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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사자' 카메룬, 스스로 이빨을 뽑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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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사자' 카메룬, 스스로 이빨을 뽑아버렸다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6.19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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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전부터 '포상금 문제', 본선에선 내분, 필드에선 싸움, 퇴장까지

[스포츠Q 이재훈 기자] 아프리카의 전통강호 카메룬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스로 자멸했다. 불굴의 사자는 스스로 날카로운 이빨을 뽑아버렸다.

카메룬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레나 아마조니아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A조 크로아티아와  2차전에서 이비차 올리치(35), 이반 페리시치(25·이상 볼프스부르크)와 마리오 만주키치(28·바이에른 뮌헨)에게 골을 헌납하며 0-4 완패를 당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특히 카메룬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40분 핵심 미드필더인 알렉스 송(27·FC바르셀로나)이 크로아티아의 역습 상황에서 만주키치의 등을 자신의 팔꿈치로 가격하는 고의적인 반칙으로 퇴장당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카메룬은 그 간 대표팀의 중심 수비수이자 알렉스 송의 삼촌인 리고베르 송이 선수시절이던 1994 미국 월드컵 브라질전과 1998 프랑스 월드컵 칠레전에서 각각 퇴장을 당해 경기를 망치고 월드컵 무대를 쓸쓸히 떠나간 아픈 기억이 있다.

카메룬의 이번 월드컵 부진 전조는 이전부터 나왔다. 프랑스 신문 레퀴프는 8일 카메룬 대표팀이 정부에 충분한 금액의 보너스 지급 보장을 요구하며 브라질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해 파장을 일으켰다.

레퀴프는 “카메룬 대표팀 출정식에서 선수단 대표가 총리로부터 국기를 전달받는 것을 거부했다”며 “이들은 공항으로 가는 대신 숙소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카메룬 대표팀은 당시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1인당 6만1000유로(8400만 원)의 보너스 대신 1인당 18만2000유로(2억5300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브라질행을 거부했고 결국 12시간의 진통 끝에 협상이 타결돼 선수단은 브라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카메룬 대표팀의 자중지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차전 이후 주장인 사무엘 에투(33·첼시FC)가 무릎부상으로 빠진 다음에는 더했다. 정신적 지주가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게 되자 카메룬은 더욱 흔들렸다.

이날 카메룬은 0-4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를 하던 중에도 마찰을 빚었다. 브누아 아수에코토(30·퀸스파크레인저스)가 먼저 뱅자맹 무캉조(25·낭시)에게 머리를 박으며 거친 의사표현을 했고 무캉조 역시 반발했다.

두 선수의 싸움은 스테판 음비아(28·세비야FC)의 만류로 두 사람의 짧았던 싸움을 끝이 났지만, 이는 중계 화면에 그대로 비춰지며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치부로 드러났다. 게다가 경기 중에 카메룬은 선수 개개인이 각자 따로 노는 움직임으로 ‘태업성’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러한 카메룬의 형편없는 모습에 폴커 핑케 감독도 경기 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후반 40분 두 선수(아수에코토와 무캉조)의 반칙은 왜 그랬던 건지 명백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내가 생각해봐도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오늘 보여준 모습은 내가 계획한 카메룬 팀의 이미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카메룬 축구대표팀의 별명은 ‘불굴의 사자’다. 이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1986 멕시코 월드컵 우승국인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16강에 진출했다.

이 대회에서 카메룬은 16강에서 콜롬비아를 2-1로 제압했고 잉글랜드와 만난 8강전에서 아쉽게도 2-3 역전패했으나 결코 밀리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세계 축구계에 변방이던 아프리카 팀의 돌풍으로 카메룬은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월드컵에서는 더 이상 ‘불굴의 사자’가 아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카메룬 대표팀이 승리를 거둔 것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1-0승리를 거둔 것이 유일했다. 14경기에서 1승만을 거뒀을 뿐이다.

결국 카메룬은 이번 월드컵에서 팀이 아닌 돈만 있었다. 불굴의 사자였던 카메룬은 결국 스스로 이빨을 빼버린 허약한 사자가 돼버렸다.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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