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도 어느덧 여덟 팀만 남았다. 각 대륙을 대표한 32강이 각축을 벌여 24개 팀이 집으로 돌아갔고 8강만이 살아남아 진검승부를 벌인다.
24개 팀과 경쟁에서 이겨낸 8개 팀은 현재 브라질 월드컵에서 모두 조 1위로 16강에 올라 돌풍의 팀들을 제치고 4강 도전 무대에 올라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어느 팀이 우승하더라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전력들이다.
월드컵 16강 체제로 재편된 이후 조별리그 1위 팀들만으로 8강이 모두 채워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그만큼 극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팀은 없다. 강하긴 하지만 약점은 있다. 불사신이라고 일컬어졌던 아킬레우스도 발뒤꿈치 공격만은 막지 못했다. 그래서 그곳이 바로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리지 않는가.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나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남미 3개팀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의 4개팀, 북중미의 희망봉 코스타리카까지 8개팀이 모두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그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략당하면 그 어떤 팀도 살아남지 못한다. 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킨 팀을 보면 상대팀을 집중 분석해 약점을 물고 늘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이번 브라질 월드컵 8강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 네이마르 공격 의존도 강한 브라질
브라질은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가 아니면 공격을 풀어나갈 수 있는 선수가 없다. 프레드(31·플루이멘세)와 헐크(28·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스카(23·첼시) 등 공격자원이 있지만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부진하면 백업요원이라도 잘해줘야 하는데 베르나르드(22·샤흐타르 돈네츠크)와 조(27·아틀레티코 메니에루) 등 벤치에 있는 공격수들도 제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백업 공격수는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공격 패턴을 달리할 때, 새로운 공격 옵션이 필요할 때 투입되어야 하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제대로 해주지 못하다보니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도 교체 카드를 마음껏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네이마르가 4골을 터뜨리고 있지만 이미 칠레와 16강전에서 꽁꽁 묶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뜻대로 공격을 풀어나가지 못했다. 칠레의 스리백과 파이브백 혼합 전술에 네이마르 뿐 아니라 모든 공격수들이 묶이면서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네이마르는 현재 제 컨디션이 아니다. 칠레전 부상 때문에 허벅지에 아직까지 통증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주치의는 네이마르의 칠레전 출전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100%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만 하다. 네이마르에게만 치우친 공격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콜롬비아와 8강전에 꼬일 수 있다.
◆ 사상 첫 8강 콜롬비아, 일방적인 개최국 응원 부담
콜롬비아는 이번이 첫 8강 진출이다. 8강에 올랐다는 기쁨이 있겠지만 그런만큼 큰 경기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는 것은 콜롬비아의 숙제다.
게다가 그 상대가 바로 브라질이다. 포르탈레자에 모일 수만의 브라질 현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은 분명 콜롬비아로선 악조건이다. 콜롬비아는 이런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지 않다. 23명의 선수 가운데 21명이 모두 20대 선수들이다.
물론 중앙 수비수이자 캡틴인 마리오 예페스(38·아탈란타)가 크리스티안 사파타(28·AC 밀란)와 함께 든든하게 중앙 수비를 지켜주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주전은 모두 20대다. 자칫 브라질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휩쓸릴 경우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
여기에 콜롬비아가 1991년 이후 한번도 브라질을 이겨보지 못한 것도 부담이다. 역대 전적에서도 콜롬비아는 브라질에 2승 8무 15패로 크게 뒤져 있다.
◆ 프랑스, 한쪽으로 기울어진 공격
프랑스는 현재 공격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프랭크 리베리(31·바이에른 뮌헨)의 부상 이탈로 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가 왼쪽 측면 공격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벤제마는 측면 공격수가 아니라 정통 전방 공격수, 즉 스트라이커다. 왼쪽 측면 공격수는 그에게 맞는 옷이 아니다.
디디어 데샹 감독은 지금까지는 비대칭 전술로 성공을 거뒀다. 왼쪽 풀백 파트리스 에브라(3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왼쪽을 완전하게 메우고 벤제마가 왼쪽은 물론 중앙, 오른쪽까지 광범위하게 누비고 있다.
