱
이케다 세이고 코치는 현재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60~70% 수준으로 봤다. 컨디션을 100%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경기에 100% 또는 100%에 가깝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표팀은 러시아와 첫 경기에 100% 컨디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튀니지전을 뛴 선수들의 컨디션이 완벽할 수는 없다. 정상 경기력보다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평가전 결과가 더 의미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시즌이 이제 막 끝났기 때문에 체력은 완전히 소진된 상태다. 그리고 일부 선수들은 부상 때문에 완전한 컨디션을 회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제 막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내고 후반 중반에야 교체시켰어야 했는지는 의문점으로 남는다. 유럽에서 뛰는 박주영이나 기성용은 체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진데다가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는 선수들이었다.
물론 박주영과 기성용이 최근 경기에서 뛰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력 회복 차원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뛰게 할 필요도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부상에서 이제 막 회복한 선수들은 부상의 위험성 또한 높다.
특히 박주영의 선발 출전은 부상에서 완쾌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들은 일찌감치 주전 자리를 확실하게 굳힌 상태다. 이들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은 없다. 그렇다면 평가전에서 더더욱 이들의 출전시간을 조절시켜줬어야 했다. 기량은 기량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경기력은 경기력대로 실망스러웠다. "유럽파 선수들은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출전시간을 미리 정해줬어야 했다"는 김학범 논평위원의 조언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❼ 논란 - 박주영·윤석영 실망스러운 경기력, 기성용은 경례 파문까지
이번 대표팀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거나 한때 논란이 됐던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박주영과 윤석영 모두 홍명보 감독이 '인맥'으로 뽑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소속팀 경기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 선수로 선발하지 않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원칙에 위배되는 경우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그만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소속팀 아스널은 물론이고 임대로 간 왓포드에서도 출전이 적었던 박주영을 선발했다. 그리고 봉와직염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기량을 인정받은 박주호 대신 잉글랜드 리그 챔피언십(2부)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 윤석영을 우선 선발했다. 논란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논란이 있었다면 이를 잠재울 수 있는 기량과 경기력을 튀니지전에서 보여줘야만 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팬들을 실망시켰다. 홍명보 감독의 선수 인선에 다시 한번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다. 팬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찜찜함을 안고 브라질로 향할 수밖에 없다.
또 한명의 논란 선수가 있다면 기성용이다. 이미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고 전임 대표팀 감독을 조롱한 SNS 글 때문에 논란이 됐던 그다. 그런데 이번에는 튀니지전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면서 왼손을 올려 논란이 됐다. 있던 논란도 잠재우고 없애야 할 판에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든 것이다.
기성용 본인은 '실수였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A매치를 수십번도 더 치르고 올림픽을 뛰고 연령별 대회에서도 나갔던 그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실수했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지 않는 일이다. 이 때문에 기성용의 이런 행동이 실수가 아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소한 문제까지 논란이 생긴다면 팀 조직력이나 분위기에 큰 손상이 갈 수밖에 없다.
이제 대표팀의 국내 일정은 사실상 끝났다. 튀니지전을 치른 대표팀 선수들은 29일 예방접종을 마친 뒤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고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향하게 된다. 미국에서 가나와 평가전을 치른 뒤 브라질로 입성하게 될 대표팀이 과연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고 러시아를 맞이할 수 있을까. 이제 시간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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