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재훈 기자] 항상 ‘1번 타자’의 부재를 고민하던 롯데가 드디어 톱 타자 자리의 적자를 찾았다. 주인공은 내야수 정훈(27)이다.
올 시즌 롯데 타자 중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한명이 정훈이다. 2번 전준우(28)와 같이 테이블 세터로 나서며 1일까지 타율 0.329 출루율 0.428 장타율 0.439를 기록 중이다. 얼핏 보면 평범하나 그 동안 ‘1번 타자 부재’에 고민하던 롯데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선수다.
게다가 조성환(38) 이후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2루수 자리에도 올 시즌 단 4개의 에러만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있어 롯데의 1번 타자 공백에 대한 갈증을 완벽히 해소해주고 있다.
◆ 김주찬 이후 부재 중인 1번 타자에 나타난 적임자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손아섭 1번 타자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지난해 타율 0.352 출루율 0.436 장타율 0.469에 이르는 만능타자 손아섭을 1번으로 투입해 그만큼 팀의 득점생산력을 높이자는 데 있었다.
지난해 롯데 타선은 팀 타율 0.261, 팀 득점 556 으로 각각 6위와 7위에 그쳤다. 2011시즌 이후 오릭스와 계약하며 일본으로 떠난 ‘롯데의 4번 타자’ 이대호(32·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부재도 있으나 가장 큰 문제는 1번 타자의 부재였다. 2012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얻어 KIA로 간 김주찬(33)이 했던 역할을 맡을 발빠른 톱타자가 필요했다.
이에 롯데가 차기 1번 타자 후보로 찍은 첫 선수는 김문호(27)였다. 그러나 그는 2012시즌 56경기서 타율 0.203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지난 시즌에도 타율 0.263을 기록하며 1번 타자로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율과 1할 넘는 차를 보이는 출루율(0.373)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지난해 5월 27일 넥센전서 당한 발목 인대파열로 잔여시즌 내내 재활에 열중해야 했다.
두 번째 후보인 조홍석은 2013년 스프링캠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흥식 코치가 콕 찍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 역시 30경기서 타율 0.250으로 부진했다.
올 시즌 롯데는 한때 발이 빠른 이승화를 1번 타자로 두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이승화가 4월 15일 NC전서 4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는 등 올 시즌 타율 0.213에 머물러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롯데는 전준우를 1번 타자로 실험했으나 타율 0(5타수 1볼넷)으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진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번 타자를 맡아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정훈이었다. 4월 27일 SK전에서 팀의 본격적인 1번 타자로 나선 이후 1번 타순에서만 타율 0.325 1홈런 18타점으로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시즌 현재 정훈은 1번 타자의 미덕인 출루율의 경우 0.428를 기록하며 팀 내 규정타석에 해당하는 선수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훈보다 높은 기록을 보여주는 손아섭(0.436), 루이스 히메네즈(0.462)가 중심타순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정훈은 롯데에서 1번 타자 후보 중 가장 좋은 출루율을 보여주는 셈이다.
특히 정훈은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롯데가 장단 29안타로 두산에 23-1 대승을 거둘 당시 6타수 6안타 2타점 5득점 1볼넷으로 한 경기 개인 최다 안타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다. 비록 도루는 2개에 그쳤지만 1번 타자의 덕목인 출루를 가장 완벽히 수행해내고 있다.
◆13타석 연속 출루 달성, 빛나는 가치
정훈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3연전 중 마지막 경기에서 5회 두산 선발 노경은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13타석 연속 출루를 기록했다. 이는 프로야구 역대 3번째 기록이다.
2003년 이호준(NC)이 SK에서 활약할 당시인 8월 17~19일 3경기 동안 기록한 적이 있고, 가장 최근에는 2007년 한화·삼성을 거쳤던 외국인 외야수 제이콥 크루즈(41)가 한화 시절 4월 18~21일 이 기록을 작성했다.
정훈은 이날 ‘14타석 연속 출루’라는 신기록을 달성할 기회를 잡았다. 7회 초 두산의 바뀐 투수 정재훈을 상대로 맞은 다섯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신기록 작성에는 실패했다. 이후 8회 초 공격에서 대타 박준서로 교체돼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훈은 이날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치기 전까지는 (신기록을)의식 안했는데 막상 타석에 들어가서는 의식했다. (7회 초 타석에서) 이를 못 이겨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요 사이 컨디션이 좋아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 것 같다”며 “주자를 생각 안하고 타석에 임하는 게 좋은 결과 나온 것 같다”고 말해 이번 출루 신기록으로 찾은 감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대호가 찍은 남자 정훈. 골든글러브를 노린다
정훈은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프로야구를 떠났다. 이후 그는 81mm 박격포병으로 현역 입대해 군 시절 취직자리를 알아보는 등 야구를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훈은 야구를 쉽사리 포기할 수는 없었고 마산 용마고에서 코치생활을 해오다 당시 용마고 감독으로 부임하던 박동수 감독의 추천으로 2009년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다.
이후 로이스터 감독의 눈에 띄어 2010년 1군 무대를 밟기도 했으나 당시에는 조성환(37)이라는 벽에 밀려 백업으로 주로 나섰으나 2012년 양승호 감독 부임 이후 본격적인 주전으로 도약한 이래 지난해 113경기서 타율 0.258 5홈런 37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정훈은 입단 후 이대호에게 유독 살갑게 대하던 후배로 유명하다.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한 뒤 비시즌에도 같이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드는 등 그를 유독 따르며 많은 조언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대호도 인터뷰를 통해 정훈을 성공할 선수로 꼽았다.
올 시즌 정훈은 자신의 주 포지션인 2루에서도 1일까지 41경기 선발로 나서 359.1이닝을 소화, 단 4개의 실책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수비를 보여줘 골든글러브 후보로 손색없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간 많은 길을 돌아온 끝에 올 시즌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고 있는 정훈은 1일 경기 후 “6월 첫 경기에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 말할 정도로 쾌조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올 시즌 종료시점까지 활약을 이어갈지 그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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