그러나 16강전까지는 통했을지 몰라도 강호들이 즐비한 8강 이후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8강전 상대는 '전차군단' 독일이다. 8강을 통과하더라도 브라질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 알제리와 120분 혈투 독일, 조직력도 흐트러져
독일은 다소 쉽게 여겼던 알제리와 120분 혈투를 펼쳤다. 프랑스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90분만에 2-0 승리를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불과 30분 차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엄청난 차이다. 사흘을 쉬고 나흘만에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독일은 프랑스전에서 체력의 열세를 어떻게 만회하느냐가 걸림돌이다.
특히 독일은 알제리전에서 그들만의 강점인 조직력까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이 연장 접전 끝에 2-1로 이기긴 했지만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조직력이 와해돼 알제리를 압도하지 못했던 탓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전력은 팽팽하다. 톱니바퀴처럼 맞춰지는 조직력에서 우위를 겪지 못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체력 열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어려운 경기가 될 수 밖에 없다.
◆ 네덜란드, 날카로운 창에 비해 수비진 취약
네덜란드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3점대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4경기에서 터뜨린 득점이 무려 12골이다.
네덜란드의 강력한 공격진 중심에는 로빈 판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이 있다. 이 가운데 로번은 네덜란드의 공격 핵심이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수비진이 다소 취약하다. 호주전에서 2골을 내준 것을 비롯해 16강전까지 4경기에서 4골을 내줬다. 네덜란드 역시 스리백과 파이브백을 혼용하는 포메이션을 쓰고 있긴 하지만 호주전 2실점에서 보듯 수비는 아직 불안하다.
◆ 수비는 강하지만 공격이 만족스럽지 않은 코스타리카
네덜란드와 맞서는 코스타리카는 방패는 강하지만 창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 우루과이, 잉글랜드를 상대로 단 한 골만 내줬고 16강전에서도 그리스를 상대로 한 골만 내주며 선전했다.
코스타리카가 16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탄탄한 수비 때문이었다. 이 말은 공격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우루과이전에서 3골을 넣었을 뿐 이후 3경기에서는 2골 밖에 넣지 못했다.
네덜란드 수비진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코스타리카 공격은 더 약하다. 코스타리카가 네덜란드의 방패를 뚫지 못한다면 방법이 없다. 첫 8강에 올라 부담을 갖고 있는 것도 코스타리카에겐 독이다.
◆ 아르헨티나에는 '메시아'밖에 없다
브라질에 네이마르가 있듯 아르헨티나에는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가 있다. 메시는 더이상 단순한 한 명의 선수가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구세주, 즉 '메시아'다.
곤살로 이과인(27·나폴리)은 여전히 골 침묵 중이고 앙헬 디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디마리아가 넣은 골도 메시가 밀어준 것이었다. 메시가 없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이미 아르헨티나는 이란과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를 비롯해 스위스와 16강전에서 메시가 막힐 경우 별다른 공격 옵션이 없다는 약점을 모두 드러냈다. 벨기에가 이를 놓칠리 없다.
게다가 아르헨티나는 벨기에전에서 마르코스 로호(24·스포르팅 리스본)이 뛰지 못한다.
◆ 벨기에, 양 측면 수비가 느리다
브라질 월드컵 8강에 오른 팀 가운데 벨기에는 의외로 약점이 없는 팀으로 통한다. 점점 조직력도 맞아가면서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양 측면 수비가 여전히 느린 것은 벨기에가 도저히 가릴 수 없는 약점이다. 얀 페르통언(27·토트넘 핫스퍼)와 토비 알데르바이럴트(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양 측면 수비가 빠르지 못해 종종 상대 측면 공격에 뚫린다.
아르헨티나가 메시 외에 공격을 풀어갈 선수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에게 측면을 공략당한다면 수비가 의외로 쉽게 해제될 위험성이 높다. 메시를 아무리 막아도 한순간 놓치면 실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이란전과 스위스전에서 나타났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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